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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기회는 줬을 텐데

민도준의 손에 쥐여 있는 새하얀 알약을 보는 순간 권하윤의 흐려졌던 초점이 다시 맞춰지면서 믿기지 않는 듯 민도준을 바라봤다.

‘이 약, 내가 아까 잔 안에 넣지 않았나?’

당황해서 어찌할 줄 몰라 하는 권하윤의 모습에 민도준은 피식 웃었다.

“잘 숨긴 줄 아나 봐? 감히 내 앞에서 이런 같잖은 수법을 사용하다니. 그것도 두 번씩이나.”

혼란 속에서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진, 진작에 알고 있었어요?”

민도준은 대답 대신 반문했다.

“이렇게 좋은 물건은 어디서 났대? 공태준이 준 거야?”

“…….”

권하윤은 여전히 민도준이 진작에 발견했다는 충격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자기의 침묵이 묵인으로 작용하였다는 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다음 순간, 커다란 손이 가는 목을 꽉 움켜쥐었다.

살기가 가득한 눈빛과 무자비한 손끝, 팔뚝 위로 튀어 오른 핏줄과 쇠를 긁는 듯한 낮은 목소리에는 원망과 한이 서려 있었다.

“늑대 새끼를 키웠어도 이 정도 키웠으면 주인을 알아보겠어.”

“…….”

권하윤은 대답할 수 없었다. 심지어 발버둥 치지도 않았다.

그저 절망에 빠진 사람처럼 축 늘어진 채 점점 보랏빛으로 물든 얼굴을 한 채 죽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목이 부러질 듯 으득 수리가 나는 찰나, 민도준은 권하윤을 힘껏 밀쳐버렸다.

중심을 잃고 넘어진 권하윤의 손은 바닥에 널브러진 유리 파편 위로 짚었고 거의 한순간 피가 손바닥을 타고 바닥을 적셨다.

극심한 통증이 권하윤의 정신을 겨우 현실로 끌어당겼다. 이윽고 바닥을 짚고 일어서더니 고개를 든 채 민도준을 바라봤다.

그때 마침 눈이 마주친 민도준이 질문을 툭 던졌다.

“이유는?”

“도준 씨가 은우를 죽였잖아요.”

권하윤은 갈라 터진 목소리로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

“죽인 것도 모자라 시체까지 훼손했잖아요.”

여자의 말에 약 2초간 멈칫하던 민도준은 무릎을 짚으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나를 죽여 복수하려 했다? 나한테 발각도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은 해봤고?”

일이 이 지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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