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42화 옛 지인을 만나다

공태준은 눈을 내리깐 채 멍하니 앉아 있는 권하윤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끝내 돌아서며 문을 닫았다.

문틈 새로 흘러들던 빛이 사라지는 순간, 권하윤의 눈가에 맺혔던 눈물도 끝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뒤로 연속 이틀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 권하윤 때문에 메이드는 할 수 없이 공태준에게 상황을 보고드렸다.

“가주님, 권하윤 씨가 아직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고 말도 하지 않습니다. 이러다가 큰일 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알겠어요.”

이틀 만에 두 번째로 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방에 발을 들이는 거였다.

공태준은 메이드의 손에서 몇 시간 동안 끓인 죽을 받아 창백한 권하윤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뭐라도 먹어요.”

“왜 날 죽이지 않지?”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아 그런지 목소리는 갈라질 대로 갈라져 있었다.

심지어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주먹만 한 얼굴은 여윌 대로 여위어 이목구비가 더 또렷해 보였으며 평소와 다른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공태준은 권하윤의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각 권하윤의 모습에 반쯤 넋이 나갔으니까.

2년 만에 본 여인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많이 변한 것도 같았다.

예전의 이시윤도 온갖 시련을 겪었지만 언제나 맑은 눈을 한 채 현실에 굴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권하윤은 얼굴에 생기가 없고 영혼을 잃은 텅 빈 껍데기만 남은 것처럼 그저 한만 남아있었다.

도자기 같은 예쁜 손은 죽을 침대맡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나는 하윤 씨 죽일 생각 단 한 번도 한 적 없었어요.”

죽의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지만 여전히 공태준한테서 나는 짙은 냄새를 맡을 수 있어 위화감은 더 강해졌다.

권하윤은 공태준이 어머니와 오빠가 있는 곳을 캐물을까 봐 여전히 경계하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공태준은 이미 눈치챈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더니 미리 준비된 접이식 상을 펴서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평소 하지 않던 일을 하는 탓에 모든 행동이 어색하기만 했다.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