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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1화 죽었어

베일을 덮으니 눈앞이 흐릿했다.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결혼 행진곡이 귓가에 들려왔지만 권하윤은 여전히 영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부축받으며 단상 위로 올라갔다.

권하윤에게 있어 눈앞에 펼쳐진 이 길은 새 삶으로 직행하는 길이 아닌 지옥으로 향하는 황천길이나 마찬가지였다.

길 끝 편에서 서 있는 민승현마저 신부를 맞이하는 신랑의 모습이 아니었다. 불안한 듯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시계를 들여다보는 모습은 마치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초조해 보였다.

그리고 마침 권하윤이 다이아몬드가 박힌 하이힐을 내딛는 찰나 “펑”하는 굉음이 울리더니 발아래가 세게 진동했다.

“삐-”

요란하게 울리는 호텔의 화재 경보음 때문에 하객들은 당황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에서 난 소리야?”

“무슨 일이래?”

민상철도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인가?”

그때, 호텔 직원이 다급히 달려와 상황을 전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여러분. 지하 주차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는데 경위를 알아보는 중이니 다들 안전지대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민씨 가문의 초대를 받은 집안은 당연히 그 신분도 귀하기에 위험이 있다는 소리에 모두 피신하기 바빴다.

그때, 인파에 밀려 나가던 권하윤은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잠깐. 도준 씨가 방금 떠났는데? 설마 지하 주차장에 있는 건 아니겠지?’

갑자기 드는 생각에 권하윤은 얼른 직원 하나를 붙잡아 캐물었다.

“주차장 쪽에 사람이 있던가요?”

“죄송합니다. 불길이 너무 세서 저희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무책임한 대답에 곧바로 캐물으려 할 때, 민시영이 권하윤의 등을 두드렸다.

“하윤 씨, 왜 그래요?”

“시영 언니.”

권하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시영을 붙잡았다.

“민 사장님이, 민 사장님이…….”

민시영은 그제야 눈치챘는지 얼른 민도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소리 샘으로 연결되니 삐 소리 이후…….”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안내음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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