금용 시간, 오후 12시 15분 32초.번화한 산책로의 백화점 외벽 전광판에는 광고가 나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소리가 나면서 전광판이 어두워졌다.거리를 누비고 있던 사람들은 다들 무의식중에 고개를 들어 어두워진 전광판을 바라보았다.같은 시간, 텔레비전을 보고 있든, 인터넷 플랫폼에서 각종 정보를 탐색하는 사람이든, 모두 갑자기 어두워진 스크린을 멍하니 보고 있다.“뭐야? 기록 깰 뻔했는데!”PC방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화를 내며 이어폰을 벗어 던지고 일어나 소리쳤다.“어떻게 된 겁니까? 품질 보장이 안 되면 문을 열지 말아야죠!”“고장 났어? 산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망연자실했다.“한창 틱톡 챌린지 찍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거야!”이따금 떠드는 소리가 중영 각지에서 들려왔다.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얼마 지나자 않아 모든 전자제품의 스크린은 다시 켜졌다.그리고 스크린에 나타난 화면은 아무런 표정도 없는 한 남자의 얼굴이었다.일련의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은 멍하니 있다가 그의 정체를 알고 놀라 소리쳤다.대부분의 사람들이 멍하니 있다가 놀라서 소리쳤다.그 남자는 바로 3일 전에 국혼을 거행했던 남자 주인공이었다.“서현우!”“현우 도련님!”서씨 저택에서 그들은 텔레비전에 나오고 있는 서현우를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삐걱-광전 빌딩의 신고를 받고 달려가고 있던 임진은 차의 중앙통제 스크린에 서현우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을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서현우......너...... .”광전 빌딩 제어실.서현우는 의자에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안녕하세요. 전 서현우라고 합니다! 제 딸이 지금 극히 보기 드문 독에 중독되어 앓고 있습니다.”말하면서 서현우의 표정은 점점 험상궂어졌다.“저를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뭐 상관없어요. 지금부터 그 누구든 제 딸의 독을 풀어 줄 수만 있다면 제가 3가지 소원을 들어드리죠.”잠시 멈추더니 서현우는 이어
“......국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 절 믿고 다들 움직여 주시죠! 단, 시간은7일입니다! 7일이 지나면 모든 건 거품으로 돌아갑니다!”동해전구, 군사저택.영지호는 휴대폰을 보면서 웃음을 지었다.그리고 영지호 앞에 서 있는 집사 같은 중년 남자가 공손하게 물었다.“도련님, 이제...... .”영지호는 웃으며 말했다.“범철아 네가 보기에는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7일 동안 시간을 더 줄까 아니면 지금 당장 목줄을 채울까?”만약 좌민우가 여기에 있다면, 그는 반드시 범철의 정체를 알아볼 것이다. 영지호가말하고 있는 범철은 바로 암암리에 그를 통제하고 협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범철은 마음이 조마조마하여 감히 그의 질문에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는 영지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고, 감히 함부로 추측할 수도 없었다.아니면 죽어도 어떻게 죽는지 무었 때문에 죽게 됐는지 영영 알지도 못한 채로 죽을 것이다.“어디 대답 좀 해 봐.”영지호는 기분이 좋은 듯 말투가 온화했다.그러나 그럴수록 범철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무릎을 꿇었다.“죄송합니다. 저도 어떻게 좋을지 모르겠습니다.”그러나 영지호는 내내 웃음을 유지하며 우아하게 말했다.“아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선택해 봐. 아니면 너부터 죽일까?”범철은 이마에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땀이 볼을 따라 주르륵 땅에 떨었다.“그......그게...... 제 생각에는 좀 지켜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좀...... 더 기다렸다가 서현우가 좀 더 절망했을 때...... 그때 잡아 오는 것도 좋다고 생각이 듭니다...... 통제하기도 쉬울 것 같고...... .”영지호는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영지호의 말을 듣고 그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그러나 한숨을 채 돌리기도 전에 영지호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근데 말이야...... .”법철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머리를 땅에 박고 감히 들어 올리지도 못했다.영지호는 아
10월 8일, 오후 6시 20분.서현우는 집 앞에 서서 어깨를 곧게 펴고 멀리 바라보았다.얼굴은 덤덤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꽉 쥔 주먹은 지금 그의 마음을 드러냈는데 사실 그는 지금 긴장하기 짝이 없다.이때 시야에 차 한 대가 나타났다.서현우는 흠칫하더니 망설임 없이 차를 향해 질주했다.삐걱-차를 몰던 홍성은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았다.불안하지만 기대에 찬 서현우의 그윽한 눈빛을 맞이하면서 홍성은 재빨리 차에서 내려 주머니에서 참신한 반지 함을 꺼내 건네주었다.“현우 도련님, 얼른 열어보시죠.”서현우는 이 반지 함을 보면서 오랫동안 손을 뻗지 않았다.복잡한 심경은 이미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현우 도련님!”홍성은 슬픔을 참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서현우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뻗어 반지함을 받았다.반지함은 가벼웠지만 서현우는 손을 떨고 있었다.마치 반지함에 무거운 세상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천천히 반지 함을 열었다.피처럼 붉고 유리구슬 크기의 단약 한 알이 눈앞에 나타났다.그리고 곧 피비린내가 만연해 왔다.마치 이 단약은 피로 만들어진 것만 같았다.서현우는 저택으로 돌아와 은침을 꺼내 조심스럽게 단약위에 묻은 가루를 조금 긁어내고 홍성에게 건네주었다.“안정산한테 줘.”비록 그는 상대방이 단약에 손을 쓰고 바보스럽게 보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인하고 싶었다.“네!”홍성은 물건을 가지고 가려고 한다.“잠깐, 정보 출처는 알아냈어?”홍성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죄송합니다만 메시지를 추적할 수 없었습니다.”서현우는 일찌감치 예상했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고 이어 물었다.“좌민우는? 소식 있어?”홍성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저었다.“죄송합니다...... 좌민우 역시 아무런 소식도 없습니다. 중영 전체를 샅샅이 뒤졌으나그림자조차 없었습니다.”“그럼, 살해된 세 사람 신원 정보는?”“어느 정도 윤곽은 잡혔지만, 아직 확실한 건 없습니다. 시스템에
중영, 손씨 저택.진씨 가문이 파산하기 전에 전력을 다해 지은 손씨 저택은 아직도 모든 것이 새것처럼 보인다.손량은 어두컴컴한 방에 혼자 앉아 주먹을 꽉 쥐었다.이마에 불끈 솟은 핏줄이 그의 분노를 드러냈다.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의 눈 밑 깊은 곳에서 깊은 망연함도 있었다.위풍당당하던 서원 총사령관이 지금, 이 지경까지 됐으니 말이다.그는 본래 서현우를 도와 배후를 찾아내고 다시 서원으로 돌아오기를 바랬었다.그러나 지금 그는 갈 길을 잃었다.서원으로는 돌아갈 수 없고 모든 것이 새로운 집도 집 같지 않았다.그에게는 가족도, 애인도, 친구도 없다.외롭게 혼자 덩그러니 큰 집에 앉아 무거운 공기만이 주위를 감돌고 있다.아무리 찬란한 햇빛이라도 앞길의 먹구름을 몰아낼 수 없다.‘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미풍이 불어오고 있다.손량은 즉시 고개를 들었다.입구에 햇빛을 등지고 우뚝 솟은 그림자가 서 있다.손량은 맹렬하게 일어나 손을 뻗자 우렁찬 소리가 텅 빈 방에 울려 퍼졌다.매서운 기운이 확산하면서 손량은 서현우를 노려보며 소리쳤다.“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찾아와?”“참을 수 없는 것은 참고, 짊어질 수 없는 것은 짊어져야 한다! 그래야 만이 서량 군신이라는 네 이름을 저버리지 않을까?”서현우는 칼을 겨누는 손량을 거들떠보지 않고 태연자약하게 다가와 의자에 앉아 물었다.“마실 거라도 좀 내와.”손량은 화가 나 이마에 핏줄이 한데로 모여들 지경이었다.“꺼져! 여긴 네 집이 아니라 우리 집이야!”그러나 서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100년 후 사서에서는 널 어떻게 평가할까? 내 생각으로는 ‘용감무쌍’이 제일인 거 같아.”쏴-눈처럼 하얀 칼날이 곧장 서현우를 향해 날아왔다!짠-그러나 칼날은 갑자기 사라졌다.손량은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서현우를 보았다.전력을 다해 일격을 가했는데, 서현우가 두 손가락으로 막아냈으니 말이다.‘이럴 수가!’손량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 믿어지지 않았다.비록 자신이 서
10월 9일.오전 11시 정각.여객기 한 대가 중영에서 이륙하여 두 시간의 순조로운 비행을 거쳐 금용국제공항에 착륙했다.서현우는 왼쪽으로 손량은 오른쪽으로 향했다.황성 안에서 용천범은 공무를 처리하고 있었다.이때 금용위가 총총히 와서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국주님, 서량 군신이 찾아왔습니다.”용천범은 고개를 들어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손량? 뭐 하러 왔데?”“그건 말하지 않았습니다.”용천범은 잠시 사색하다가 찌푸린 미간을 펴고 고개를 끄덕였다.“들어오라고 해.”네.”얼마 지나지 않아 무거운 발소리가 나기 시작했다.손량은 양복을 입고 올백 머리를 하고 가짜수염도 약간 붙인 채로 나타났다.금테 안경을 쓰고 서류 가방도 들고 있었다.뭐랄까? 보험회사에 다니는 사람과 같다고 할까?용천범은 입꼬리를 위로 치켜올렸지만 억지로 위엄을 유지했다.“국주님, 인사 올리겠습니다! 손량입니다!”손량은 인사만 건넸다.군신은 국주를 만나게 되면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된다.인사를 받고 용천범은 담담하게 물었다.“서현우 대신 말을 전하러 왔지?”손량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역기 국주님이십니다.”용천범은 손을 흔들며 물었다.“그래서 할 말이 뭔데?”손량은 서현우가 했던 말을 떠올리면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말했다.“소희 공주님을 죽이려는 자가 있다고 했습니다.””뭐? 누군데?”용천범의 눈이 갑자기 반짝였는데 마치 어둠을 찌르는 햇살과 같았다.손량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고개를 저었다.“그건 모릅니다.”용천범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한참 지나서 그는 다시 물었다.“그리고는?”순간 손양의 표정은 이상해졌다.“죽음을 면할 기회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습니다.” “미친X.”용천범은 책상을 두드리며 크게 노하였다.“서현우 지금 어디에 있어?”“그건 저도 모릅니다.”손량은 대답하고 이어 말했다.“자신이 있다고 단언했는데 국주님께서 돈을 좀 쓰셔야 한다고 했습니다.”용천범의 얼굴은 흐리멍덩하여 오랫동안 소리를
어둠이 막을 내렸다.네온사인이 온 세상을 밝게 빛내고 있다.24시간 번화가 끊이지 않는 금용는 몽롱한 얇은 베일을 살포시 걸쳤다.낮에는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밤에는 친구들과 모여 술 한 잔 적시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힘든 현생에 치득여 이 생을 살아 가고 있는 사람들은 술을 적시며 잠시나마 쉬어 가고 있다.금용 중심 지역은 소란스러움을 좀 덜 한다.부마부의 등불이 환하게 비쳐 있다.사방팔방에서 백용군의 순찰이 끊이지 않으며 절대적인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방안에는 용소희가 여기저기 쏘다니고 있다.그녀는 귀여운 모양의 토끼 파자마를 입고 아름다운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담요도 챙기고...... .”“어의가 준 약도 챙기고...... .”“맞다! 주전자도 가져가야 해!”“화장품...... 스킨케어...... 옷...... .”사실 오후 무렵부터 용소희는 짐을 챙기고 있었다.한참을 정리하고나니 짐이 산더미처럼 쌓였다.용소희는 지쳐서 헐떡거렸지만, 기분은 유난히 좋았다.왜냐하면 내일 아침 일찍 동해 전구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드디어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났다.그녀는 지금 당장 날아가고 싶었다.이때 어느 누각에서 서현우가 소리 없이 나타났다.200여 미터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그는 창문을 통해 용소희가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용소희는 미래의 행복한 생활을 흐뭇하게 환상하며 분홍색 휴대폰을 꺼내 영지호에게 영상통화를 보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 스크린에는 군복을 입고 늠름한 자태를 선보이는 영지호가나타났다.불빛 아래에서 그의 미소는 매우 따뜻해 보였다.“소희야, 짐은 다 챙겼어?”영지호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용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반짝이는 눈으로 지그시 그를 바라보았다.“우리 자기 어쩜 군복도 이렇게나 어울려?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야!”“우리 여보만 그렇게 생각 할거야.”영지호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너무 많이 챙겨오지 마. 여기 거의 다
오늘 밤 금용은 평온하지 않을 것이다.그 어떠한 사고에도 못지않은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도시 전체가 계엄령을 내려 경적을 크게 울렸다.밖에서 빈둥거리는 모든 사람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모두 순찰국으로 잡혀갔다.달콤한 꿈을 꾸고 있던 권세가들도 전화 소리에 깨어났다.그들은 하나같이 용소희가 암살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동공이 확장되면서 얼굴색이 창백해졌다.국주의 하나뿐인 딸인 소희공주 였으니 말이다.도대체 누가 이런 배짱을 가지고 감히 국주의 딸에게 손을 대었을까?게다가 성공까지 했다고?부마부의 수위 등급은 비밀 군사 기지와 같다!어떤 사람이 이렇게 무서운 실력을 가지고 있을까?삽시간이 긴장감이 도시 전체를 감돌았다.부마부에서 용소희를 암살할 수 있다는 것은 황성을 제외한 금용에 있는 누군가를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이건 너무 소름끼 치는 일이고 다음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진국군이 전면적으로 출동하여 모든 교통 요로를 포위하고 누구도 출입할 수 없게 막았다.백용군은 황성에서 나와 거의 집마다 다니며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수색했다!황성에 들어갈 자격을 가진 모든 권세가들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황급히 차를 몰고 황성으로 달려 들어갔다.조금이라도 늦게 가면 불똥이 자기한테로 튈까 봐 겁이 났다.용소희의 시체가 부마부에서 황성으로 옮겨졌을 때 애절한 울음소리가 하늘을 진동시켰다.용소희의 어머니 이지현은 갑작스러운 딸의 비보를 듣고 이미 기절했다.용천범은 딸의 시체 앞에 서서 애절하고 비통스러운 눈물을 흘렸다.이때 전투기가 착륙했다.영지호는 비통한 분위기 속에서 동해 전구에서 달려와 국주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통곡했다.“소희야! 소희야...... .”영지호는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용소희의 시체에 덮인 흰 천을 벗겼다.창백한 얼굴을 보고 선혈이 갑자기 뿜어져 나왔다.“내가 잘못했어! 다 내 탓이야! 미안해, 소희야!”“부마님,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앞으로 직접 모든
해독제가 아니라는 말에 서현우는 실망하지 않았다.그는 상대방이 선뜻 해독제를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그는 상대방이 다시 연락이 와 그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킬 수 있다고 짐작하고 있었다.그의 말대로 상대방이 암암리에 칩거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두렵다.그럼, 상대방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반대로, 상대방이 계속 움직이기만 하면, 가능한 한 빨리 실마리를 찾을 수 있고 실마리에 따라 상대방을 잡아낼 수 있다!‘그때가 되면 지옥이 뭔지 내가 제대로 보여주지!’......중영.서씨 저택.“뭐? 솔희 공주가 암살을 당했다고?”진국 군신의 방에 불빛이 밝아졌다.그는 침대 옆에 앉아서 소식을 전해 듣고 동공이 수축하였다.한 참 후 통화가 끝났다.진국 군신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는데 얼굴은 음침하고 짙은 불안이 배어 있었다.한참을 심사숙고하다가 그는 번호 하나를 누르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서현우는 어디에 있어?”“행방불명입니다.”“찾아내!”“어떻게든 찾아내!”전화를 끊고 그는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때는 이미 새벽 2시가 넘었다.답답한 분위기에 숨이 조여오 그는 밖으로 나갔다.정원에 서서 진국 군신은 담배 한 대를 피웠다.담배를 피우지 않던 사람이라 한 모금만 빨아도 기침을 하니 곧장 불을 끄고 쓰레기통에 버렸다.몇 분 후, 진국 군신은 새로운 소식을 받았다.“서현우는 어제 오전 11시에 금용으로 가는 항공편을 타고 몰래 떠난 것 같습니다.”진국 군신의 마음은 매섭게 바닥으로 떨어졌다.“알았어.”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그는 품에서 작은 도자기 병을 꺼내 한참 동안 자세히 살펴보고는 주먹을 살짝 쥐고 성큼성큼 떠났다.뒤뜰에는 홍성이 조각처럼 서 있었다.미풍이 불어오면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휘날렸다.홍성은 이상함을 감지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안심하지 못하고 다시 솔이의 방으로 들어가 보았는데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는 솔이를 보고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