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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몰살

화영은 손을 들어 반쪽 얼굴을 가리고 있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더니 지금껏 숨겨왔던 원망의 눈빛을 드러냈다.

“이유를 알고 싶어? 혹시 그 사람 기억해?”

화영이 뱉어낸 낯선 이름에 조 사장은 어안이 벙벙했다. 더욱이 자기가 그 남자를 얼마나 잔인하게 죽였었던지도 기억해 내지 못했다.

조 사장의 그런 반응에 화영은 울화가 치밀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뱉어내는 말은 마치 목구멍을 찢고 나온 것처럼 피빛이 서려 있었다.

“경찰이었어. 당신이 그 사람 앞에서 그 사람의 가족을 죽이고 나이 어린 여동생까지 놓아주지 않았잖아. 칼로 그 사람을 찌르고 개 우리에 던져 뜬눈으로 자기 살점이 뜯겨나가는 걸 지켜보게 했잖아.”

조 사장은 애써 옛 기억을 더듬다가 막연한 장면을 점차 떠올렸다.

그건 이미 몇 년도 더 된 일이다. 그때의 조 사장은 경성 전체를 휘어잡고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웬 놈이 조직에 숨어들어 증거를 수집하다가 마침 기분이 언짢았던 조 사장에게 발각됐고, 조 사장은 그 사람으로 화풀이했었다.

조 사장이 점차 기억을 떠올린 듯하자 화영은 한 글자 한 글자 어렵사리 토해냈다.

“그 사람이 내 약혼남이었어.”

그날, 화영은 뜬 눈으로 그 잔인한 장면을 모두 지켜봤다.

자기를 위해 각종 쿠키를 만들어 주시던 어머님의 손가락이 하나둘 부러지는 모습.

자기를 보면 항상 자애로운 미소로 반겨주던 아버지의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가는 모습.

심지어 앳된 목소리로 언제면 자기 오빠한테 시집오냐며 쫑알거리던 여동생마저 점차 화영 앞에서 생기를 잃어갔다.

그리고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 화영에게 남겨준 건 오직 피범벅이 된 옷감 몇 조각뿐이었다.

분명 전날까지만 해도 자기가 일등공을 세우면 알사탕만 한 다이아 반지를 사주겠다고 하던 사람이었는데.

훈장은 남겼지만 사람은 사라졌다.

몇 번의 자살 시도를 해봤지만 동료들이 번번이 구해줘 죽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화영은 다시 태어났다.

사랑하는 사람과 그 가족을 죽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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