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았다.구름이 잔뜩 끼어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금용에는 알록달록한 우산 꽃이 피었다.용소희의 빈소는 이미 차려졌다.문 밖에 무릎을 꿇은 사람들은 찬바람에 벌벌 떨었다.“도련님, 큰일 났습니다.”혼수상태인 척하던 영지호는 초조한 목소리로 눈을 떴다.“손량이 도망갔습니다!”“박씨 어르신, 주씨 어른신, 진씨 어르신 모두 숨을 거두셨습니다.””뭐?”영지호의 눈에는 야수 같은 포악한 빛이 피어났다. 그는 손을 뻗어 곁에서 소식을 보고하는 흰수염 노인의 뒷덜미를 잡고 으스스한 흰 이를 드러내며 사납게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야?”“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흰 수염 노인의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었고,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면서 눈을 부라리기 시작했다.영지호는 힘껏 노인을 땅에 던졌다.노인은 중심이 불안정하여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자 금세 성홍색의 선혈이 이마에서 흘러내렸다.그러나 그는 감히 울부짖지 못하고 얼른 몸을 뒤척이며 영지호의 발밑에 공손히 무릎을 꿇고 급히 소리쳤다.“제가 전투현장을 살펴보았는데 세 어른신은 격렬한 저항과 반항을 거의 거치지 않고 제압되었고 박씨 어르신은 연혈법까지 사용했습니다.”영지호는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노인의 얼굴의 선혈이 턱에서 맴돌다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지그시 보았다.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열 몇 방울이 되었을 때 그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아프지?”영지호가 물었다.노인은 온몸을 떨며 얼른 대답했다.“아프지 않습니다.”“아니, 아파야지.”노인은 이마를 땅에 부딪치며 전율했다.“실은 많이 아픕니다.”영지호는 그제야 웃었다.그리고 웃음 속에서 변태 기운이 가득했다.그는 사람이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벌벌 떨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이것은 그에게 극도의 통제감을 준다.그러나 생사를 통제하기에는 부족하다.사상을 통제하는 것이야말로 최고다!“나도 아파.”영지호는 차갑게 말했다.“난 군신급 강자 세 명을
서현우는 길거리에서 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계산을 한 뒤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마지막 담배에 불을 붙여 담뱃갑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리고 그는 고개를 들어 연기를 내뿜은 뒤 길을 건너 편의점으로 들어갔다.카운터를 지키는 사람은 30대 여자로 평범하게 생겼고 옷도 평범하게 입고 있었다.여자는 휴대폰을 들고 코믹 영상을 보고 있었다.“담배 한 갑 주세요.”서현우가 말했다.여자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물었다.“어느 브랜드로 드릴까요?”서현우는 담배가 가득 든 전열장을 힐끗 훑어보더니 되물었다.“용봉없어요?”여자는 멍하니 서현우를 자세히 살펴보며 말했다.“그건 남방 지방의 담배라 여기서는 판매량이 좋지 않아요.”“판매량이 좋지 않은 것은 담배 문제가 아니라 풍수 문제죠.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어떤 풍수요?”“용은 눈이 없고, 봉황은 머리가 없기 때문에 용과 봉황은 남기기 어렵죠.”여자가 웃으며 물었다.“정말요?”서현우는 마냥 귀찮았다.“용봉 있어요 없어요? 없으면 가볼게요.”“있긴 있어요.내놓지 않았는데 사실 마음이 있으시면 따라오시죠.”“그러시죠.”“이쪽으로 오세요.”여자는 서현우를 데리고 안방으로 가서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좁은 공간을 지나 부엌으로 온 뒤 가스레인지 스위치를 비틀었다.그러나 불이 붙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벽에 엄지손가락 너비의 틈이 벌어졌다.서현우는 모든 걸 차분히 보고 있었다.여자는 엄지손가락을 눌렀다.찰칵-가볍게 소리가 나자 벽은 문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미끄러져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드러났다.“원하시는 담배는 이쪽에 있습니다.”여자가 손을 뻗어 표시했다.“감사합니다.”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여유롭게 들어가 계단을 내려갔다.뒤쪽 벽은 천천히 닫혔고 여자는 편의점으로 돌아와 계속 카운터에 앉아 휴대폰을 들고 동영상을 보았다.적막한 계단에서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서현우는 서서히 계단으로 내려갔는데, 눈앞은 폐쇄된 작은 방이었다.이때 주황색 등이 켜졌
이 사람은 서현우의 말을 듣고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비웃었다.“뭐? 겨우 부독군주제에 어디서 언성을 높여!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서현우는 노기가 점점 짙어졌다.“네가 누구든 하범상은 군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하하하! 난 유민 장관의 명령을 받고 일손을 동원하여 물건을 운반하고 있는 거야.왜? 명을 거역하려고?”서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그는 가능한 한 빨리 동요 군신을 암살하고 실패하여 동해를 탈출해야 한다.시간이 촉박하니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그러나 만약 이 사람이 명령을 받고 징집을 진행한다면 그는 정말 거절할 방법이 없다.“조정령은?”서현우는 손을 내밀었다.“구두로 내린 명령은 명령이 아니야? 참, 너희 동해 병사들은 이렇게나 융통성이 없으니.......”이 사람은 입꼬리가 미친 듯이 올라가서 눈빛 속의 경멸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그의 말을 듣고 서현우는 눈빛을 반짝였다.“너희 동해병사들은...... .”이 말은 이 사람이 원래 동해 전구에 속하는 병사가 아니라는 것을 대표한다.또는 그는 최근에 이곳으로 전근되어 온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그렇다면 이 이른바 유민 장관도 동해 전구 본토 장성이 아닐 것이다.그리고 최근에는 부마 영지호만이 동해 전구 군사에 임명됐다.그럼, 답은 분명하다.유민 장관은 영지호의 사람일 것이다.영지호에 대해 서현우는 줄곧 좋지 않은 인상을 받고 있었다.이젠 무슨 원인으로 영지호는 금용에서 편안한 생활을 누리지 않고 이곳으로 달려와 고생을 찾게되였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계속 멍때릴 거야? 빨리 따라와! 늦기라도 하면 네가 책임질 거야?”서현우는 상대방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몇 분 후, 서현우는 유민 장관을 만나게 되었다.중년의 모습으로 양쪽 귀밑머리가 약간 희고 아주 많이 뚱뚱하여 참신한 군복을 입은 모습은 이도 저도 아니었다.유민 장관 앞에는 나무 상자 백 10개가 놓여 있었다.서현우외에도 10여 명이 넘는 군인들이 동해 전구로 징집되어
“돌아가서 물건 정리하고 군사부로 와서 등록해!”“네!”서현우는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옆에 있는 십여 명의 병사들은 그를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오히려 그 소인배는 즉시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오늘부터 우린 다 형제야! 전에는 내가 잘못했으니, 마음에 두지 마. 앞으로 한 가족인데 사이좋게 지내자! 가족 된 기념으로 밤에 술이나 좀 적실까?”“나도 말이 심했어. 앞으로 잘 부탁해.”“하하하, 나도 잘 부탁해...... 참, 내이름은 조수호야. 내가 좀 도와줄까?”“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사양할 거 없어. 가자, 걸으면서 얘기하자.”서현우는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조수호와 어깨동무를 하고 갔다.이 시간대 청용군 정예 2연대의 병사들은 모두 아직 훈련하고 있어 숙소에는 다른 사람이 없다.조수호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뭘 도와주면 돼?”“짐은 나중에 풀고 내가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러는데...... .”서현우가 웃으며 말했다.“뭔데?”서현우는 갑자기 손을 써서 한 손으로 조수호의 목을 베었다.조수호는 반응도 하지 못하고 눈을 뒤집고 바닥에 쓰러졌다.서현우는 조수호를 들어 류정석에게 속하는 침대에 올려놓고서야 몸을 돌려 떠났다.30여 분 후에.동해 전구 감독 부에서 갑자기 귀를 진동시키는 굉음이 났다.곧 한 줄기 그림자가 빠르게 뛰쳐나와 먼 곳으로 도망쳐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우우우...... .전쟁의 나팔이 울려 퍼졌다.동해 전구의 총사려관인 동요 군신은 입가에 피가 묻고 손에 장검을 들고 분노하며 나와 소리쳤다.“전구를 봉쇄하라!”이때 동해 근위군은 이제 막 도착했다.총사령관 부는 온통 난장판이다.동요 군신은 의자에 앉아 얼굴이 음침하기 그지없다.동해 총사령관으로서 총사령관 부에서 피습을 당해 부상까지 입었다.이것은 치욕이다.그러나 그는 곧 분노를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용국에서 감히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지...... .’동요 군신의 머릿속에 한 줄기 그림
금용.따르릉-동해 전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영지호는 전화를 받았는데 점점 표정이 흉악해지기 시작했다.통화가 끊긴 후, 그는 휴대폰을 가루가 될 정도로 부시며 분노했다.“X신들!”겨우 이틀 밖에 안 됐는데 이런 일이 생겼으니 미칠 지경이었다.조소호의 생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하지만 유민은 다르다.유민은 그의 심복이다.군적을 제명한 것 외에도 동해 전구 배치에 중요한 한 부분이 비어진 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리고 이젠 그 부분을 아마 스스로 메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서현우...... .”영지호는 원한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그는 서현우가 고의로 이렇게 한 것인지, 아니면 본래 서현우의 계획 속에 있었는지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다른 사람이랑 분석해 보려고 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말할 사람도 없었다.박씨 성을 가진 군신급 강자도 죽었고 유민은 군사 법정에 올라 군적도 잃었다.습니다.그는 갑자기 두 손이 잘린 것만 같았다.마음속에서 뜨거운 불이 타오르는 듯 영지호는 분통이 터질 것만 같았다.“휴대폰 가져와!”영지호가 소리쳤다.벽에 기대어 서 있던 부하는 지체하지 못하고 즉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공손하게 건네주었다.영지호는 휴대폰을 들고 두 번 만지작거리더니 서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때는 밤 11시.서현우는 방금 중영공항을 나섰다.휴대폰에 알 수 없는 번호가 나타났는데 이를 보고 있는 그의 눈빛은 사나웠다.그리고 수신 버튼을 누르며 선제공격으로 엄하게 소리쳤다.“날 죽이려고 환장했어!”영지호는 냉담하게 말했다.“서현우, 너네 딸이 죽어도 괜찮아?”“동해전구라고!”“동해전구에 가서 동요 군신을 죽이라고 한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하마터면 돌아오지 못할 뻔했다고!”“어찌됐든 동요군신은 죽지 않았으니 이번에 아무것도 못 줘.”서현우는 격노했다.“안돼! 당장 내놔!”“세 번째 조건은 내가 전화할 때까지 기다려.”영지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
[이 단약은 신농백초단이라고 하는데, 천하의 모든 독을 해독할 수 있다고 하는데, 솔이를 살릴 수 있을지는 나도 몰라.][근데 솔이를 살릴 수 없다 하더라도 넌 최선을 다해 솔이 살릴 거지?][사랑해.][솔이는 내 목숨이고 너도 마찬가지야.][현우야, 넌 이 나라의 영웅이고 나한테 국혼도 선물해 준 사람이야.][모든 여자가 꿈꾸던 결혼식을 현실로 만들어 주고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였어.][다른 사람들이 나보고 사모님이라고 부를 때 마다 난 너무 자랑스러웠어.][솔이가 중독된 후로부터 넌 너무 많은 걸 외로이 짊어지고 있었어. 근데 난 그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네가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하지 않기를 바래.][단언컨대 넌 이 나라의 영웅이고 내가 자랑스러워하고 모든 국민이 존중하는 영웅이야.][언젠가 이 모든 아픔과 슬픔을 겪고 나서 웃는 날이 올 거라고 난 굳게 믿고 있어.][당분간은 날 찾지 마. 어디에 있든 잘살고 있을게. 그리고 너랑 다시 만나는 그날을 기대하며 씩씩하게 보낼게.][널 만나고 널 사랑하건 내 생의 최고의 행운이야.][...... .]서현우는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 자국이 묻은 종이를 천천히 바라보았다.한 글자씩...... .글자마다 마음속 깊이, 영혼 속 깊은 곳으로 묻었다.그는 정신이 혼미해지고 눈빛이 흐리멍덩해졌다.진아름이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들고 얼마나 발버둥치는 심정으로 이 결별의 편지를 썼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마지막 한 글자까지 다 보고 나서 이 종이도 서현우의 떨리는 손에서 땅에 떨어졌다.서현우는 고개를 숙이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현우야...... .”서태훈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입술의 떨림을 멈추지 못했다.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를 거듭 때렸다.몸이 약하고 병이 많았던 서현우.어려서부터 온갖 괴롭힘을 당했던 서현우.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서현우.툭하면 욕을 먹고 무릎을 꿇고 부성애를 느껴본 적이 없는 서현우.탈주범 신분을 짊어지고 남강에 발을 들여놓은 서현우.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낯선 번호다.서현우가 수신 버튼을 누르자 오재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솔이는 어떻게 됐어?”서현우는 말이 없었다.답을 들은 듯한 오재훈은 탄식했다.“모든 고서를 뒤져봤지만, 단서가 없어.”서현우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오재훈이 처음으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절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네온의경의 첫 페이지에 뭐라고 썼는지 기억나?”오재훈이 물었다.그러자 서현우가 답했다.“천하에 약이 없는 독은 없다. 천하에 독이 아닌 약은 없다.”“더 이상 방법을 찾아 낼 수 없는 이상, 묘계의 땅으로 가보는 건 어때? 특수한 수단이 있을 지도 모르잖아...... 솔이를 살릴 수 있는 뭐언가가 나올지도 몰라.”그의 말에 서현우는 문뜩 눈을 부릅뜨며 감정이 격해졌다.‘맞다!’‘내가 왜 묘계 땅을 생각하지 못했을까?’‘노씨 할아버지와 노씨 할머니라면 방법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곧 가볼게요!”서현우는 전화를 끊고 급히 차를 몰고 총독부로 갔다.서현우를 접대하는 사람은 중년의 뚱보로 상인보다는 관리 같았다.“현우 도련님, 만호 인사 올리겠습니다.”뚱보는 서현우를 보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전투기 대기시켜.”서현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 잠시만요.”뚱보는 얼른 책상 위의 전화기를 들고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그는 전화를 끊은 후 말했다.“현우 도련님, 대기시켰습니다. 제가 바래다 드릴까요?”“아니, 혼자 갈게.”서현우는 몸을 돌려 가려고 하다가 갑자기 또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물었다.“천우성은 어디에 있어?”뚱보는 공손하게 말했다.“천 도지사님은 금용으로 압송되어 갔습니다. 지금은 천형사의 감옥에 있습니다.”“알았어.”서현우는 성큼성큼 떠나갔다.중영 수군 주둔지로 가는 도중에 서현우는 국주 용천범의 개인번호를 눌렀다.한참이 지나서야 용천범은 전화를 받고 담담하게 말했다.“무슨 일이야?”서현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중영
명용산맥.서현우는 구사일생했던 그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산을 넘고 명용산맥까지 넘는데 불과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윤하와 함께 걸었던 길을 따라 걷자, 정오쯤에 그 친절한 대나무집이 서현우의 시야에 들어왔다.“해가 뜨면 라야, 기쁨이 넘치네...... .”달콤한 노랫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져 새소리와 함께 어울러지니 잔잔하고 평온한 느낌을 안겨 주고 있다.서현우의 머릿속에는 문뜩 진아름과 솔이를 데리고 이곳으로 와서 은거할 생각도 잠시 떠올랐다.하지만 생각만 했을 뿐이다.앞으로 발걸음을 내디디자 햇살아래 대나무 집밖에 앉아 키로 약재를 널어말리는 윤하가 보였다.그녀는 여전히 예쁜 묘계 옷을 단정하게 차려 입고 있었다.움직이는 순간마다 함께 딸랑딸랑 울리는 작은 방울도 여전했다.행동 사이에 작은 방울이 딸랑딸랑 울렸다.인기척을 느낀 윤하는 누군가 뒤를 돌아보았다.오는 이가 서현우라는 것을 확인 했을 때, 윤하는 순간 멈칫거렸다.그러자 곧 청순한 얼굴에는 순수한 웃음이 피어났다.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햇살아래서 더욱 눈부셨다.“서...... .”윤하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려고 하는데, 걸음을 내디디자마자 멈추었다.예전의 모습과 달리 회백색으로 되어버린 머리카락을 보고 웃음이 사라졌다.“윤하야.”서현우가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현우 오빠...... .”윤하는 다시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면서 예쁜 얼굴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오빠 머리...... .”서현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괜찮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집에 계셔? 내가 여쭤볼 일이 좀 있어서 그러는데...... .”윤하는 서현우를 지그시 바라보았다.그리고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윤하는 까치발을 하고 손을 내밀어 찌푸리고 있는 서현우의 이마를 쓰다듬었다.그녀는 서현우의 초췌함과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현우 오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윤하가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그러자 서현우는 한 걸음 물러서면서 다시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윤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