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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다들 앉으시죠

느릿느릿하게 내민 민도준의 손 위로 환한 불빛이 떨어졌다.

그제야 고창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가 고은지의 손을 건네려는 찰나, 민도준은 갑자기 손을 뒤집어 고은지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렇다면 우리 민씨 가문에서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앞으로 고은지 씨가 민씨 가문 여섯째인 걸로 하죠.”

그의 말이 끝나자 주위 사람들은 의아한 듯 서로를 쳐다봤다.

‘여섯째? 이거 약혼 아니었나?’

‘왜 갑자기 여섯째 아가씨가 됐지?’

고창호 역시 멍한 표정을 지었고 아래에서 지켜보던 민상철 역시 표정이 어두웠다.

그 자리에서 유독 민도준만이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다들 뭐합니까? 얼른 박수 쳐야죠.”

민도준의 말이 끝나자 느지막하게 사람들의 박수가 터졌다.

그렇게 어영부영 일이 확정되자 고창호는 더 이상 미소를 유지할 수 없었다.

“자네 이게 무슨 뜻인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두 사람의 약혼식에 참석한 거네. 이런 농담은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드는가?”

고창호뿐만 아니라 고씨 집안사람들의 얼굴도 하나같이 잿빛이 되어있었다.

민도준의 이러한 행동은 그들을 놀림거리로 생각한다는 거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이렇게 다가가는 고씨 가문 전체가 경성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도준은 그들의 눈빛을 무시한 채 씩 웃었다.

“장난이라고 했잖습니까? 장난은 세게 칠수록 재밌는 거 아니겠습니까? 어르신, 이런 농담도 못 받아들이시는 거 아니죠?”

고창호는 아무리 간사하고 교활하다 할지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체면이 깎이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할 리가 없다.

이에 그는 싸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맞는 말이긴 하나 우리 은지는 고씨 가문의 손녀네. 우리 은지한테는 고진태라는 아비가 있고 이 할아비도 있으니 민씨 가문에서 거두어들일 필요는 없어 보이네만.”

“너무 쉽게 거절하지 마세요.”

민도준은 긴 다리를 뻗어 그들을 가로막으며 양심 없는 미소를 지었다.

“고씨 가문은 이제 곧 망할 텐데, 제가 고은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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