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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새로 갈다

“제가 씻는 거 도와 줄게요.”

권하윤은 팔소매를 걷어붙이며 열정적으로 달려 들었다.

하지만 작은 손이 민도준의 옷에 닿기도 전에 남자는 그녀의 손을 낚아채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이야?”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그냥 샤워하는 것만 도와주겠다는 뜻이었어요. 다른 의미 없었다고요!”

노골적인 도준의 눈빛에 하윤은 황급히 부정했다.

이윽고 붕대를 칭칭 감은 도준의 팔을 보며 말을 이었다.

“함부로 할 생각 하지 마요. 아직 상처도 채 안 나았잖아요.”

“걱정하지 마. 함부로 하지 않을 테니까.”

도준은 말하면서 하윤을 쓱 훑었다.

“그런데 옷 입고 씻겨 줄거야?”

도준의 눈빛에 하윤은 순간 발가 벗겨진 느낌이 들었다.

아무 의미 없는 건강한 샤워가 이상한 쪽으로 변질될까 봐 욕실로 들어가기 전 하윤은 슬립 원피스는 남겨 두었다.

하지만 욕실 안으로 들어섰더니 도준이 부끄럼 없이 당당하게 선 채로 허리춤에 손을 얹고 있었다.

“어떻게 씻겨줄지 말해 봐.”

도준이 입원한 곳은 욕실이 딸린 vip 병실이긴 하지만 집 욕실처럼 널찍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도준이 키가 워낙 큰 바람에 좁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 때문인지 도준의 그림자까지 드리우자 하윤은 당장이라도 잡아 먹힐 것만 같았다.

갑자기 느껴지는 압박감에 샤워 부스를 잡으려고 손을 뻗는 동작마저 조심스러웠다.

“이거로 해요. 안 그러면 붕대가 젖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 시작해.”

하윤은 잔뜩 긴장한 채로 도준의 샤워를 도와줬다.

도준이 가만 있지 못할까 봐 걱정했던 것도 무색하게 샤워하는 내내 도준은 하윤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

오히려 긴 하늘거리는 슬립 치마를 입은 데다 축축한 열기 때문에 실크로 된 원단이 하윤의 몸에 점점 달라붙었고 뒤에 질끈 묶은 머리가 점점 풀어지며 앞으로 흘러내려 발갛게 물든 얼굴에 달라붙으며 분위기를 이상한 쪽으로 몰고 갔다.

게다가 물기를 머금은 채 남성미를 뽐내고 있는 도준의 근육을 볼 때마다 호흡이 가빠져 하윤은 점점 대충하기 시작했다.

“대충 다 된 것 같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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