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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파혼을 꺼내다

안방에 들어가 보니, 민상철은 침대에 누워있는 대신 정신을 바짝 차린 채 중앙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한눈에 봐도 뭔 중요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

그때 강수연은 권하윤을 떼어내야 한다는 마음에 적극적으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 저희는 왜 부르셨어요? 혹시 발표할 일이라도 있나요?”

하지만 민상철은 언짢은 듯 그녀를 흘겨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강수연도 그제야 자신이 너무 조급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던 그때, 민상철은 흐릿한 눈으로 권하윤을 바라보며 날카롭게 훑어보았다.

“혼자서 권씨 가문을 맡게 됐으니 고생이 많다.”

권하윤은 이내 눈을 내리깔았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충 마무리됐습니다.”

“음, 내가 도울 일 있으면 장 집사한테 말해두거라.”

그녀는 당연히 이런 겉치레적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리 없다. 때문에 그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한참 얘기하다가 민상철은 손에 걸린 염주 팔찌를 돌리며 겨우 본론으로 들어갔다.

“네가 우리 승현이와 약혼한 지도 꽤 됐지 아마? 약혼식 때 두 사람에게 좋은 소식이 있으면 정식으로 식을 치르게 하겠다고 하다 보니 지금까지 미뤄졌구나.”

암시가 섞인 말에 강수연은 똑똑한 척 끼어들었다.

“아휴, 그때 약혼을 너무 급하게 치렀죠. 사실 그저 두 집안 아이들이 잘 지내다 보니 같이 모여서 밥 한 끼 한 것뿐이니 약혼식이랄 것도 없습니다.”

권하윤은 순간 웃음이 났다. 강수연의 말은 그녀와 민승현의 약혼은 무효이니 이 기회에 파혼하는 게 당연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건 그녀가 바라던 바인지라 반박을 하지않고 민상철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때.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민상철은 오히려 버럭 화를 냈다.

그의 반응에 강수연은 어리둥절했다.

“아버님…….”

“약혼이 무슨 어린애들 장난인 줄 아나? 경성 사람들이라면 두 사람이 약혼했다는 거 다 알 텐데 그걸 없던 일로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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