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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춤을 추다

권하윤은 햇빛이 비치는 나무를 바라보더니 눈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춤 추는 걸 찍읍시다.”

춤을 추겠다는 말에 기자는 놀란 듯 하윤을 바라봤다. 이성호의 딸이라면 당연히 악기를 다룰 거라고 생각했는데 춤을 춘다니 실로 놀라웠다.

하윤은 오늘 심플한 흰 원피스에 화장기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검고 긴 머리를 풀어 헤쳤다.

이렇게 열심히 춤을 추는 건 오랜만이라서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몸에 익숙한 동작은 생각을 거치지 않고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햇빛 아래에서 하늘거리는 치맛자락은 아름다운 호를 그렸고 익숙한 동작은 옛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그때의 하윤은 아무 걱정 없는 소녀였다. 가장 큰 고민이라면 아버지가 춤을 배우는 것을 반대하고 매일 무용 수업을 받으려고 아버지를 속여야 하는 거였다.

긴 머리카락이 흩날리다가 떨어지며 몸 위에 떨어져야 할 햇빛을 가렸다.

아마 예전에 너무 많은 것을 얻어 이제는 점점 잃어가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를 잃고, 가족과 함께 할 기회도 잃고,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마저 잃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춤으로 승화되었고 또다시 핸드폰 동영상으로 기록되었다.

그저 동영상을 찍는 것이었지만 춤이 끝난 뒤 하윤은 몸을 살짝 숙여 인사했다.

그렇게 춤이 끝난 뒤, 하윤은 어색한 듯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춤을 춰서 조금 서툴러요.”

“아니요! 완벽했어요!”

여 기자는 흥분한 듯 말했다.

“혹시 조금만 저도 이 영상 인터뷰 내용에 담을 수 있나요? 시윤 씨 계정 태그 할게요.”

“그래요. 그럼 수고하세요.”

하윤은 싱긋 미소 지었다.

……

기자의 효율이 얼마나 높은지 두 시간도 안 되어 각 플랫폼에 영상을 계시했다.

게다가 방송국 계정이라 개인 계정보다 파로워나 관심도가 훨씬 많았고 또 화제성까지 더해져 특종 뉴스나 다름없는 시너지를 냈다.

그 때문인지 하윤이 영상을 올린 지 얼마되지도 않아 클릭수가 꽤 늘어났다.

[분명 예쁜 춤인데 왜 눈물이 나지?]

[아버지가 누명을 쓰고 투신하고 딸은 2년간 노력 끝에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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