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민승현은 강민정의 허둥대는 모습에서 대충 답을 얻고는 손을 들어 뺨을 갈겼다.“이 년이 감히!”갑자기 뺨을 맞은 강민정은 울며 민승현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아니야, 오빠. 내 말 들어 봐. 이거 사실 아니야…….”그리고 그 시각, 아수라장이 된 무대 아래에서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던 강수아는 화가 나 부들부들 떨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민시영이 얼른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오늘 약혼식은 여기까지이니 여러분도 퇴장하실 때 질서정연하게 나가주시기 바랍니다.”불과 몇 분 사이에 권하윤은 경멸과 조롱을 받던 대상에서 동정을 받는 대상으로 변해있었다.그 시각, 시끌벅적한 사람들을 사이 두고 권하윤은 남자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 거리는 고작 몇 미터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였지만 여느 때보다 멀게 느껴졌다.“하윤 씨, 우리는 먼저 나가요. 여기 있다간 기자들이 몰려오면 우리도 빠져나가지 못할 거예요.”한민혁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바람에 권하윤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차 안에서 한민혁은 뒷좌석을 힐끗 쳐다봤다.“저기, 전에 봤던 그 기사들을 막지 않은 건 오늘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어요. 그러니까 도준 형이 상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마요.”“저도 알아요.”예전과 같은 상황에 해명 기사를 낸다 해도 믿을 사람은 없을 거다.게다가 권하윤은 원래 결백한 신분이 아니기에 그렇게 한다면 해명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흙탕물에 몸을 담그는 거나 다름없을 거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덕에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더 이상 권하윤에게 집중되지 않을 거다.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권하윤은 그제야 뭔가 발견한 듯 되물었다.“방금 제가 본 기사라고 하셨는데, 제가 기사를 봤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알아맞힌 거죠. 알아 맞힌 거.”한민혁은 하하 웃으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권하윤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자기가 매일 그런 뉴스들을 찾아보는 사실이 민도준의 귀에 들어갔다는 걸.민도준은
사실 두 사람은 따지고 보면 다툰 적이 없다. 그저 한 명은 상대를 불신하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상대에게 순수하지 않기에 금이 갔던 두 사람의 관계가 더 벌어졌을 뿐이다.이에 권하윤은 두 사람이 결혼만 하면 그 간극이 사라질 거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했다.‘과거는 중요하지 앟아, 중요한 건 지금이야.’생각을 마친 권하윤은 슬며시 손을 들어 민도준의 다른 한쪽 어깨에 댔다.“저 무시하지 마요.”분명 애초에는 그저 불쌍한 척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말하다 보니 코끝이 찡해 나더니 점점 서러워졌다.“저 무시하지 마요. 무서워요.”살짝 떨리는 끝 음은 남자의 가슴에 녹아내렸고 그와 동시에 권하윤의 눈시울에서 눈물이 하나둘 떨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권하윤의 등에 손 하나가 놓이더니 등을 살살 토닥였다.조금 위로를 받았다고 그런지 권하윤은 점점 더 서러워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민도준을 끌어안았다.“제가 질투하면 달래주면 되는데 왜 그렇게 무섭게 굴었어요? 게다가 핸드폰까지 뺏어가고.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투덜투덜 불만을 토로하는 권하윤의 말에 민도준은 웃음이 났다.이윽고 권하윤을 자기 앞에 끌어오더니 입을 삐죽거리며 흐느끼는 권하윤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 때렸다.“다 내 탓이라는 거야?”“네, 도준 씨가 잘못했어요.”권하윤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면서도 손은 여전히 민도준을 꽉 껴안은 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그때 민도준이 콧방귀를 뀌었다.“이게 내 탓이라고? 그러게 누가 하윤 씨더러 귀가 그렇게 얇으랬어?”민도준이 공태준을 입에 담자 권하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민도준의 어깨에 파묻으며 중얼거렸다.“이게 다 도준 씨가 딴마음 품은 탓이잖아요.”민도준은 권하윤을 톡톡 두드렸다.“하윤 씨 하나로도 생명이 위태위태한데 딴마음까지 품으면 수명이 줄어들까 봐 겁나는데.”권하윤은 민도준의 말에 입을 삐죽거렸지만 눈치껏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때, 차 밖에 있던 한민혁이 시간을 힐끗 살피더니 다가와 주의를 주었다.“도준
권하윤은 놀란 듯 민도준을 바라봤다.“뭐 가질 물건이라도 있어요?”“응.”민도준은 권하윤보다 한발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역시, 그렇겠지. 무슨 기대를 하는 거야?’권하윤은 실망감을 안고 터덜터덜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문을 닫는 순간 어깨에 힘이 가해지더니 문 쪽으로 밀쳐졌다.“이…….”그리고 한 음절을 내뱉자마자 입이 막혀버렸다.허리를 두른 팔에는 힘이 점차 가해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옷이 쭈글쭈글해지고 흐트러져 볼품이 없었다.남자의 강력한 숨결에 견디지 못해 살짝 밀어내려 했지만 민도준이 한 손으로 권하윤의 두 손을 묶어 쥐고는 허리 뒤에 고정했다.이윽고 권하윤이 힘을 잃고 얌전히 자기를 받아들이도록 밀어붙였다.뜨거운 손바닥의 열기가 권하윤의 살갗을 스치며 터치하는 곳마다 불을 지폈고 고개를 돌리며 숨을 돌리려 했지만 남자의 손은 권하윤의 턱을 잡고 다시 자기 쪽으로 돌렸다.그러고는 권하윤의 얼굴이 터질 듯 빨갛게 되자 그제야 살짝 힘을 풀며 부드럽게 권하윤의 입술과 허리를 문질렀다.곧이어 살짝 가라앉은 듯한 남자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오늘 하윤 씨가 이 옷 입은 걸 본 순간부터 이러고 싶었어.”너무나도 노골적인 말에 권하윤은 얼굴을 민도준의 가슴에 폭 기댔다.“그런 말 하지 마요.”민도준은 낮게 웃으며 권하윤의 이마에 입맞춤했다.“오늘 밤도 이거 입고 기다려.”그러고는 일부러 한껏 낮춘 목소리로 권하윤의 귀에 속삭였다.“안에 아무것도 입지 말고.”순간 가슴이 쿵쾅거리며 야단법석하자 권하윤은 심장 소리보다도 낮은 목소리로 낮게 대답했다.민도준이 떠난 뒤 권하윤은 계단을 오르는 것마저 다리가 후들거려 스스로 못났다고 욕했다.‘키스 하나에 뭐 하는 거야?’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며 방에 들어온 권하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테이블 위에 놓인 반지였다.그 반지를 보는 순간 권하윤의 마음은 사르르 녹았다.얼른 손을 뻗어 반지를 손에 쥐고는 소중하듯 살살 문질러댔다.이제 이틀 후면
권하윤은 민도준의 목덜미를 휘감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제 헤실 웃었다.그때 탁자 위에 놓인 술이 마침 민도준의 눈에 들어왔고 그제야 목까지 붉게 달아오른 권하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권하윤을 소파에 내려놓고 술병을 들어 확인했더니 도수가 꽤 높은 술이었다.하지만 술병을 확인하기 바쁘게 등 뒤에 무게가 가해지더니 권하윤이 민도준의 목을 끌어안은 채 뜨거운 숨결을 목덜미에 불었다.“도준 씨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조금 마셨어요.”순간 피식하는 웃음이 민도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그래서 나를 위해 분위기 잡으려 하다가 오히려 하윤 씨가 취했다는 거야?”사실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그저 USB를 땅에 파묻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기도 하고 강민정의 말로를 보니 갑자기 자기가 생각나기도 하고 해서 마신 거다.만약 우연히 민도준과 만나지 않았다면 권하윤은 아마 아직도 민씨 집안에 묶여 인생을 허비했을 거다.그런 기억을 안고 술을 마시다 보니 권하윤은 저도 모르게 양을 조절하지 못했다.다만 완전히 취해버린 권하윤은 그렇게 복잡한 물음을 대답할 수 없었기에 그저 민도준을 향해 바보처럼 웃기만 할 뿐이었다.이토록 무방비 상태인 권하윤은 보기 드문 데다 나른하고 귀여워 쉽게 속일 수 있을 것 같았다.민도준은 얼른 권하윤의 등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나를 기다리라고 했더니 혼자서 이렇게 취해버리기나 하고. 말해 봐, 어떤 벌을 내려줄까?”술에 취한 나머지 권하윤은 자기감정을 쉽게 숨기지 못했는지 벌이라는 글자를 듣는 순간 활짝 웃던 얼굴이 울상이 되어버렸다.그 모습이 재밌었는지 민도준은 흥미롭게 권하윤의 허리를 살살 문질렀다.“왜? 불만인가?”하지만 권하윤은 술에 취했음에도 생존 의지가 강했기에 입을 삐죽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제야 민도준은 만족한 듯 피식 웃었다.“그렇다면 말해 봐. 어떤 벌을 줄까?”권하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참을 생각하다가 눈을 반짝였다.“제가 춤춰 드릴까요?”의외의 대답에 민도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다음날.권하윤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아침 9시였다.일어나자마자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권하윤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렸다.언뜻언뜻 스쳐 지나가는 장면 속에 술에 취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게다가…….춤까지 춘 것 같았다.그 생각에 권하윤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어제 공은채에 대한 짐을 내려놓았더니 경계심마저 내팽개쳐 버리다니.’‘설마 도준 씨가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권하윤이 이렇게 생각하기 바쁘게 욕실 문이 열리더니 민도준이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안에서 나온 민도준은 침대에 앉아 있는 권하윤을 보더니 눈썹을 치켜올렸다.“깨났어?”권하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민도준을 이리저리 훑어보던 끝에 결국 아무런 이상함도 찾아낼 수 없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긴, 춤 한 번 춘 거로 의심하는 게 이상하지.’게다가 예전에 아버지한테 춤을 배우는 걸 발각되어 꾸중을 들을까 봐 무서운 원인도 있었고 또 춤을 배우기 시작한 지 너무 늦어 식구의 체면을 깎을까 봐 두려워 오빠의 도움으로 몰래 배우다 보니 본인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었다.때문에 춤 하나 추는 거로 권하윤을 이씨 가문 핏줄로 연상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그 생각에 팽팽해졌던 긴장감이 풀리며 권하윤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 샤워하러 갈게요.”민도준은 헐레벌떡 달려가는 권하윤을 잡더니 잔소리를 해댔다.“뭐 하러 그렇게 허둥대? 넘어지면 어쩌려고?”예전과 변함없는 민도준의 모습에 권하윤의 불안함은 완전히 사라졌다.“알았어요.”흐뭇하게 대답한 권하윤은 민도준이 오래 머물지 못할까 봐 얼른 씻고 급히 나왔더니 다행히 민도준은 아직 가지 않고 침대에 기대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듯했다.다른 한쪽 켠으로 침대에 올라간 권하윤은 슬금슬금 민도준에게 기댔다.“도준 씨, 오늘 안 바빠요?”민도준은 핸드폰을 내려놓더니 물기 촉촉한 권하윤의 얼굴을 보며 대답했다.“오후에 가야 해.”그제야 권하윤은 어제 갑자기 잠들어 버린 게 생각나
결혼식 전날, 권하윤은 여전히 혼자 지냈다.분명 즐거운 분위기여야 할 별장은 오히려 한산하고 고요했다. 심지어 어찌나 조용한지 바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였다.이런 상황 때문에 권하윤은 결혼식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었다.분명 주인공인데 무시당하는 느낌이었으니까.점심을 먹은 뒤 권하윤은 적적함을 참지 못하고 결국 자기 의견을 피력했다.“나 도준 씨한테 전화하고 싶은데. 그래도 돼?”그건 은찬도 결정권이 없는지라 다른 사람한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한참 뒤 고개를 숙이고 돌아온 은찬을 보자 권하윤은 어느 정도 답을 짐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체념할 수 없었다.“안 된대?”“네…….”은찬은 약 2초간 머뭇거리다가 이내 활짝 웃었다.“에이, 어느 신랑 신부가 신혼 전날 같이 자는 게 있어요? 옛말에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면 신혼보다 더 행복하다고들 그러잖아요. 그러면 신혼 첫날밤에 마른 장작에 불붙듯 막 타오를 거 아니에요…….”“됐어.”권하윤은 은찬의 말에 부끄러웠는지 일부러 화를 내는 척했다.“계속 헛소리하면 이번 달 보너스는 받을 생각도 마.”“누나, 미안해요. 화내지 마요. 저 다시는 안 그럴게요.”은찬은 올해 17살이라 동생 이시영과 비슷한 나이다. 때문에 권하윤은 은찬을 볼 때마다 자기 동생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솔직히 진짜 화를 내지도 못한다. 당연히 방금 한 말도 농담이고.하지만 마음속에 남아 있는 불안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만 가 사람을 괴롭혔다.오후, 답답한 침실 공기 때문에 권하윤은 창문을 열어 놓고 바람을 쐬었다.권하윤도 민도준이 바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자기한테 말 몇 마디 할 시간조차 없는지 그게 의문이었다.‘내일이 결혼식인데 결혼식에서 봐야 하나?’‘결혼식은…… 무사히 끝나려나?’권하윤은 생각할수록 불안했다. 전에는 민도준의 심기를 건드렸다 해도 권하윤이 애교만 부리고 잘못을 인정하면 민도준이 권하윤을 방치해두는 일은 없었다.그런데 어제 분명 멀쩡했는데 왜
민도준은 자기 옷소매를 잡은 작은 손을 힐끗 보더니 약 2초간 멈칫하다가 이내 떼어내 이불 속에 넣어주었다.꿈속에서 권하윤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자 놀랐는지 잠에서 깨어났다.눈을 뜬 순간 보이는 뒷모습에 권하윤은 다른 건 상관할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침대에서 내려와 민도준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작은 얼굴을 민도준의 등에 파묻은 권하윤은 입을 열기도 전에 서러워 눈물부터 나기 시작했다.며칠간 참아왔던 서러움이 한순간에 모두 눈물이 되어 왈칵 쏟아져 내렸다.“왜 저 방치해요? 설마 후회해요? 저랑 결혼하기 싫어요? 저 요즘 매일 악몽 꿔요. 저 너무…… 무서워요…….”권하윤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다 끝내 흐느낌으로 변하더니 눈가에 맺힌 눈물이 점점 민도준의 옷에 스며들어 등에 느껴졌다.민도준은 자기 허리를 두른 손을 떼어내고 돌아서더니 너무 울어 얼룩 고양이가 되어버린 권하윤을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다가 끝내 목울대를 울렁이면서 한마디를 내뱉었다.“울지 마.”권하윤은 그 말에 위로받지 못한 채 고개를 들어 민도준을 바라봤다.“혹시 저랑 결혼하기 싫어요? 말해 줘요. 저 절대 떼쓰지 않을 게요…….”고개를 뒤로 젖힌 채 강하게 보이려고 애를 썼지만 눈물을 자꾸만 아래로 뚝뚝 떨어졌다.민도준은 권하윤의 눈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끝내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주었다.“됐어. 후회 안 할게. 그러니까 울지 마.”그 말에 권하윤은 민도준의 손길을 피한 채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기뻐서가 아니라 민도준의 말이 후회했다는 걸 증명해 줬기 때문이었다.손바닥에 고였던 눈물은 옆으로 흘러내렸고 어깨가 들썩인 탓에 긴 머리가 옆으로 흘러내렸다.그렇게 한참을 우는가 싶더니 권하윤은 몸을 돌려 눈물을 닦았다.“만약…… 후회되면 결혼은 없던 일로…….”말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민도준은 권하윤을 품에 끌어당기며 꽉 끌어안았다.등에 닿은 손이 얼마나 힘 있었는지 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분명 아팠지만 권하윤은 이 순간만큼 자
권하윤은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다 좋아요.”권하윤의 얼굴에 드리운 두려움이 너무 선명하여 민도준은 권하윤을 안고 침대 곁으로 걸어갔다.그러고는 권하윤의 손등에 위로가 담긴 키스를 했다.“착하지, 무서워할 거 없어.”그래서일까? 뜨거운 온도가 차가운 손등에 남아 마치 화상을 입은 듯 오래도록 흩어지지 않았다.그러던 그때 옷을 들고 욕실로 걸어가는 민도준의 모습에 권하윤은 이내 물었다.“오늘 여기서 자고 갈 거예요?”그 물음에 동작을 잠깐 멈춘 민도준은 아리송한 표정으로 돌아섰다.“왜? 내가 있는 게 싫어?”“아니요…….”권하윤은 눈을 내리깔았다.“그런데 신혼 전날 신부와 신랑은 같이 자면 안 된다고 하지 않나요?”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턱이 위로 들리더니 민도준은 권하윤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자기야, 내가 어떻게 우리 자기 혼자 자게 내버려 두겠어?”권하윤은 뻣뻣한 자세로 민도준의 손에 이리저리 휘둘리고는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올 때가 되어서야 정신을 차렸다.이틀 전까지는 그저 의심만 했다지만 이제 권하윤은 확신할 수 있었다.민도준이 자기를 의심하고 있다고.아직 까놓고 말하지 않은 걸 보면 그저 조사 중에 있는 게 틀림없다.어쩐지. 요 며칠 동안 민도준을 찾지 못해 대신 한민혁을 찾으려 할 때 경성에 없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아마 그 원인일 거다.민도준이 계속 나타나지 않은 것도 한민혁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 테고.그렇게 소식을 접하면 권하윤을 어떻게 처리할지 답을 얻겠지.꽉 움켜쥔 이불은 한껏 쪼그라들었다. 마치 권하윤의 심장처럼.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날이 닥치자 두려움은 가시지 않았다.‘괜찮을 거야. 난 한 번도 가족의 이름으로 춤을 춘 적 없으니까 도준 씨도 쉽게 찾아내지 못할 거야.’권하윤은 애써 자기를 위로하며 진정하려고 애썼다.‘그 전에 그 전에 가족에게 알리거나 누군가를 찾아 도준 씨를 막아야 해.’그 순간 떠오르는 공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