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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원하는 게 아니야

“하윤 씨, 일어나 봐요. 일어날 시간이에요.”

눈을 뜬 순간 앞에 보이는 민시영의 모습에 권하윤은 자기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민시영은 끈질기게 권하윤을 흔들어 깨웠다.

“차가 벌써 도착했어요. 일어나야 해요.”

아까보다 더 선명해진 목소리에 권하윤은 그제야 잠에서 깨어났다.

“시영 언니? 여긴 어쩐 일이에요?”

민시영의 표정은 잠시 굳었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

“오늘 하윤 씨와 도준 오빠 결혼식인데 제가 당연히 와야죠.”

민시영의 어색한 미소를 보니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하긴, 제수씨가 새언니가 되는 상황인데 이런 추잡한 일은 사람이라면 모두 껄끄러워 할 거다.

화장실에서 찬물 세수를 한 권하윤은 그제야 정신이 또렷해졌다.

이윽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왔을 때 민시영은 마침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보는 순간 권하윤은 마음이 움직였다.

“시영 언니, 저 핸드폰 잠깐 빌릴 수 있을까요? 민 사장님한테 전화해 보고 싶어요.”

민시영은 그 말에 핸드폰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따가 블랙썬에 가면 만날 텐데, 그때 얘기해요.”

물론 완곡히 거절했지만 어색한 동작에서 권하윤은 민시영이 미리 당부를 받았다는 걸 알아채고는 더 이상 부탁하지 않았다.

조금 뒤에 화장을 해야 하기에 권하윤은 생얼로 차에 올랐다.

차를 운전하는 경호원은 매우 엄숙해 보였고 얼굴에 웃음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조수석에는 이미 한참을 기다린 은찬이 앉아 있었다.

권하윤을 보자마자 은찬은 뭐라 말하려 했지만 민시영을 보자 말을 도로 삼켰다.

이토록 괴이한 분위기 속에서 권하윤은 블랙썬에 도착했다.

물론 떠들썩하고 흥겨운 분위기가 아닐 거라고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도착하고 나서야 권하윤은 블랙썬이 쥐 죽은 듯 조용하다는 걸 발견했다. 그 순간 기분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심지어 핏기 하나 없던 창백한 얼굴은 화장 덕에 겨우 생기가 돌았다.

웨딩드레스로 옷을 갈아입은 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방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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