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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의리

조씨 저택 거실.

웬 노인이 눈살을 찌푸린 채 손에 든 자료를 보고 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조관성의 아버지 조명섭이다.

하윤은 다소 고지식해 보이는 조명섭을 보며 잔뜩 긴장했다. 조명섭이 자기의 목적을 오해라도 하거나 정계에서 물러난 지 너무 오란 탓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봐 걱정이었다.

조용한 분위기 속, 숨소리와 종이 펼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뒤 부분을 볼수록 노인의 표정이 점점 풀어지더니 끝내 상냥한 표정으로 하윤을 바라봤다.

“이 증거들을 수집하느라 고생했네.”

“아닙니다. 조 국장님과 도준 씨의 누명을 풀려면 당연한 일인걸요.”

조명섭은 하윤의 말에 흐뭇하게 웃었다.

“의리 있는 처자군.”

물론 하윤이 이렇게 하는 건 자기 애인을 위해서지만 들을 수록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노인의 눈빛은 한 순간 날카로워졌다.

“증거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게 아니겠지?”

“그건…….”

하윤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확실히 원래 시스템 복제도 그렇게 사적으로 비행기 잔해에서 시스템을 손에 넣어 복구한 것도 그렇고, 모두 합법적으로 얻은 것은 아니다.

하윤은 간곡한 눈빛으로 조명섭을 바라봤다.

“역시 어르신의 눈은 속일 수가 없네요. 사실 내일이면 재판이 있는데 조 국장님의 죄가 확정되면 모든 걸 되돌릴 수 없을까 봐 그럽니다. 그 사람들의 죄를 물을 수만 있다면 불법적으로 증거를 수집한 죄는 제가 따로 받겠습니다.”

조명섭은 윤을 몇 초간 바라보더니 그녀의 진심을 보아냈는지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약하기만 한 계집애인 줄 알았는데 남자 하나 때문에 고생이군. 내가 인생 선배로써 어찌 젊은 처자에게 짐을 떠맡길 수 있겠나?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자네를 책망하는 게 아니네. 내가 물론 자네를 믿긴 하지만 이 모든 게 합법적인 수단으로 얻어낸 증거가 아니라 상대에게 꼬리를 잡힐 수 있다네.”

하윤은 조명섭의 말에 다급해졌다.

“그러면 이것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인가요?”

“당연히 그건 아니라네.”

조명섭은 잠깐 침묵하다가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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