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15화 흐르는 물은 매정하다

박민주의 앞에서 권하윤도 민도준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무심한 듯 포크로 케이크를 조금 덜어내서는 민도준에게 내밀었다.

“자요.”

그 순간 새하얀 손가락에 낀 루비 반지가 유난히 눈에 튀었다.

그때 민도준이 커다란 손으로 권하윤의 작은 손을 완전히 감싼 채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더니 작게 덜어낸 케이크 조각을 입에 넣었다.

민도준이 평소 먹지도 않던 디저트를 입에 대자 박민주의 눈시울이 더욱 붉어졌다.

이렇게 되면 저녁 늦게 야식을 사 들고 온 자기만 정말 바보가 되니까.

“대체 왜요?”

하지만 박민주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민도준을 바라봤다.

“왜 제가 그렇게 많은 걸 했는데 도준 씨는 저보다도 저렇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여자를 선택하는데요?”

갑자기 쓸모없는 여자라는 타이틀이 붙게 된 권하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

그때 옆에서 온종일 꾸물대는 박민주에게 인내심이 바닥난 민도준은 귀찮은 표정으로 눈을 살짝 돌렸다.

“내가 박민주 씨의 이런 쓸데없는 행동에 감동이라도 할 것 같아?”

너무 직설적인 말에 박민주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윽고 아예 흐느끼며 중얼거렸다.

“전 도준 씨를 위해 남들이 뭐라 하든 내 명예도 상관하지 않고 도준 씨를 도왔어요. 그런데 어떻게 저한테 이럴 수…….”

그 뒤의 말은 민도준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그대로 묻혀버렸다.

그때 민도준이 담배를 이 사이에 꽉 문 채로 박민주를 끌고 밖으로 향했다.

“이리 와. 내가 그럼 박민주 씨 친구들 앞에서 우리는 결혼한 적 없다고 잘 설명해 줄 테니까.”

갑자기 벌어진 일에 박민주는 몇 번 비틀대며 끌려 나가다가 겨우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친구들이 자기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면 자기가 비웃음거리고 전락할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그제야 박민주는 당황한 나머지 울면서 버둥댔다.

“저 안 가요. 이거 놔요. 이거 놓으라고요…….”

권하윤이 그때 자리에서 일어나 민도준을 잡아당겼다.

“도준 씨, 잠깐만요. 차분하게 얘기로 해결해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