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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나를 사랑하는 거였어

“뭐가?”

“그러니까…… 어…….”

권하윤은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

“혹시 속세를 꿰뚫어 봐서 이젠 욕망도 욕심도 없어졌어요?”

“어떨 것 같아?”

갑자기 손을 잡는 민도준의 동작에 권하윤은 손을 뒤로 뺐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이젠 제가 싫어졌나 보죠. 어쩐지 늦은 밤 술 마시러 간다 했더니. 술 마시는 건 핑계고 여자 만나러 간 게 진짜 목적 아니에요?”

괴상야릇한 말투에 민도준은 권하윤의 이마를 쿡 찔렀다.

“하윤 씨한테 그런 쓸모밖에 없다고 누가 그래? 내가 하윤 씨 건드리기라도 하면 또 울며불며 내가 자기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 거잖아.”

권하윤은 민도준의 답에 멈칫했다. 솔직히 이런 원인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제야 권하윤은 뭔가를 알아차린 듯 몸을 일으켜 세워 민도준을 바라봤다. 그 순간 긴 머리카락이 등 뒤에서 흘러내렸고 희고 가는 발가락이 위로 한껏 치켜 올라왔다.

“그러니까 저 아직도 사랑한다는 뜻이죠?”

민도준은 끝없이 들이대는 권하윤의 모습에 재밌는 듯 피식 웃었다.

“아주 끝없이 기어오르네.”

민도준이 부인하지 않자 권하윤의 마음에는 순간 온기가 퍼졌다.

모든 걸 제쳐두더라도 자기의 마음이 상대의 응답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권하윤의 모든 행동이 목적이 있다 할지라도 감정만은 진짜였으니까.

다행인 것은 지금은 민도준에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사랑한다는 걸 보여줘야 하기에 그나마 탄로 날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지금 이 순간도 권하윤은 민도준에게 입을 맞추고 싶다는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다.

때문에 민도준의 반응도 아랑곳하지 않고 슬그머니 다가가 말랑한 입술을 민도준의 입술 위에 포갰다.

“그런 건 몰라요. 도준 씨가 직접 말하는 거 듣고 싶어요.”

민도준은 자기 어깨에 자꾸만 비벼대는 권하윤의 머리를 잡으며 모르는 척 물었다.

“뭘?”

“하. 일부러 이러는 거죠?”

조급해하는 권하윤의 모습에 민도준은 피식 웃었다.

“됐어. 그만해. 한밤중에 오글거려 죽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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