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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떠날 수 없어

장 집사는 입을 뻐금거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엄청 잔인한 장면이었을 겁니다.”

“그렇겠지.”

민상철은 탄식하듯 말했다.

살아남았다 한들 피투성이가 되었었겠지.

첫째네가 민도준의 시체를 찾지 못했으니 절대로 쉽게 놓아주었을 리 없었을 테고, 아마 계속 사람을 풀어 뿌리째 뽑아버리려 했을 거다.

여권은 신분과 달라 불법체류자처럼 떠돌았을지도 모른다.

돈도 없는데 이국땅에서 그렇게 3년이란 세월을 버티면서 민도준이 대체 어떻게 살아서 다시 돌아왔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민상철은 핏발이 선 눈을 그윽하게 뜨고 중얼거렸다.

“나 요즘 매일 둘째네 부부가 꿈에 보여. 둘이 나한테 도준이가 잘 있는지 물어보더라고. 그리고 두 사람이 죽어갈 때 내가 왜 그냥 보고만 있었냐고 하더군…….”

장 집사는 그 말에 이내 위로했다.

“둘째 도련님 내외는 모두 착한 분이라서 이해하실 겁니다.”

민상철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조차도 용서할 수 없는데 그 두 사람이 어찌 나를 이해하겠나? 난 확실히 둘째네한테 미안해. 그저 도준이가 평범한 삶을 살길 바라야지. 만약 누구한테 당하기라도 하면…….”

순간 눈에 선 핏발이 악한 기운에 뒤덮였다.

“그 애는 남겨서 안 되겠어.”

“도준 도련님이 이미 권하윤 씨 진짜 신분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자네 어디 도준이를 하루 이틀 보나? 그저 민승현이 사라져서 그런 척 시늉만 하는 거야. 내가 눈을 감으면 도준이를 누가 통제하겠나?”

장 집사는 망설이며 물었다.

“하지만 도준 도련님이 권하윤 씨를 옆에 꼭 끼고 있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들어갈 수는 없어도 나오게 할 수는 있지 않은가.”

민상철은 손에 낀 염주 팔찌를 빙글빙글 돌리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 말씀은…….”

“이렇게 하게…….”

몇 마디 속삭이는 사이 어둠이 드리웠다.

-

고요한 밤이라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무한대로 커졌다.

이윽고 침실 문이 열리더니 은은한 술 냄새가 공기 속에 섞여 들어왔다.

원래도 잠이 덜 든 권하윤은 민도준이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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