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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검은 속내

“그리고…….”

정다정은 눈시울이 불어진 채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줌마가 저더러 희겸 오빠 방에서 지내게 해요. 앞으로 희겸 오빠와 결혼하면 매일 같이 살아야 한다면서.”

그 말을 듣는 순간 권하윤은 분노라 치밀어 올랐다.

아까 성희겸을 본 바로, 그의 지력에 문제가 있는 게 뻔했다.

‘감히 이런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니.’

하윤은 크게 심호흡 하고 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희겸이 너한테 무슨 짓 했어?”

다정은 고개를 저었다.

“희겸 오빠가 침대에서 자지 못하게 해서 계속 바닥에서 잤어요.”

그 말에 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박희숙의 검은 속내에 소름이 끼쳤다.

‘고작 13살 밖에 안 되는 어린 여자애한테 온갖 잡일을 시킨 것도 모자라 한평생을 이런 지옥 속에 묶어 두려 하다니.’

이 사실을 정일용도 아마 알고 있을 거다.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다정을 이 집에 넘겨줬다는 건 무조건 이득을 챙겼을 게 뻔하다.

‘이 짐승만도 못한 놈!’

그때, 박희숙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는지 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나왔다.

“물어볼 거 다 물어봤으면 돈이나 주고 얼른 나가!”

여자의 뻔뻔한 태도에 하윤은 냉소가 흘러나왔다.

“인신 매매를 했으면서 지금 돈 달라는 겁니까?”

하윤의 단어 선택에 놀란 박희숙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지금 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이윽고 다정을 삿대질하며 부들부들 떨었다.

“이 계집애가 감히 거짓말로 사람을 모함해? 이리 오지 못해?”

다정은 너무 놀라 가녀린 몸을 하윤의 뒤에 숨기고는 울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 거짓말 안 했어요.”

상황이 악화되자 양육비는 물 건너갔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박희숙은 다시 악랄한 태도로 하윤을 내쫓았다.

“당신이야 말로 인신매매범 같은데 당장 우리 집에서 나가! 둘 다 나가라고!”

상대의 반응을 보자 하윤은 자기의 추측이 대충 맞았다는 걸 알아챘다.

이에 곧바로 다정을 보호하며 박희숙에게 겁을 줬다.

“돈을 지불하면 다정이 그쪽 집안 사람이 되는 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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