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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10월 3일.

저녁 8시 반.

달이 휘영청 밝은 밤이다.

부드러운 바람이 어머니의 손길처럼 다정히 얼굴을 스다듬어준다.

남산 별장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그림자가 귀신처럼 남산 별장을 향해 밀려왔다.

별장 안, 솔이의 방에서 진아름은 솔이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늑대가 외할머니로 위장한 줄도 몰랐는데...... .”

솔이는 조용히 듣고 있다가 갑자기 엄마의 말을 끊었다.

“엄마, 이 여자아이가 혹시 알고 있는 건 아닐까요? 외할머니가 늑대에게 잡혀먹억었다는 걸...... .”

솔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진아름은 멍해졌다.

“그럼, 왜 모른 척을 했을까?”

그러자 솔이는 진지하게 말했다.

“이렇게 하면 시간을 끌 수 있고 사냥꾼이 와서 여자아이와 외할머니를 구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잖아요."

진아름은 또 멍해졌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웃으며 솔이의 포동포동한 작은 얼굴에 뽀뽀를 했다.

“그러네 우리 솔이 똑똑하네! 솔이 말대로 이 여자아이도 그렇게 생각했겠네.”

“히히히...... .”

솔이는 흐뭇하게 웃었다.

진아름은 책을 내려놓고 말했다.

“자, 이제 자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엄마, 내일 자고 일어나면 현우 아저씨 볼 수 있어요?”

솔이는 얌전히 이불 속에 누워 검은 포도처럼 크고 밝은 눈을 뜨고 물었다.

진아름은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사르르 녹아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엄마 잘 자요.”

“그래, 우리 솔이도 잘 자.”

진아름은 불을 끄고 솔이의 방을 나와 방문을 닫은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벽에 그녀와 솔이 그리고 서현우가 그려진 그림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입가에 감미로운 웃음을 자아내다.

“서현우, 잘 자.”

별장 밖, 잔디밭 옆에 손량은 게으르게 앉아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다.

진아름의 방 불빛이 꺼지는 것을 보고 깊이 한 모금 들이마시고 두 손가락으로 담배를 손에 쥐고 천천히 연기를 내뿜었다.

“약혼녀가 다른 사람이랑 결혼을 하려는데 여기서 지키고 있어야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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