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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기념을 남기다

늦은 밤, 하윤은 도준의 품에 파고 들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안도감에 잠이 솔솔 몰 려 오려던 찰나, 하윤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도준에게 물었다.

“참, 그동안 주림 선배와 선배의 할아버지는 잘 지냈어요?”

도준은 어둠 속에서 자기 가슴 위에 엎드린 여자의 등을 토닥였다.

“응, 잘 있어.”

솔직히 하윤은 두 사람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직 퇴원하지도 않은 도준의 곁을 떠나기 싫어 물으려던 물음을 다시 삼켰다.

하지만 의외로 도준이 먼저 말을 꺼냈다.

“두 사람 지금 경성에 있어. 내일 비행기 준비해 줄 테니까 한번 가 봐. 나는 해원에서 일 다 처리하면 찾아 갈게.”

도준은 어안이 벙벙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 혼자 경성으로 돌아가라고요? 싫어요. 안 갈래요. 도준 씨 곁에서 돌봐 줄 거예요.”

그 말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도준은 하윤의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본인이 여기 남아 있는 게 내 상처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순간 아까 욕실에서 벌어진 일이 생각 난 하윤은 할 말을 잃었다. 확실히 방해만 되는 듯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하윤은 망설여졌다.

“그래도…….”

“말 들어.”

도준은 하윤의 손을 꼭 잡았다.

“하윤 씨와 소혜가 찾은 그 증거에 문제가 있어 추형탁과 공씨 가문이 재기할 기회를 엿보고 있어. 하윤 씨가 여기 남아 있으면 상대방한테 빌미만 제공하는 꼴이야. 그러니까 말 들어.”

하윤은 입을 뻐끔거리며 반박하려 하다가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다시 만난 도준과 또 헤어질 생각을 하니 하윤의 마음은 순간 나락으로 떨어져 풀이 죽었다.

이에 도준은 하윤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되물었다.

“왜 그래? 싫어?”

“아니요. 그냥…….”

하윤도 도준이 작기를 걱정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걸 알고 있기에 얼른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래도 헤어지기 싫은 마음은 여전했기에 하윤은 도준의 품에 고개를 파묻으며 웅얼거렸다.

“도준 씨랑 헤어지기 싫어서요.”

“이번이 마지막이야.”

등을 토닥이는 도준의 손길이 느껴지자 하윤은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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