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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책임질 필요 없어

권하윤은 한참 동안 어리둥절해 있다가 그제야 얼마 전 민시영더러 할아버님이 왜 자기와 민승현의 결혼을 서두르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작 며칠 전 일이었지만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현재 머릿속에 온통 민도준의 사고에 대한 생각뿐이어서 다른 건 들어올 틈이 없었다.

당장이라도 진실을 묻고 싶었지만 눈앞에 또 다른 문제가 놓여 있었다.

권하윤은 끝내 핸드폰을 내려놓고 공태준을 바라봤다.

“공태준, 당신이 이남기 씨더러 나 찾아오게 한 거지? 내가 경성에 있었다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지?”

“그래요.”

공태준의 말투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하윤 씨가 내가 알기를 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나타나지 않았어요.”

답을 듣자 권하윤은 그저 당황하기만 했다.

“왜?”

애초 해원에 있을 때, 공씨 가문이 압박을 가하는 바람에 권하윤의 가족은 해원 전체에 버림을 받다시피 했다.

지금도 오빠가 위독할 때 그 어느 병원도 오빠를 받아주지 않던 기억이 또렷하다.

그때, 심지어 동네의 작은 진료소마저도 주사 한번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매일 밤낮을 공씨 집안 문 앞에 꿇어앉아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오빠의 병만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진실이 어떻든 속죄하겠다고도 했고 오빠가 병을 치료받지도 못한 채로 죽는 꼴은 죽어도 볼 수 없어 자발적으로 공씨 집안에 하인으로 들어갔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살길을 찾지 못했고 수많은 죄명을 뒤집어쓴 채 원래의 집에서마저 쫓겨났다.

병원비, 생활비, 집세 이 모든 것들이 부담이 되어 가족들을 짓눌렀다.

솔직히 이씨 집안은 재벌가에 속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먹고 살 걱정 없이 편하게 지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무너진 집을 위해 권하윤은 몇 번이고 사람들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제야 권하윤은 기개건 자부든 모두 그럴만한 뱃심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공씨 저택 집사가 돈 한 뭉치를 바닥에 뿌리며 주워 가라고 할 때 권하윤은 자존심이 상하다는 생각보다는 가족의 집세와 생활비 오빠의 병원비 생각뿐이었고, 겨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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