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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잘 들었어요?

민도준의 어깨에 손을 얹은 권하윤은 마치 물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눈가가 흠뻑 젖어있었고 도톰한 입술은 너무 짓씹어 피가 떨어질 것처럼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심지어 살짝 웨이브진 머리마저 마구 흐트러져 나른한 분위기를 냈고 잔뜩 참고 있는 듯한 표정은 일부러 유혹할 때보다 더 매혹적이었다.

“도준 씨…….”

혀로 볼을 꾹 밀던 민도준은 손가락을 권하윤의 머리카락 사이에 끼워 넣더니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입술을 세게 문질렀다.

“나를 홀리라는 거 아니야. 제대로 해.”

하지만 권하윤이 미처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노크 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이에 그녀는 머리털이 비쭉 곤두서 잔뜩 힘을 주며 민도준의 가슴을 밀어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민 사장님, 저 급한 일정 때문에 얘기는 나중에 해요.”

곧이어 민도준의 색욕 섞인 웃음소리가 문을 관통한 채 공태준의 귀에 들어갔다.

“그래요. 제가 바빠서 배웅하지는 못하겠네요. 다음에 봐요.”

이를 꽉 악문 공태준은 애써 참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가 떠나려는 순간 문 안에서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앞으로 내디디려던 발이 마치 못 박힌 듯 그 자리에 붙어버렸다.

서늘한 복도와 달리 방 안은 후끈 달아올랐다.

민도준은 문틈을 슬쩍 흘겨보다가 다시 눈을 내리깔아 자기 아래에 눌려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하, 여자들 앞에서는 참 매너 있단 말이야.”

공태준이 떠났다는 소리에 권하윤의 팽팽하던 정신은 그제야 풀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남자의 손등이 붉게 물든 그녀의 얼굴을 톡톡 쳤다.

“공태준도 떠났는데 약속 지킬 때가 되지 않았나?”

“무슨…… 약속…….”

“내가 권 여사와 만나지 않으면 앞으로 내 말 듣겠다고 했잖아. 설마 후회해?”

권하윤은 할 말을 잃었다.

‘이게 어딜 봐서 만나지 않은 거냐고? 상대가 죽어서 못 만난 거지.’

그녀의 눈동자에서 반항을 보아낸 민도준은 피식 웃었다.

“불복하는 거야?”

“그럴 리가요.”

권미란은 죽었지만 공태준이 아직 남아있다.

심지어 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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