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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실마리

권하윤은 민도준의 목덜미를 휘감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제 헤실 웃었다.

그때 탁자 위에 놓인 술이 마침 민도준의 눈에 들어왔고 그제야 목까지 붉게 달아오른 권하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권하윤을 소파에 내려놓고 술병을 들어 확인했더니 도수가 꽤 높은 술이었다.

하지만 술병을 확인하기 바쁘게 등 뒤에 무게가 가해지더니 권하윤이 민도준의 목을 끌어안은 채 뜨거운 숨결을 목덜미에 불었다.

“도준 씨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조금 마셨어요.”

순간 피식하는 웃음이 민도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그래서 나를 위해 분위기 잡으려 하다가 오히려 하윤 씨가 취했다는 거야?”

사실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그저 USB를 땅에 파묻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기도 하고 강민정의 말로를 보니 갑자기 자기가 생각나기도 하고 해서 마신 거다.

만약 우연히 민도준과 만나지 않았다면 권하윤은 아마 아직도 민씨 집안에 묶여 인생을 허비했을 거다.

그런 기억을 안고 술을 마시다 보니 권하윤은 저도 모르게 양을 조절하지 못했다.

다만 완전히 취해버린 권하윤은 그렇게 복잡한 물음을 대답할 수 없었기에 그저 민도준을 향해 바보처럼 웃기만 할 뿐이었다.

이토록 무방비 상태인 권하윤은 보기 드문 데다 나른하고 귀여워 쉽게 속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민도준은 얼른 권하윤의 등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나를 기다리라고 했더니 혼자서 이렇게 취해버리기나 하고. 말해 봐, 어떤 벌을 내려줄까?”

술에 취한 나머지 권하윤은 자기감정을 쉽게 숨기지 못했는지 벌이라는 글자를 듣는 순간 활짝 웃던 얼굴이 울상이 되어버렸다.

그 모습이 재밌었는지 민도준은 흥미롭게 권하윤의 허리를 살살 문질렀다.

“왜? 불만인가?”

하지만 권하윤은 술에 취했음에도 생존 의지가 강했기에 입을 삐죽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제야 민도준은 만족한 듯 피식 웃었다.

“그렇다면 말해 봐. 어떤 벌을 줄까?”

권하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참을 생각하다가 눈을 반짝였다.

“제가 춤춰 드릴까요?”

의외의 대답에 민도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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