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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네가 뭔데

파도가 끊임없이 소리를 내며 갑판 위에 오르려고 하다가 다시 아래로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선밖 밖의 요란함은 두꺼운 철벽에 막혀 안으로 새어 들어오지 못했다. 그리고 그 안, 웬 남자가 두 다리를 꼰 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는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보고싶어요.]

[어제보다 더 보고싶어요.]

손가락이 대화 창을 클릭하고 문자를 적으려는 찰나, 웬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교가 많은 여자네요. 어쩐지 도준 씨가 계속 걱정한다 했어요.”

도준이 눈꺼풀을 들자 빨려 들어갈 듯한 검은 눈동자가 나타났다.

“이렇게 말 많은 사람인 줄은 몰랐네.”

“그동안 쌓인 게 많으니 화 내는 것도 당연해요.”

여자는 붉고 투명한 와인을 잔에 따라 도준에게 한 잔 건넸다.

하지만 도준은 그 잔을 받지 않았다.

“축하주가 아니더라도 기념주는 마셔야 하지 않겠어요?”

도준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더니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

“더러워서 싫어.”

그 말에 여자도 입꼬리를 씩 말아 올렸다.

“몇 년 안 본 사이에 도준 씨는 하나도 안 변했네요.”

도준은 희뿌연 담배 연기를 뱉어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분명 앉아 있지만 사람을 내려보는 듯한 착각이 들기까지 했다.

그러는 그쪽은 많이 변한 것 같네. 더 구역질나.”

“칭찬 고마워요.”

여자는 와인잔을 흔들며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액체가 와인잔 내벽에서 빙글 돌았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사이, 여자는 잔을 통해 도준을 바라봤다.

“누구는 뭐 애교 부려서 문제 해결하고 싶지 않은 줄 알아요? 아쉽게도 저는 그런 팔자가 아니란 게 문제죠.”

“만약 당신이 하윤 씨였다면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배신 때렸겠지. 그것도 이익을 가장 많이 챙기는 쪽으로. 제 목숨 부지하려고.”

도준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잔을 흔들던 여자의 손이 순간 멈췄다. 마치 속내를 들킨 것처럼.

하지만 여자는 곧바로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한 순간 모든 감정이 사라진 것처럼 원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 여자가 도준 씨 곁에 있는 것도 목적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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