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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속임수

조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 측에서 가족들에게 순차적으로 전화를 돌리고 있어요.”

그 말인 즉 아직 권하윤의 순서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민도준을 찾았다는 말만으로도 하윤의 눈시울은 이내 붉어졌다. 하윤은 애써 눈물을 참으며 몸을 숙여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그럼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요.”

이윽고 옆으로 가 순서를 기다리려던 순간, 조관성이 하윤을 불러 세웠다.

“민 사모님, 이미 왔으니 같이 가봅시다.”

“정말 그래도 되나요? 정말 고맙습니다.”

하윤은 무척 흥분됐지만 규칙을 알고 있었기에 무턱대고 조관성을 따라 병실로 쳐들어 가지 않았다. 그저 병실 밖에서 기다릴 뿐.

사실 진짜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사람도 조관성 뿐이었다.

문병을 온 조관성은 조종사들을 빙 둘러보고 나서 맨 마지막에 도준의 병실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손에 링거를 꽂고 있는 도준의 모습을 보자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안 다쳤잖습니까.”

“우리 애기를 속이려면 제대로 연기 해야죠.”

도준은 포도 한 알을 공중 위로 높이 뿌려 입으로 받아먹으며 대답했다.

“이건 명백한 의료 자원 낭비입니다.”

조관성의 싸늘한 말투에 도준은 붕대를 칭칭 감은 손을 머리 뒤에 베고 껄렁한 자세를 취하며 대답했다.

“제가 방값 대신 나중에 크게 기부할게요.”

“방값이요? 병원을 뭐로 생각한 겁니까?”

조관성은 이제 고작 마흔이지만 오랫동안 높은 지위에 있은 터라 사람을 억압하는 위엄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면 병원 의료기기를 모두 새로 바꿔 주시죠.”

“이봐요. 조 국장님, 이거 사람 너무 갉아먹는 거 아닙니까?”

조관성은 도준의 말을 듣지 못한 척하며 말머리를 돌렸다.

“추 부장 쪽에서 여전히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요. 그간 세력을 다져온 탓에 죄를 물으려면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사모님이 가져온 증거도 합법적인 것이 아니라 그걸 물고 늘어질 수도 있고.”

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에 든 라이터만 만지작거렸다. 원체 정서를 드러내지 않는 도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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