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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1화 지금도 늦지 않았어

손가락 끝에 갑자기 차가운 느낌이 전해지더니 루비 반지가 눈에 들어오자 권하윤은 잠깐 멍해졌다.

무거운 마음이 순간 아래로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하더니 권하윤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려고 할 때 민도준의 손이 권하윤의 손가락을 잡았다.

루비 반지는 새하얀 권하윤의 손을 마치 예술품처럼 만들어 주었다.

이윽고 웃음기가 섞인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며칠 늦었지만 완전히 늦은 건 아니지?”

다시 그 반지를 보는 순간 권하윤의 기분은 완전히 달랐다.

고작 며칠이 흘렀지만 마치 몇 세기가 흐른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지난번에 이 반지를 볼 때 권하윤은 결혼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속박당하고 있다고만 느껴졌다.

잠자기 전 권하윤이 반지를 빼려고 하자 민도준은 바로 막았다.

“뭐 하는 거야?”

“아직 적응이 안 돼요…….”

“끼다 보면 적응돼. 얼른 자.”

-

민도준의 말대로 일주일이 지나자 권하윤은 반지에 적응했을 뿐만 아니라 별장에서의 생활도 적응했다.

낮에는 민도준이 없다 할지라도 밤마다 찾아와 저녁식사를 함께했으니.

게다가 식사가 끝나면 권하윤의 옆에서 민도준은 좋아하지도 않는 드라마를 같이 보곤 했다. 심지어 며칠 보고 나니 드라마 주인공의 이름까지 외웠다.

오늘 마침 무서운 부분이 나오는 장면인데 권하윤은 하필이면 주스를 많이 마셔 화장실에 다녀왔다.

하지만 떠나기 전 민도준에게 제대로 보고 말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다 다급히 나왔을 때, 권하윤의 발걸음은 거실에 멈췄다.

소파에 앉은 민도준이 눈살을 찌푸린 채 티브이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권하윤의 드라마 스타일을 뭐라 말하더니 이 시각 민도준은 인내심 있게 드라마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권하윤은 마음이 누그러들었다.

이윽고 며칠간 억눌렀던 감정이 고개를 쳐들었다.

습관은 참 무서운 건가 보다. 분명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여러 번 되뇌었는데 결국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습관이 나오는 걸 보니.

일주일 전 권하윤은 자유가 고팠고 정상적인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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