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햇살이 눈 부신 날이다.서현우가 드디어 돌아왔다.그는 지금 한 걸음씩 천천히 서씨 저택으로 걸어 들어 오고 있다.“현우 도련님!”뇌창은 줄곧 문신처럼 대문을 지키다가 멀리서 서현우의 그림자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곧 그는 온몸을 벌벌 떨며 벼락을 맞은 듯 제자리에 그대로 멍해졌다.뇌창의 큰 목소리는 집안의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서태훈, 서나영, 홍성, 진개해, 조순자, 손량, 진국 군신, 상천랑, 강한송, 김윤희...... .소리를 듣고 그들은 웃음이 만발한 얼굴로 달려나왔다.서현우가 돌아왔다는 건 솔이를 구해 낼 방법이 생겼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들의 웃음은 곧 극도의 충격과 놀라움으로 바뀌게 됐다.서현우의 발걸음은 변함없이 차분했다.그는 등을 곧게 펴고 가슴을 활짝 열고 더없이 당당하게 걸어왔다.조각 같은 얼굴에는 사람을 살살 녹이는 웃음도 곁들여 있었다.얼굴이 창백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 이상한 점이 없어 보였다.“다들 계시네요?”서현우는 웃으며 말했다.“여기 서있지 말고 들어가서 얘기하시죠.”그의 말에 그들은 일제히 길을 비켰다.서현우는 저택 문으로 먼저 들어서다가 따라서 들어 오지 않는 그들을 보며 물었다.“날도 좋은데 밖에서 얘기 할까요?”그들은 억지로 웃으며 서현우의 걸음을 따라갔다.겨우 두 걸음 걸었는데 그는 화단에 국화가 산뜻하게 피어난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아빠, 엄마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셨던 꽃이네요. 아직 살아계셨다면 좋아하겠죠? 집에 꽃이 예쁘게 핀걸 보고...... .”서태훈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서나영은 자신의 입을 꽉 막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서현우는 또 몇 걸음 걷더니 흰 벽에 산수화가 그려져 있는 걸 잠시 자세히 살펴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멋지네! 이거 누가 그렸어? 나도 한번 배워야겠어.” 뇌창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입술을 떨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목이 막힌 듯 한마디도 하지 못
“아름아! 나 왔어!”서현우는 성큼성큼 뒤뜰로 들어갔지만, 진아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때 그는 가시덤불을 메고 땅에 무릎을 꿇은 좌권을 보게 된다.“현우 도련님! 머리가...... .”하얘진 서현우의 머리카락을 보고 좌권은 놀라기도 하고 죄책감이 밀려들기도 했다.미안한 마음에 그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이게 지금 뭐 하는 거야?”서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가 좌권을 일으키려고 했다.“현우 도련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죽을 놈입니다!”좌권은 허우적거리며 서현우에게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의 소리에 사람들은 이곳으로 부랴부랴 달려왔다.“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말 좀 해줘!”서현우는 그들을 보고 분노하면서 물었다.“현우 도련님...... .”애써 울음을 참고 있던 홍성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임국관이 범인이 밝혀냈습니다! 솔이한테 독을 내린 범인...... .”“누구?”서현우는 동공이 갑자기 확장되더니 광포한 살의가 히스테리 하게 터져 나왔다.손량과 진국 군신 외에는 그 누구도 침착을 유지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설사 서현우의 이 무서운 살의가 그들에게 발부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살의는 천적과 같은 공포감을 지니고 있다.홍성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범인은...... 좌권의 손자...... 좌민우 입니다.”범인의 이름이 밝혀지자, 서현우는 그대로 멍해졌다.아주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눈도 깜빡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한 참 지나서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아직도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있는 좌권을 바라보며 그는 간신히 치밀어 오는 분노를 삼키며 물었다.“네 손자였어?”좌권은 고통스웠러지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비록 믿고 싶지 않지만, 확실한 증거 앞에서 무작정 손자의 결백의 주장하는 것은 힘이 없었다.“좌민우는?”서현우는 좌권의 멱살을 잡고 광기를 드러냈다.그때 홍성이 대신 답했다.“
그는 용소희의 볼을 살짝 잡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짜내면서 말했다.“고마워 여보. 여보는 정말 내 생의 최고의 선물이야.”용소희 사랑에 푹 빠져 달콤한 웃음을 지었다.그리고 그녀는 볼을 가리키며 애교섞인 말투로 말했다.“뽀뽀해 줘.””그래! 내가 뽀뽀 해줄게.”영지호는 아이의 애교를 보는 듯한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용소희의 볼로 다가갔다.그는 마음속으로 용솟음치는 살의를 참으며 그녀의 얼굴에 가볍게 뽀뽀했다.“히히...... .”몹시나 만족한 용소희는 반짝반짝 빛나는 듯한 눈빛으로 영지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그러나 심취되어 있는 그녀와 반대로 영지호는 밀려오는 역겨움을 참으며 말했다.“소희야, 나 지금 동해 전구로 얼른 출발해야 해. 도착하면 전화할게! 밥 잘 챙겨 먹어.”“우리는 이제 막 결혼했는데, 어떻게 떨어져서 지내...... .”그녀의 말에 영지호는 그대로 멍해졌다.그러자 용소희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서프라이즈! 나 너랑 동해 전구 같이 가!”“뭐?”영지호는 감정이 다소 과격해져 살의가 하마터면 그대로 나타날 뻔했다.이러한 표정을 본 용소희는 단지 놀라움을 벗어나 너무 기뻐서 그러는 거라고 여겼다.“어때? 감동 받았어? 우린 부부고 난 네 아내잖아. 그럼, 당연히 여보 옆에서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그래야지...... .”말하면서 그녀의 얼굴에 붉은 노을이 피어올랐다.“우리 아이도 가져야 하잖아...... 내가 이름까지 생각해 놓았는데, 남자아이면 영규민그리고 여자아이면 영수지...... 어때? 이름 예뻐?””예쁘네...... .”그는 어느새 소매에 움츠린 손을 주먹을 꽉 잡아당겼다.손톱이 거의 손바닥에 박힐 지경으로 말이다.“근데 그곳은 조건이 너무 나빠...... 기후 조건도 좋지 않은데 나 따라가서 고생이라도 하면 어떻게...... 그럼, 내가 너무 못나 보이고 가슴 아프잖아. 그냥 금용에 남아있어.”영지호의 말에 크게 감동한 용소희는 감동 했다.“날 그렇게까지 아끼지 않아도 돼.”“내가
중영.서씨 저댁.모두가 한자리에 모여있지만, 침묵만이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안돼, 더는 안 돼.”손량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서 소리쳤다.“서현우 지금 너무 불안정해. 저러다가 통제력을 잃기라도 하면 어떻 할거야? 누가 쟤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 있기나 해?”“저도 오빠가...... .”서나영은 눈물을 터뜨리며 말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좌민우가 범인이라는 걸 알게 되더라도 오빠는 좌권 어르신한테 저렇게까지 않았을 거예요. 근데 지금은...... .”“어떡해요?”김윤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처음 보는 눈빛이었어요...... 현우 도련님이 저렇게 화를 내는 건 본 적이 없어요.”“어찌할 방법이 없네요...... .”강한송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솔이 몸에 있는 독이 제거되지 않는 한 아무런 방법도 없을 거예요.”그때 손량은 무언가 떠오른 듯 눈이 반짝였다.“그럼, 먼저 서현우부터 통제하자! 그리고 천용 군신더러 천용각 사람들 다 데리고 오게 하자!”“안 돼요!”홍성은 그의 의견에 즉시 반대했다.“그렇게 하면 오히려 자극만 더 될지도 몰라요. 일단 현우 도련님한테 문제가 생기면남강 전구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그게 무슨 뜻이야? 남강 전구로 날 협박하는 거야?”손량은 노호하며 소리쳤다.하지만 홍성은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고 무거운 소리로 말했다.“아무튼 현우 도련님을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서현우도 미쳤는데, 너네도 따라서 미치려는 거야?”손량은 위압을 발산하며 소리쳤다.“가만히 두었다가 용국에 얼마나 큰 재난을 초래할지 알기나 해?”“모릅니다! 근데 현우 도련님은 안 됩니다!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홍성은 손량의 위압을 무릅쓰고 한 글자씩 곱씹으며 눈에는 확고함과 고집이 가득했다.이때 뇌창도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칼을 뽑아 손량에게로 달려들었다.손량의 눈빛은 더없이 차가워졌다.“죽으려고 환장했어!”험악해진 분위기를 느끼고 서태훈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은 황급히 물러났다
금용 시간, 오후 12시 15분 32초.번화한 산책로의 백화점 외벽 전광판에는 광고가 나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소리가 나면서 전광판이 어두워졌다.거리를 누비고 있던 사람들은 다들 무의식중에 고개를 들어 어두워진 전광판을 바라보았다.같은 시간, 텔레비전을 보고 있든, 인터넷 플랫폼에서 각종 정보를 탐색하는 사람이든, 모두 갑자기 어두워진 스크린을 멍하니 보고 있다.“뭐야? 기록 깰 뻔했는데!”PC방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화를 내며 이어폰을 벗어 던지고 일어나 소리쳤다.“어떻게 된 겁니까? 품질 보장이 안 되면 문을 열지 말아야죠!”“고장 났어? 산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망연자실했다.“한창 틱톡 챌린지 찍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거야!”이따금 떠드는 소리가 중영 각지에서 들려왔다.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얼마 지나자 않아 모든 전자제품의 스크린은 다시 켜졌다.그리고 스크린에 나타난 화면은 아무런 표정도 없는 한 남자의 얼굴이었다.일련의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은 멍하니 있다가 그의 정체를 알고 놀라 소리쳤다.대부분의 사람들이 멍하니 있다가 놀라서 소리쳤다.그 남자는 바로 3일 전에 국혼을 거행했던 남자 주인공이었다.“서현우!”“현우 도련님!”서씨 저택에서 그들은 텔레비전에 나오고 있는 서현우를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삐걱-광전 빌딩의 신고를 받고 달려가고 있던 임진은 차의 중앙통제 스크린에 서현우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을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서현우......너...... .”광전 빌딩 제어실.서현우는 의자에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안녕하세요. 전 서현우라고 합니다! 제 딸이 지금 극히 보기 드문 독에 중독되어 앓고 있습니다.”말하면서 서현우의 표정은 점점 험상궂어졌다.“저를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뭐 상관없어요. 지금부터 그 누구든 제 딸의 독을 풀어 줄 수만 있다면 제가 3가지 소원을 들어드리죠.”잠시 멈추더니 서현우는 이어
“......국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 절 믿고 다들 움직여 주시죠! 단, 시간은7일입니다! 7일이 지나면 모든 건 거품으로 돌아갑니다!”동해전구, 군사저택.영지호는 휴대폰을 보면서 웃음을 지었다.그리고 영지호 앞에 서 있는 집사 같은 중년 남자가 공손하게 물었다.“도련님, 이제...... .”영지호는 웃으며 말했다.“범철아 네가 보기에는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7일 동안 시간을 더 줄까 아니면 지금 당장 목줄을 채울까?”만약 좌민우가 여기에 있다면, 그는 반드시 범철의 정체를 알아볼 것이다. 영지호가말하고 있는 범철은 바로 암암리에 그를 통제하고 협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범철은 마음이 조마조마하여 감히 그의 질문에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는 영지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고, 감히 함부로 추측할 수도 없었다.아니면 죽어도 어떻게 죽는지 무었 때문에 죽게 됐는지 영영 알지도 못한 채로 죽을 것이다.“어디 대답 좀 해 봐.”영지호는 기분이 좋은 듯 말투가 온화했다.그러나 그럴수록 범철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무릎을 꿇었다.“죄송합니다. 저도 어떻게 좋을지 모르겠습니다.”그러나 영지호는 내내 웃음을 유지하며 우아하게 말했다.“아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선택해 봐. 아니면 너부터 죽일까?”범철은 이마에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땀이 볼을 따라 주르륵 땅에 떨었다.“그......그게...... 제 생각에는 좀 지켜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좀...... 더 기다렸다가 서현우가 좀 더 절망했을 때...... 그때 잡아 오는 것도 좋다고 생각이 듭니다...... 통제하기도 쉬울 것 같고...... .”영지호는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영지호의 말을 듣고 그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그러나 한숨을 채 돌리기도 전에 영지호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근데 말이야...... .”법철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머리를 땅에 박고 감히 들어 올리지도 못했다.영지호는 아
10월 8일, 오후 6시 20분.서현우는 집 앞에 서서 어깨를 곧게 펴고 멀리 바라보았다.얼굴은 덤덤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꽉 쥔 주먹은 지금 그의 마음을 드러냈는데 사실 그는 지금 긴장하기 짝이 없다.이때 시야에 차 한 대가 나타났다.서현우는 흠칫하더니 망설임 없이 차를 향해 질주했다.삐걱-차를 몰던 홍성은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았다.불안하지만 기대에 찬 서현우의 그윽한 눈빛을 맞이하면서 홍성은 재빨리 차에서 내려 주머니에서 참신한 반지 함을 꺼내 건네주었다.“현우 도련님, 얼른 열어보시죠.”서현우는 이 반지 함을 보면서 오랫동안 손을 뻗지 않았다.복잡한 심경은 이미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현우 도련님!”홍성은 슬픔을 참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서현우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뻗어 반지함을 받았다.반지함은 가벼웠지만 서현우는 손을 떨고 있었다.마치 반지함에 무거운 세상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천천히 반지 함을 열었다.피처럼 붉고 유리구슬 크기의 단약 한 알이 눈앞에 나타났다.그리고 곧 피비린내가 만연해 왔다.마치 이 단약은 피로 만들어진 것만 같았다.서현우는 저택으로 돌아와 은침을 꺼내 조심스럽게 단약위에 묻은 가루를 조금 긁어내고 홍성에게 건네주었다.“안정산한테 줘.”비록 그는 상대방이 단약에 손을 쓰고 바보스럽게 보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인하고 싶었다.“네!”홍성은 물건을 가지고 가려고 한다.“잠깐, 정보 출처는 알아냈어?”홍성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죄송합니다만 메시지를 추적할 수 없었습니다.”서현우는 일찌감치 예상했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고 이어 물었다.“좌민우는? 소식 있어?”홍성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저었다.“죄송합니다...... 좌민우 역시 아무런 소식도 없습니다. 중영 전체를 샅샅이 뒤졌으나그림자조차 없었습니다.”“그럼, 살해된 세 사람 신원 정보는?”“어느 정도 윤곽은 잡혔지만, 아직 확실한 건 없습니다. 시스템에
중영, 손씨 저택.진씨 가문이 파산하기 전에 전력을 다해 지은 손씨 저택은 아직도 모든 것이 새것처럼 보인다.손량은 어두컴컴한 방에 혼자 앉아 주먹을 꽉 쥐었다.이마에 불끈 솟은 핏줄이 그의 분노를 드러냈다.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의 눈 밑 깊은 곳에서 깊은 망연함도 있었다.위풍당당하던 서원 총사령관이 지금, 이 지경까지 됐으니 말이다.그는 본래 서현우를 도와 배후를 찾아내고 다시 서원으로 돌아오기를 바랬었다.그러나 지금 그는 갈 길을 잃었다.서원으로는 돌아갈 수 없고 모든 것이 새로운 집도 집 같지 않았다.그에게는 가족도, 애인도, 친구도 없다.외롭게 혼자 덩그러니 큰 집에 앉아 무거운 공기만이 주위를 감돌고 있다.아무리 찬란한 햇빛이라도 앞길의 먹구름을 몰아낼 수 없다.‘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미풍이 불어오고 있다.손량은 즉시 고개를 들었다.입구에 햇빛을 등지고 우뚝 솟은 그림자가 서 있다.손량은 맹렬하게 일어나 손을 뻗자 우렁찬 소리가 텅 빈 방에 울려 퍼졌다.매서운 기운이 확산하면서 손량은 서현우를 노려보며 소리쳤다.“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찾아와?”“참을 수 없는 것은 참고, 짊어질 수 없는 것은 짊어져야 한다! 그래야 만이 서량 군신이라는 네 이름을 저버리지 않을까?”서현우는 칼을 겨누는 손량을 거들떠보지 않고 태연자약하게 다가와 의자에 앉아 물었다.“마실 거라도 좀 내와.”손량은 화가 나 이마에 핏줄이 한데로 모여들 지경이었다.“꺼져! 여긴 네 집이 아니라 우리 집이야!”그러나 서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100년 후 사서에서는 널 어떻게 평가할까? 내 생각으로는 ‘용감무쌍’이 제일인 거 같아.”쏴-눈처럼 하얀 칼날이 곧장 서현우를 향해 날아왔다!짠-그러나 칼날은 갑자기 사라졌다.손량은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서현우를 보았다.전력을 다해 일격을 가했는데, 서현우가 두 손가락으로 막아냈으니 말이다.‘이럴 수가!’손량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 믿어지지 않았다.비록 자신이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