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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다툼

예전 같았으면 도망친 지 얼마되지도 않아 사용인들에게 잡혔을 테지만 공씨 가문이 무너진다는 소문 때문인지 저택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비 속에서 권하윤은 홀딱 젖은 채 미친 듯 질주했다.

하지만 대문에 다다랐을 때 머리채가 누군가에게 잡히더니 뒤로 확 당겨졌다.

그건 다름 아닌 어느새 뒤따라온 공아름이었다. 공아름도 하윤 못지 않게 홀딱 젖어 있었다.

“감히 어딜 도망 가?”

“이거 놔!”

두 사람은 어느새 바닥에서 구르며 다투기 시작했다.

하윤보다 몸집이 조금 더 있는 공아름은 어느새 우위를 점하고는 미친 듯 하윤을 바닥에 누르며 소리쳤다.

“민도준 어디 있어? 당장 나오라고 해!”

번개가 밤하늘을 가르는 순간, 아름다운 공아름의 얼굴이 섬뜩하게 번뜩였다.

목이 졸린 하윤은 숨을 쉬려고 자꾸만 입을 벌렸고 그때마다 하윤의 입 안에 빗물이 들어갔다.

점점 질식해 가는 하윤의 표정을 본 순간 공아름은 더 흥분했다. 심지어 손을 놓기는커녕 하윤의 목을 더 꽉 조이는 탓에 잘 다듬은 그녀의 손톱이 하윤의 살을 파고 들었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공아름은 심지어 도준이 하윤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서로 뒹구는 장면까지 상상했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오빠를 빼앗아 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집안까지 망가뜨린 하윤을 공아름은 죽이고 싶었다.

벌겋던 얼굴이 쟃빛으로 변하는 사이, 하윤은 바닥을 더듬으며 아무것이라도 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그때.

“펑!”

아름은 손에 잡힌 화분으로 공아름을 세게 내리쳤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공격을 당한 공아름은 몸을 움찔 하더니 이내 바닥에 쓰러졌고 그제야 하윤은 공기를 탐하듯 숨을 크게 들이켰다.

“콜록콜록…….”

그렇게 한참 동안 숨을 헐떡이며 호흡을 되찾은 하윤은 바닥이 흥건해질 정도로 흐른 시뻘건 피에 흠칫 놀랐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다행히 손가락을 공아름의 코 밑에 대보니 미세하지만 호흡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 두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하윤은 얼른 핸드폰을 꺼내 구급차를 부르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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