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혁은 갑자기 쳐들어 갔다가 또 어제와 같은 상황을 보게 될까 봐 동의를 구하고 나서야 안으로 발을 들였다.그러고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하윤 씨, 좋은 아침이에요. 아침 식사 중이었어요?”분명 인사를 건넨 상대가 권하윤이었지만 민도준이 귀찮은 듯 대답을 가로챘다.“할 말 있으면 빨리 해.”“어…….”민혁은 하윤을 힐끗 바라봤다.그제야 하윤은 자기의 존재가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솔직히 예전이었다면 눈치 챈 순간 하윤은 얼른 자리를 피해줬을 거다. 하지만 도준과 한 마음 한 뜻이 된 지금 ‘내가 못 들을 게 뭐 있어?’ 라는 자신감이 들었다.이에 하윤은 도준을 바라봤다.하지만 도준은 하윤의 머리를 꾹 누르며 밖으로 내쫓았다.“밖에서 혼자 놀고 있어. 이따가 부를게.”하윤은 도준의 결정이 서운했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문을 나선 뒤, 굳게 닫힌 문을 보며 가슴이 답답했다.‘설마 도준 씨가 나를 못 믿나?’‘하긴, 내가 그동안 한 거짓말이 얼만데, 못 믿는 것도 당연해.’‘그런데 본인이 없던 일로 하겠다고 했으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지?’‘잃기 전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는 건’ 사랑에 빠진 남녀가 꼭 알아야 하는 도리인 듯싶다.‘이제는 도준 씨의 눈빛 하나, 말 한마디에 내 기분이 좌지우지되는데.’별의별 생각을 하며 우울해하던 하윤은 이내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버렸다.‘도준 씨가 나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 나를 위해 뭐든 다 해주는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냥 내가 아는 게 많을수록 위험할까 봐 일부러 안 알려줄 수도 있잖아.’스스로 마음을 달랜 하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아래층으로 내려 가 나무 그늘 밑에서 산책했다.오늘 날씨는 무척 화창해 햇빛이 쨍쨍 비쳤다. 이에 하윤은 일부러 나무 그늘만 찾아 다니며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까? 병원 근처에서 호떡을 파는 가게를 발견 하윤은 얼른 호떡 하나를 사 들고 도준과 함께 나누어 먹을 계획을 세웠다.하지만 호
‘알았다고?’‘뭘 알았다는 거지?’권하윤은 호기심에 사로잡혀 문에 더 바싹 붙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공아름의 목소리가 문을 뚫고 병실 밖에 전해졌다.“우리 집안 망가트린 게 공은채 때문이죠? 공은채랑…….”공아름의 말에 잔뜩 긴장하고 있을 때, 문이 갑자기 열리는 바람에 하윤과 민혁이 동시에 병실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하윤이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자 민혁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변명했다.“미안해요. 너무 긴장해서 문손잡이를 눌러 버렸어요.”갑작스러운 변고에 하려던 말이 끊긴 하윤은 방안에 나타난 하윤을 본 순간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댔다.“뭐야? 감히…….”공아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그녀의 갖은 노력에도 꿈쩍하지 않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눈살을 찡그렸다. 하지만 분명 인내심이 한계치에 도달한 듯한 표정인데도 화를 내기는커녕 손을 내밀었다.“일어나.”몰래 엿듣다가 들켜버린 하윤은 우물쭈물 하며 도준의 손을 잡고 일어나더니 곧바로 잘못을 뉘우쳤다.“죄송해요. 일부러 엿들을려고 한 게 아니라 방해할까 봐 그랬어요.”그 시각, 옆에서 혼자 일어선 민혁은 하윤의 말에 엄지를 척 내밀었다.‘역시 대단하다니까. 애인과 연적을 위해 자리를 비켜 주다니 참 대단해.’도준은 잔뜩 겁을 먹은 하윤을 흘끗 내려다봤다.“이젠 하다하다 엿듣기까지 해? 문에 끼우기라도 하면 어쩌려고.”‘그러는 자기는, 다른 여자와 밀회하지 않으면 내가 이러겠냐고!’하윤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속으로만 투덜댔다.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에 공아름은 진심이 짓밟히다 못해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공씨 가문의 변고 때문에 공아름은 예전처럼 빛나지 않았다. 심지어 머리는 산발이 된 채 두 사람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아주 좋아.”공아름은 비틀거리며 앞으로 더 다가가 자기를 괴롭히듯 두 사람을 눈에 새기더니 매니큐어를 바른 손가락으로 하윤을 삳대질했다.“도준 씨가 진짜 너 사랑하는 것 같아? 넌 그냥 이용당하는 것뿐이야! 도준 씨가 사랑하는
물론 말은 이렇게 했지만 권하윤은 마음이 무거웠다.솔직히 민도준이 그간 했던 모든 일이 공은채를 너무 사랑해서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만 공은채와 공태준의 어머니에 관한 얘기를 들은 뒤 모든 의심을 던져버렸었다.하지만 눈 앞에 벌어진 상황 때문에 그 두가지 일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다.도준과 공은채의 시작이 공은채가 도준 어머니의 신체 기관을 기증 받아서라고 해도 두 사람은 충분히 서로 사랑할 수 있다.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하윤은 가슴이 답답해나기 시작했다.하지만 하윤의 감정이 점점 북받칠 때, 도준이 그녀의 미간을 꾹 짚었다.“왜 또 혼자서 땅 파?”속내를 들킨 하윤은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식으로 더 이상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화 나는 걸 어떡해요! 민혁 씨랑 무슨 비밀스러운 얘기를 나누려고 나는 밖으로 쫓아내고, 그것도 모자라 아침밥 사러 가는 사이 공아름 씨랑 밀회나 하고. 전 여친도 계속 언급하고! 아주 화 나서 미치겠어요!”“뭔 불만이 그렇게 많아?”끊임없이 불만을 얘기하는 하윤의 모습에 도준은 피식 웃더니 하윤을 자기 품에 꼭 끌어안았다.“난 하윤 씨 하나면 충분해. 다른 사람 생각할 겨를도 없어.”하윤은 콧방귀와 함께 고개를 홱 돌리며 여전히 화가 났다는 걸 강력 어필했다.그때 도준이 하윤의 턱을 잡아 돌리더니 허리를 숙여 하윤과 닿을 락 말 락 할 거리에서 멈췄다.“그렇게 불안하면 날 뽑아 먹어. 그러면 내가 다른 사람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날 거잖아.”“싫거든요.”도준의 노골적인 말에 하윤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 투덜거렸지만 태도는 전보다 많이 누그러들었다.그러다 끝내 고개를 들어 도준을 보더니 화가 난 듯 도준의 가슴을 쿡쿡 찔러댔다.“도준 씨가 다른 사람 좋아하면 저는…….”“음? 어떻게 할 건데?”“도준 씨가 찾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가서 만나주지 않을 거예요!”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도준이 하윤의 허리를 세게 휘어 감았다. 그 힘이 어찌나 셌는지 하윤은 낮
한참을 걸어 나왔지만 콩닥거리는 마음이 여전히 진정이 되지 않았다.자기의 머리를 만지는 와중에도 하윤은 민도준이 곁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 시각, 운전석에 앉은 한민혁은 백미러로 바보처럼 행동하는 하윤을 보며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두 사람은 미리 약속한 대로 경성에 돌아가기 전 장옥분의 딸을 보러 갔다.흥덕 마을에 도착한 두 사람은 헬기에서 내려 택시를 잡으러 나섰다.그렇게 차에 오른 뒤, 민혁은 하윤을 바라봤다.“그 아이가 어디 사는지 알아요?”“어…….”하윤은 그제야 장옥분의 집 주소를 모른다는 심각한 문제를 발견하고 말았다. 결국 기사더러 북적거리는 거리에 내려 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다행히 흥덕 마을에는 주민이 많지 않은 데다 장옥분이 남편을 죽인 사건이 일대에 소문이 나는 바람에 두 사람은 수소문해냈다.장옥분의 딸은 남편의 성을 따라 정씨를 사용했고 가족이 직접 지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쿵쿵쿵.”“안에 사람 있어요?”하윤이 집 대문을 한참 동안 두드렸지만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결국 집에 사람이 없는 줄 알고 떠나려던 그때, 갑자기 문이 안에서 열렸다.“문은 왜 두드리고 난리야?”문을 열고 나온 남자는 위통을 벗고 꼬질꼬질한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심지어 문을 여는 순간 술냄새가 진동했다.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자 하윤은 어색하게 웃었다.“안녕하세요. 저는 장옥분의 친구인데요.”“그 재수없는 X 친구라고? 그 X한테 무슨 친구가 있다고!”남자는 졸린 눈을 비비고는 하윤의 깨끗한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이윽고 위아래로 훑더니 점점 노골적인 시선으로 하윤을 쳐다봤다. 그 시선에 불편함을 느낀 하윤은 이내 뒷걸음 쳤다.“혹시 누구시죠?”“시동생인데.”집에 방이 두개 있는 걸 보니 형제가 같이 산 모양이었다.이에 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질문했다.“저는 옥분 언니 딸을 보러 왔는데, 혹시 다니는 학교를 알 수 있을까요?”장옥분의 딸을 언급하자 남자는 이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이 곳인 것 같아요.”한민혁은 앞에 보이는 3층짜리 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괜찮아 보이는 가정 형편에 하윤은 남자의 말이 진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또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 봐 집 문을 두드렸다. 이번에 문을 두드린 사람은 민혁이었다.그리고 그 소리에 나와 문을 연 사람이 바로 장옥분의 딸 정다정이었다.여자애는 겁에 질린 듯 고개를 반쯤만 내놓고 물었다.“누구세여? 누구 찾아요?”……저택에 들어서는 순간 정원에 걸려 있는 침대 시트와 채 씻다 만 채소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정원에 아무도 없는 걸 봐서는 이 모든 걸 다정이 혼자 했다는 뜻이다.하윤은 그제야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다정이 민혁을 무서워한다는 걸 눈치 챈 하윤은 민혁을 문 밖에서 기다리도록 하고 다정을 향해 싱긋 웃었다.“다정아, 난 엄마 친구야.”엄마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다정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비쩍 말라 볼살도 없는 얼굴에 그리움이 가득 묻어 나더니 끝내 눈물을 흘렸다.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다정을 보자 하윤은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무서워할 거 없어. 언니는 네 엄마랑 아주 친한 친구거든. 엄마가 너 보살펴 달라고 해서 온 거고.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언니한테 말할 수 있어?”다정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불안한 듯 꼭 붙이고 선 다리 하며, 계속 마주 비벼대는 손을 보면 다정이 얼마나 겁 많은 아이인지 알 수 있었다.하지만 하윤이 뭘 좀 알아내기도 전에 집 주인이 돌아왔고 하윤을 보자마자 싸늘한 눈초리를 날렸다.“당신 누구야?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여자와 함께 들어온 남자애는 심지어 하윤에게 돌멩이를 뿌리며 욕설까지 퍼부었다.“꺼져! 엄마가 꺼지라잖아! 꺼져!”한 번에 하윤을 맞히지 못하자 남자애는 또 돌멩이를 주어 들었다. 하지만 막 하윤에게 던지려 할 때, 민혁이 나타나 아이의 손목을 잡았다.“어린 놈이 어디서 못 된 것만 배워가지고!”남자애는 아픈 듯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아우성쳤
권하윤은 고개를 돌리며 놀란 듯 연기했다.“혹시 옥분 언니가 양육비를 남긴 걸 몰랐어요?”박희숙은 돈이라는 말에 더 이상 하윤을 내쫓지 않았다. 오히려 하윤이 말한 양육비를 손에 넣기 위해 손을 허리춤에 얹고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당연히 알지. 얘는 우리가 키우고 있으니 그 양육비는 당연히 우리 거 아니겠어? 돈이나 당장 내 놔!”하윤은 당당한 태도로 말하는 박희숙을 위아래로 훑었다.“양육비는 보호자한테 줘야 하는데 입양 절차는 밟았나요?”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박희숙을 보자 하윤은 이 집에서 다정을 입양할 때 정식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일이 쉽게 돌아가네.’그때 박희숙이 또 횡포를 부리기 시작했다.“입양이고 뭐고 얘가 우리 집에서 살면서 먹고 자고 하는데 양육비는 우리가 갖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그쪽이 다정이를 키우고 있는 게 확실하다면 이 양육비를 줄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 전에 다정이한테 확인해 보고요.”“확인?”박희숙은 잔뜩 경계한 듯 물었다.“무슨 확인?”“다정이랑 따로 얘기를 나눠 봐야겠어요.”“무슨 예기?”하윤은 박희숙이 원치 않는 티를 팍팍 내자 오히려 미련 없이 떠날 것처럼 굴었다.“물어보는 게 그렇게 싫으면 됐어요. 다정이 삼촌이 이 마을에 있다고 하던데 다정이 삼촌한테 물으면 되죠 뭐.”“저기, 잠깐만.”돈이 그 주정뱅이 손에 들어가면 또 흥청망청 써버려 없어질 게 뻔하자 박희숙은 마지못해 다정을 하윤 쪽으로 밀었다.“물어봐. 그런데 이 정원 안에서 물어야 해.”“아들, 엄마랑 방에 들어가자.”남자애는 불만 가득한 말투로 떼를 썼다.“싫어요. 전 돌멩이 던지는 게임 할 거란 말이에요.”“성희겸! 엄마 말 들어. 엄마가 이따가 돌멩이 많이 주어 줄게, 어때?”시간에 쫓기자 하윤은 얼른 다정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물었다.“다정아, 이곳에서 지내는 게 즐거워? 만약 즐겁지 않다면 언니와 함께 떠나자.”다정은 겁에 질린 눈빛으로 방 쪽을 슬쩍 바라봤다. 그 시각, 박희숙이 창
“그리고…….”정다정은 눈시울이 불어진 채로 말을 이어나갔다.“아줌마가 저더러 희겸 오빠 방에서 지내게 해요. 앞으로 희겸 오빠와 결혼하면 매일 같이 살아야 한다면서.”그 말을 듣는 순간 권하윤은 분노라 치밀어 올랐다.아까 성희겸을 본 바로, 그의 지력에 문제가 있는 게 뻔했다. ‘감히 이런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니.’하윤은 크게 심호흡 하고 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성희겸이 너한테 무슨 짓 했어?”다정은 고개를 저었다.“희겸 오빠가 침대에서 자지 못하게 해서 계속 바닥에서 잤어요.”그 말에 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박희숙의 검은 속내에 소름이 끼쳤다.‘고작 13살 밖에 안 되는 어린 여자애한테 온갖 잡일을 시킨 것도 모자라 한평생을 이런 지옥 속에 묶어 두려 하다니.’이 사실을 정일용도 아마 알고 있을 거다.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다정을 이 집에 넘겨줬다는 건 무조건 이득을 챙겼을 게 뻔하다.‘이 짐승만도 못한 놈!’그때, 박희숙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는지 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나왔다.“물어볼 거 다 물어봤으면 돈이나 주고 얼른 나가!”여자의 뻔뻔한 태도에 하윤은 냉소가 흘러나왔다.“인신 매매를 했으면서 지금 돈 달라는 겁니까?”하윤의 단어 선택에 놀란 박희숙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지금 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이윽고 다정을 삿대질하며 부들부들 떨었다.“이 계집애가 감히 거짓말로 사람을 모함해? 이리 오지 못해?”다정은 너무 놀라 가녀린 몸을 하윤의 뒤에 숨기고는 울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저 거짓말 안 했어요.”상황이 악화되자 양육비는 물 건너갔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박희숙은 다시 악랄한 태도로 하윤을 내쫓았다.“당신이야 말로 인신매매범 같은데 당장 우리 집에서 나가! 둘 다 나가라고!”상대의 반응을 보자 하윤은 자기의 추측이 대충 맞았다는 걸 알아챘다.이에 곧바로 다정을 보호하며 박희숙에게 겁을 줬다.“돈을 지불하면 다정이 그쪽 집안 사람이 되는 줄 알아요?
합의서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그건 바로 박씨 집안에서 정일용에게 1000만원을 주는 대가로 다정을 박씨 집안에 넘긴다는 거였다.위에 있는 사인과 지장을 보자 권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민혁더러 1000만 원을 가져오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결국 돈과 사람을 바꾸는 것에 성공하나 싶었지만 하윤이 다정을 데려 가려는 찰나, 박희숙은 또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잠깐!”박희숙이 또 자기를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는 생각에 다정은 겁을 먹고 하윤의 손을 꽉 잡았다.그 모습을 본 하윤은 오히려 다정의 손을 꼭 잡으며 용기를 북돋아 주고는 몸을 돌렸다.“돈도 받았으면서 설마 말 바꾸려는 겁니까?”“쟤가 우리 집에서 먹고 자고 한 값도 치러야지.”박희숙이 다정을 가리키며 대답했다.민혁은 낯 두꺼운 박희숙의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올라 버럭 소리쳤다.“이 애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그럽니까? 당신 집에서 소처럼 일한 것만으로도 먹은 밥 값 지불하고도 남겠구만!”“그건 내 알 바 아니지. 돈 안 주면 그 계집애 끌고 당장 정일용 찾아가 정일용한테 애를 넘길 테니 그렇게 아셔.”“이봐요…….”“민혁 씨, 돈 줘요.”민혁이 버럭 화를 내려던 순간, 하윤이 민혁의 말을 잘랐다.하지만 하윤의 동의가 떨어지자 여자는 오히려 더 뻔뻔하게 나왔다.“500!”“그래요.”하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희숙에게 돈을 이체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동작에서 돈을 뜯긴 아까움 보다는 다정을 이 지옥에서 빼낼 수 있다는 안도감이 더 잘 보였다.하지만 민혁은 여전히 억울했는지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저 여자 좋은 일만 해 줬네.”이윽고 고개를 돌려 하윤을 보더니 이제 가도 되는지 질문했다.그 말에 하윤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 경찰서로 가요.”“오케이…… 네?”……경찰서를 가는 길에 하윤은 도준의 전화를 받았다.“대체 뭐 하느라 아직도 출발 안 했어?”못 말린다는 듯 묻는 도준의 말에 하윤은 잔뜩 화가 난 말투로 방금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