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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고분고분해지다

“그래, 나도 그건 알아.”

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모르는 건 하윤 씨가 나를 얼마나 더 오래 속일 건가 하는 거지.”

일주일간 돌아온 혈색이 순간 사라지더니 얼굴이 백지장으로 변했다.

“저…… 일부러 속이려던 게 아니에요. 무서워서 그랬어요.”

“응?”

살짝 올라간 끝 음에 권하윤의 심장도 더 빨리 쿵쾅거렸다.

아마 권하윤의 삶에 이제는 민도준뿐이라서 민도준의 모든 기분이 권하윤을 좌지우지하는 모양이었다.

더욱이 민도준이 매번 화를 낼 때마다 무서운 결과를 가져왔었으니까.

일이 악화할까 봐 권하윤은 매번 거짓말을 해대고 들통나면 또 무서워 벌벌 떠는 악순환에 놓여있다.

게다가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니 권하윤은 점점 더 둔감해졌는지 지금도 한참을 생각해도 뭐라 말해야 할지 합당한 말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몸을 부들부들 떨며 민도준의 팔을 꼭 잡았다.

그건 민도준을 무서워하면서도 의지하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민도준에게는 잘 먹혀들어 간 모양인지 민도준은 끝내 권하윤의 등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를 속이고 싶지 않다 이거지?”

갑자기 부드러운 말투로 돌아온 민도준의 모습에 권하윤은 어리둥절해서 둔감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럼 은찬이 풀어줄게.”

“진짜요?”

권하윤은 믿기지 않는 듯 민도준을 멍하니 바라봤다.

“응, 하윤 씨가 말한 것처럼 얌전히 있은 보상이야.”

민도준이 고분고분해진 모습에 권하윤은 입을 벌린 채 한참이 지나서야 기어들어 간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민도준은 그런 권하윤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나한테 그렇게 내외할 거 뭐 있어?”

권하윤은 말을 더 하다간 실수라도 할까 봐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민도준의 가슴에 기댔다.

이런 고요함은 이튿날까지 지속되었다.

권하윤은 말이 적어졌고 좋아하던 드라마를 보는 것조차 흥미를 일으키지 못했다. 마치 하루아침에 활기를 잃은 것처럼.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온 것뿐이었다.

늦은 밤 민도준은 이불 안에 쪼그리고 누운 권하윤을 보고는 열쇠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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