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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1화 의뭉스러운 가주

조 사장이 일부러 자기를 난처하게 하려고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오늘의 목적은 떠나는 것이기에 권하윤은 결국 참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손을 뻗어 술잔을 잡으려 하는 순간, 공태준의 퉁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윤 씨는 오늘 불편해서 술 마실 수가 없어요.”

“쾅.”

조 사장이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대리석 테이블 위에 탕 내리쳤다.

“축하해 주러 왔다면서 술도 안 마시려 한다니 너무 제 체면을 안 세워주는 거 아닙니까?”

트집을 잡고 있는 조 사장의 말투에도 공태준의 표정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당연히 아니죠. 하지만 저희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말을 마친 뒤 공태준은 고개를 돌려 등 뒤에 서 있는 이남기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남기가 이내 서류 봉투를 가져왔다.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서류를 받아 열어보던 조사장의 눈은 순간 휘둥레졌다.

‘뭔데 저러지?’

안에 든 물건이 뭔지 알 수 없기에 권하윤은 온갖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그때, 조 사장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얼굴 근육이 경련하면서 옆에 있던 화영을 홱 노려봤다.

“화영! 잠깐 나와 봐!”

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자 권하윤은 왠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저 안에 든 게 뭐예요?”

아직 꺼지지 않은 노래방 기계에서 요란한게 울리는 노랫소리에 공태준은 고개를 돌리더니 권하윤 곁으로 한껏 다가왔다.

“화영이 배신한 증거요.”

권하윤은 놀란 나머지 고개를 홱 돌렸다.

두 사람의 거리가 이토록 가까워진 건 처음이다.

너무 가깝다 못해 공태준의 부드러운 얼굴에 가려져 일렁이고 있는 무언가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순간, 화영이 자기를 도와 여기를 떠나려 한다는 걸 알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권하윤은 그 생각을 곧바로 부인했다.

화영이 권하윤을 도와 떠나려 한 건 오늘 일인데, 이 증거들을 모은 건 하루 사이에 할 수 있는 게 아닐 테니까.

‘그렇다면 화영 씨가 도준 씨 사람이라는 걸 안다는 뜻인데.’

그러면 지금 공태준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단 하나일 거다.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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