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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합법적인 관계

민도준은 고개를 돌려 권하윤을 빤히 쳐다봤다.

“우리 부처님께서 또 은혜를 베풀기 시작한 거야?”

“도준 씨가 몰라서 그렇지 그 언니 정말 불쌍한 사람이에요. 매일 남편한테 맞다가 고작 한번 반격했는데 실수로 상대가 죽어 버렸거든요. 게다가 살인도 사형도 무섭지 않다고 하는데 딸이 그 일 때문에 슬퍼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래요.”

하윤은 말하면서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사실 저는 제 상황이 엄청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누구나 다 사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감개무량한 듯 한바탕 감회를 늘어 놓은 하윤은 여느 때처럼 자기를 놀려대지 않는 도준을 보자 적응이 안 되는 듯 되물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하윤의 말에 도준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뭐라고 말해야 해?”

“제가 순진하다고, 그 사람들이 나약한 거라고 왜 놀리지 않아요?”

“갑자기 하윤 씨 말도 맞는 것 같아서.”

도준은 하윤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 모습에 하윤은 아연실색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헐, 이게 무슨 일이래? 설마 머리라도 다쳤나?”

“됐어. 그만하고 얼른 자.”

그동안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제대로 잔 적 없던 하윤은 처음으로 편히 잠들었다.

하지만 하윤이 곤히 잠 자는 동안, 남자는 짙은 눈동자로 하윤을 빤히 쳐다봤다.

……

아침 9시에 눈을 떠보니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오히려 아침 밥을 사서 하윤 앞에 대령했다.

“이제야 일어나는 거야? 얼른 씻고 아침 먹어.”

“왜 깨우지 않았어요? 아침은 제가 사왔어야 했는데.”

하윤은 눈을 마구 비비더니 침대 앞에 우뚝 서 있는 도준을 멋쩍게 바라봤다.

그런 하윤을 도준은 침대에서 일으켜 세우며 재촉했다.

“됐어. 기다리다가 굶어 죽을 일이 있어? 얼른 씻고 밥 먹어.”

그렇게 맞이한 아침 식사 시간에 도준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의 입에서 경성과 비행기라는 단어를 들은 하윤은 이제 곧 혼자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입맛이 사라졌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를 끊은 도준은 하윤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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