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름이 애걸복걸하는 모습을 보고 진국 군신은 탄식했다.다 같은 아이를 둔 부모로서 진아름이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그도 공감되었다.“속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진국 군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신농백초단은 전임 국주가 우리 아버지에게 하사한 것인데, 천하의 백독을 풀 수 있고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했었습니다. 근데 전 감히 이 약이 솔이를 살릴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진아름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진국 군신은 그윽하게 숨을 내쉬며 이어 말했다.“서현우가 남강의 전임 총사령관이었던 건 알고 계시죠? 그때의 남강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일단 남강이 함락되면 남방 수억 명의 백성이 적국에게 도살을 당해게 되는 그런 참혹한 상황이었습니다.”“무수한 남강 병사들이 자신의 몸과 피로 적의 맹렬한 포화를 막아냈었죠.”“남강 국경의 모든 땅이 피로 물들었어요!”“모든 것을 거의 무너뜨리고 적군이 남강 병사의 시체를 밟고 설령산에 발을 들여놓았죠! 그것은 남강의 마지막 방어선이었는데, 이미 무차별한 폭격을 당해 산이 평지로 폭파되었어요.”“적들이 막 들이닥칠 때 서현우가 일어섰죠.”“그는 200명밖에 안 되는 병사를 데리고 왔었서요! 겨우 200명이요!”진국 군신은 점점 격동되기 시작했다.“200명이 어떤 개념인지 아시나요? 매 순간, 매분 매초 수백 수천 명의 남강 병사들이 쓰러지는 잔혹한 전장에서 이 200명은 바다의 물보라와 같은 존재죠.”“하지만 서현우는 그런 물보라를 이끌고 하룻밤 사이에 800리를 급습하여 슬그머니 주력 전장을 우회하여 적국 후방의 작전 지휘 센터를 깨끗하게 소멸시켰어요!”진아름은 멍하니 무릎을 꿇고 그의 말에 집중되어 있었다.진국 군신의 말을 들으며 그녀는 그날의 모든 것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듯했다.피바다로 뛰어드는 그 기분은 어땠을까? 필사의 힘을 다해 이 나라의 모든 것을 지키려고 자신을 앞세우는 건 어떤 신념이 있어야 할 수 있을까?뛰어 들어가는 사람
진국 군신은 내내 감격에 겨웠지만 갑자기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씁쓸함이 점점 온몸을 에워싸고 있다.“서현우, 너무 무서운 사람이에요.”“그거 아세요? 서현우는 통수 능력이 강하고 전쟁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나고 홀로 적군의 9대 군신을 격살했을 뿐만 아니라 저를 포함해서 천용 군신, 동요 군신, 북목 군신, 서량 군신이 힘을 모아도 그를 당해내지 못합니다.”“그보다 더 무서운 건 모든 걸 꿰뜷어 보고 계획을 세우는 그의 심지입니다. 게다가 상림지존 귀의문까지 등에 업어 하늘을 찌르는 듯한 의술까지 있잖아요.”진국 군신은 맹렬하게 고개를 들어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진아름을 쳐다보았다.“전 강한 사람이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서현우 앞에 서면 전 확실한 무력감을 느끼곤 합니다.”“서현우는 마치 전쟁을 위해 태어난 무서운 기계처럼 한 나라를 흔들기에는 충분한 매우 진섭적인 중량급 무기와 같아요.”“주 손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죠.”진국 군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서현우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했고 너무 많은 것을 짊어졌어요.”“단언컨대 이 나라의 영웅이죠.”“서현우와 비교하면 전 아무것도 아닙니다.”진국 군신은 주먹을 불끈 쥐고 괴로워했다.세상 그누구 보다도 교만한 사람이 자신이 남보다 못하다는 걸 직접 말하는 것은 죽을 만큼 괴로운 문제다.진아름은 물끄러미 진국 군신을 바라보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그녀는 진국 군신이 말하고 있는 서현우가 자기가 알고 있던 서현우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서현우는 이 나라의 영웅이자 용국의 떠오르는 샛별이다!서현우는 반드시 역사에 꼭 새겨야 할 존재이다!서현우는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이 흘러도 길이길이 빛나야 할 사람이다!“가장 무서운 것은 적조차도 그에게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진국 군신은 자신을 비웃었다.“저, 상경도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일생 동안 무수한 대전을 거치면서 악착같이 적들을 막아냈어요. 근데 전 서현우처럼
“해독제를 가져올 수만 있다면 세 가지 조건을 들어준다.”“바닥이 보이지 않는 돈? 한 인간의 죽음? 권력? 법을 어기든 도덕을 어기든 상관없습니다! 그게 무엇이 됐든 이뤄드릴게요.”“어떤 조건도 없이!”진국 군신의 눈은 점점 어둡고 무거워졌다.“그가 한 말들이죠? 근데 이 말들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솔이를 위해서라면 진정한 범인의 통제를 받아도 가장 날카로운 칼이 되더라도 상관없다는 뜻이죠!”“서현우...... .”진아름은 가슴이 끊임없이 떨렸다.그녀는 서현우가 이런 말을 할 때 마음속으로 얼마나 절망했는지 상상이 갔다.나라를 지키고 남강 병사들의 정신적 신앙으로 추앙받으며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자기딸도 키질수 없다는 그 절망이...... .진아름은 점점 눈빛이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녀는 그동안 줄곧 솔이를 위해 고통스러워하고 분노하며 지옥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서야 자신이 서현우를 소홀히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서현우가 자기 앞에서 그렇게 자신만만하고 꿋꿋하게 행동했었던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했다.이미 힘들 만큼 힘들고 상처를 입을 만큼 입었는데...... .한 여인의 남편으로, 한 아이의 아빠로 그들의 하늘을 지켜야 한다.그리고 그가 있는 한 그 하늘은 절대로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흑...... 흑흑...... .”진아름은 참지 못하고 흐느꼈다.소리가 밤바람에 찢겨 영락한 것이 마치 지금 그녀의 마음과 같다.“서현우는 존경스럽기도 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미어지기도 하네요.”진국 군신은 눈시울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었다.“이런 일이 생긴 건 유감스럽지만, 솔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이유로 될수는 없어요.”“그리고 소희 공주의 죽음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범인이 서현우라는 직감이 들어요!”“솔이를 살리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이미 배후에 있는 범인한테 통제된 가능성이 큽니다. 제 추측으로는 배후의 말을 듣고 금용 부마부로 잠입하여 소희
“이건 현우한테 너무 잔인하잖아요...... 너무 잔인해요...... .”진아름은 참담하게 웃으며 연약한 몸이 마치 차가운 얼음 속에 있는 것처럼 몸서리를 쳤다.“잔인하지만, 전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합니다!”진국 군신은 눈을 부릅뜨고 눈이 붉어져 격동되어 소리쳤다.“저희 가문은 조상대대로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싸우고 충실했습니다! 그러니 전 어렵게 얻은 평화와 발전을 파괴하고 백성들이 어렵게 바라던 태평성대를 파괴하게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모든 이가 집념이 있듯이 이는 저희 가문의 집념입니다!”“집념을 지키기 위해 저희 가문은 모든 걸 희생할 수 있고 모든 걸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전 목숨까지 바칠 수 있어요!”그의 말을 들은 진아름은 마냥 충격적이었다.그녀는 단지 어린 여자일 뿐, 이토록 숭고한 이상은 없다.그러나 그녀는 진국 군신을 이해하고 탄복했다.강대한 용국이 지금까지 전승되고 오늘의 태평성세가 있게 된 것은 바로 각 업종, 각 영역의 사람들이 이와 같은 이상을 위해 모든것을 희생하였 기때문이다.자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서현우는 영웅입니다. 저 개인의 감정적으로나 국가의 대의적으로나 그가 죄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습니다.”진국 군신은 천천히 진아름을 향해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사모님, 제가 간곡히 부탁 드리겠습니다.”“이러지 마세요.”진아름은 급히 앞으로 나가 진국 군신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그러나 그녀의 힘은 진국 군신에 비하면 개미처럼 약하다.최선을 다했지만, 진국 군신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저...... 약속드릴게요.”진아름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따라서 갈게요.”“감사합니다!”진국 군신은 고개를 들자마자 눈에 고통으로 가득 찬 진아름을 보게 되었다.그는 그 모습을 보고 코가 시큰거리고 목소리에도 울음이 베어 있었다.“감히 용국을 대표하여, 용국의 수많은 백성들을 대표하여, 이 나라를 위해 나날이 발전하고 번영하기 위해 선혈과 생명을 바친 모든
10월 10일.새벽 두 시.금용 지방 도시, 이름 없는 산골짜기.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탁탁-장작이 타들어 가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손량이 서현우에게 끊임없이 저주하는 욕만 남았다.2킬로메터 떨어진 산허리에서 서현우가 조용히 어둠속에 앉아 모닥불옆에 앉아 있는손량을 주시하고 있다는 걸 손량은 모를 것이다.‘떡밥은 이미 준비됐으니 제발 나타나 확 물어라.’서현우는 마음속으로 묵묵히 기도했다.지금까지 모든 것이 서현우의 손아귀에 있었다.그가 손량에게 미리 국주에게 인사하라고 한 것은 국주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그리고 국주는 승낙했다.손량에게 진국부를 부수게 하는 것은 손량에게 진국 군신에 대한 자신의 원한을 털어놓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손량에게 눈길을 끌게 하는 동시에 진국부에 어떤 이상한 점이 있는지 살펴보게 하는 것이다.이로써 진국 군신의 내막을 판단해 보려는 속셈이었다.그야말로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그 후 손량을 고발한 것은 손량을 금용내에서 쫓아내기 위해서이다.배후에 있는 범인은 일찍이 손량에게 살수를 가한 적이 있는데, 만약 손량이 줄곧 금용에 있다면 감히 경거망동할 수 없었을 것이다.손량을 금용에서 몰아내고 이 황량한 지방에 있어야만 대방이 손을 쓰기에 적합하다.이것은 뱀을 굴에서 끌어내는 작전이다.사실 서현우가 계획한 것과 같다.손량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현우의 모든 계획을 완벽하게 집행했다.그는 단언컨대 100점짜리 동료다!그리고 지금 서현우가 해야 할 일은 물고기가 낚시에 걸리기를 기다리는 동시에 동료를 잘 보호하는 것이다.말하자면 좀 웃기긴 하다.당당한 용국의 5대 봉호군신 중 한 명인 용감무쌍한 손량이 보호받을 지경으로 전락했으니 말이다.손량이 만약 이 모든 것을 알았다면, 아마도 미쳐 팔짝 뛸 수도 있을 것이다.윙윙-대어가 오기도 전에 전화가 먼저 울렸다.위에 표시된 알 수 없는 번호를 보면서 서현우의 눈에는 통제할 수 없는 짙은 살의가 흘러나왔다.수
손량도 군신급 강자라 서현우가 전화를 끊는 순간 이미 위기를 느꼈다.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몽둥이를 휘둘렸다.키득-몇 번 소리를 내더니 짧은 막대기에는 금표창, 매화칼 등 암기가 널려 있었다.그리고 그 암기에는 모두 독극물이 발라져 있어 보는 것만으로 소름이 끼쳤다.손량의 머리카락은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뿌리가 곤두섰다.분노한 두 눈으로 앞을 똑바로 바라보는데 침착하게 다가오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당신들!”두 사람의 모습을 똑똑히 보고 손량의 마음속의 분노는 뼈에 사무치는 살의로 전환되었다.지난번 중영에서 그는 바로 이 두 군신급 강자에게 기습당해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서현우가 아니었더라면 그의 무덤에는 아마 이미 풀이 싹텄을 것이다.서현우에게 목숨을 빚진 것이 바로 서현우에게 폭행을 당한 뒤에도 여전히 그를 도와 일을 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쾅-갑자기 손량의 두피가 터졌다.그는 최선을 다해 옆으로 피했다.띵띵띵띵...... .빗소리처럼 촘촘한 소리가 울렸다.손량은 허겁지겁 그 자리에서 뒹굴며 자신이 전에 서 있던 곳에 눈길을 돌렸다.3미터 범위에 성홍색의 가는 침이 널려 있다!그것은 바로 암기의 왕이라 불리는 폭우 배꽃침이다!지난번에도 손량은 이 물건에 기습당해 몸에 맹독이 들었섰다.이번에도 마찬가지라니!손량은 형세가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도 광포한 분노 하에 여전히 쓸데없는 말 한마디 없이 주동적으로 상대방을 향해 공격했다.위압이 휩쓸려 조수처럼 끊임없이 용솟음쳤다.두 군신급 강자는 미소를 지으며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그러나 손을 쓰는 모습은 맹렬하고 비범하며 바람이 잔운을 휩쓸고 있는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손량은 분명하게 밀려났다.일적이는 무리한 짓이었다.“용케 살아나더니 이번엔 그렇게 쉽지 않을 거야! 오늘이 네 제사날이야!”그 중 한 명이 냉소하며 말했다.“죽어!”손량은 히스테리를 부리며 격노한 야수처럼 전력을 다해 공격했다.그의 위풍당당함에 두 군신급 강자는
서현우는 즉시 손을 뻗어 주머니에서 오재훈이 가까스로 다시 정제한 환신향을 꺼내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뜻밖에 일이 갑자기 일어났다.행동력을 잃어야 할 그림자가 펄쩍 뛰었다.그의 몸을 찌른 은침도 모두 튀어지면, 암석 등을 찔러 적지 않은 불똥이 튀었다.서현우는 웃음이 굳어져 평범하게 생긴 이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리고 그의 눈에서 인간성이 사라진 광기가 보였다.“헉헉...... 헉헉...... .”남자는 이성을 완전히 잃은 듯 공격적으로 울부짖으며 서현우를 향해 달려들었다.서현우는 가볍게 발로 그를 걷어차고 그는 돌에 부딪혀 찰칵 소리를 냈다.남자의 허리가 부러진 것이 확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일어설 수 있었고 계속 서현우에게 달려들었다.서현우는 눈이 반짝이더니 손을 뻗어 남자의 팔을 잡고 부러뜨렸다.그러나 남자는 아픔을 느끼지 못한 듯 괴상한 각도로 굴곡진 손으로 서현우를 잡았다.서현우는 아예 비수를 휘둘러 그의 손을 잘랐다.선혈은 사방으로 튀었고 부러진 손도 땅에 떨어졌다.하지만 남자는 여전히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다른 손을 흔들며 서현우의 얼굴을 향해 돌진해 왔다.한망이 스쳐 지나가자, 서현우는 그의 다른 한 손도 잘랐다.그 후 손바닥으로 그의 머리를 때리면서 그를 땅으로 쓰러뜨렸다.남자가 발버둥 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서현우는 한발로 남자의 등을 밟고 허리를 굽혀 손을 뻗어 남자의 목으로 다가갔다.남자는 계속 발버둥 쳤지만 헤어나지 못했다.한참 지나서 서현우의 눈에는 사나움이 반짝였고 비수는 남자의 머리로 찔렀다.이때가 되어서야 남자는 몸부림을 멈추었다.사납고 포악한 눈빛이 흩어지더니 뒤이어 생명의 기운을 완전히 잃었다.서현우는 분노했지만, 줄곧 분발할 곳을 찾지 못했다.이 남자가 전신 곳곳의 큰 혈이 통제된 상황에서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가 아니라 기혈경맥을 역전시키는 어떤 수단을 수련했기 때문이다.신경을 손상하고 경맥이 부서지는 방식으로 활동력을 얻은 것이다.그
손량은 정말 자극을 받아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일단 소희공주를 죽였다는 죄명을 짊어지면 용국 전체가 그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이 드넓은 땅에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다니!그의 유일한 선택은 국외로 도망가는 것이라니!당당히 군신을 봉호하고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들어!”서현우는 팔꿈치를 손량의 목에 대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목숨은 네 것이 아니야! 죽으려면 서원 전장에서 죽어!”“내가...... 숨이 막혀 그래!”손량은 얼굴이 피처럼 붉어지고 목에 핏줄이 불끈 솟아올라 두 눈이 무섭게 험상궂었다.“숨 막혀도 참아! 넌 군신이라는 봉호를 얻은 이상 일반 사람들이 감당 해낼 수 없는것들을 감당해 내야 해!”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이어 말했다.“곧 용국으로 돌아와 서원 총사령관으로 다시 임명받게 내가 약속할게! 네가 다시 서량군신으로 존경 받을 수 있게 내가 만들게!”“너 못 믿겠어!”손량은 어렵게 고개를 가로저었다.“지금 말 죽이든지 아니면 그냐 가게 놔두든지 선택해!””날 믿어!”서현우는 소리를 지렀는데 손량의 얼굴에 침이 튀었다.“못 믿겠다고!”손량도 침이 튈 정도로 소리쳤다.“네 말대로 늑대 연기도 피우고 네 말대로 네 아내와 아이도 지켰어! 네 말대로 네 결혼식 사회도 보고 네 말대오 금용으로 와서 진국부도 부셨어! 근데! 이제는 소희공주를 죽인 죄명까지 뒤집어 써라고? 차라리 죽는 게 낫지 난 절대 외국으로 못 가!”“그럼 넌 누굴 믿어?”“아무도 믿지 않아! 얼른 선택해! 죽이든 보내든!”서현우는 이를 갈았지만, 손량을 놓아주었다.손량은 숨을 크게 쉬다가 몸을 돌려 성큼성큼 떠났다.“어디 가?”씩씩거리며 가는 손량을 보고 서현우가 물었다.“국주를 만나러.”“멍청이!”서현우는 두 걸음 앞으로 나가 손량을 발로 차서 땅에 넘어뜨리고 휴대폰을 꺼내 서원군사인 설민기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곧 전화가 연결되어 설민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서현우인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