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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사람 속이기 어렵다

여자는 약간 차가우면서도 말랑말랑한 얼굴을 남자의 목덜미에 문질렀다. 심지어 지난 한달 동안 자기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잊은 듯 말투마저 애틋함이 흘러 넘쳤다.

그런 권하윤의 모습에 민도준은 혀끝을 잘근잘근 씹어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젠장, 사람 속이기 참 어렵네. 어쩜 남한테 속는 것보다 더 괴롭지?’

하지만 도준의 속마음을 알 리 없는 하윤은 도준을 진짜 환자로 대하며 알뜰살뜰 보살폈고 차를 나르고 물을 따르는 것과 같은 잡일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러다가 하윤이 과일을 깎을 때. 그녀의 가는 손목에서 작은 상처를 발견한 도준은 얼른 하윤의 손을 낚아챘다.

“이 상처는 어떻게 생겼어?”

“아, 이거요? 추형탁과 민재혁을 피해 구치소에 들어가 있으면서 며칠 동안 수갑을 차고 있었더니 쓸렸나 봐요. 이제 거의 다 나았어요.”

하윤은 얼른 손을 뒤로 뺐지만 도준은 꿈쩍도 하지 않고 굳은 살이 박힌 손으로 상처를 쓰다듬었다.

점점 어두워지는 도준의 안색을 보자 하윤은 얼른 자기 손을 도준의 앞에 갖다 대며 애교 부렸다.

“아파 죽겠어요. 호해줘요.”

분명 자기 옆에 있을 때는 애교만 부리며 나약한 모습을 보이던 여자였는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수갑을 차고 구치소에서 십여 명의 사람과 함께 지냈다는 걸 생각하니 도준은 마음이 미어졌다.

마치 알뜰살뜰 보살피며 키워온 고양이가 쓰레기더미 속에서 길고양이들과 먹이를 뺏어 먹는 걸 본 기분이었다.

그런데 바보같이 다시 주어 오니 그동안 주인이 자기를 나몰라라 한 것도 모르고 자기가 없는 동안 외롭지는 않았는지 물으며 장난치며 애교 부리는 모습이라니…….

도준은 어두운 눈동자로 하윤의 팔을 빤히 살펴보다가 자기 앞으로 쑥 내민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이윽고 따뜻한 입술이 상처에 닿는 순간, 얇은 살갗은 뜨거운 열기를 참지 못하고 펄떡펄떡 뛰었다.

도준의 시선은 팔을 따라 올라가더니 끝내 하윤의 얼굴에 멈췄다.

“다 내 잘못이야.”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진지한 말투였다.

잠깐 어리둥절해진 하윤은 이내 헤실 웃으며 도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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