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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권씨 가문을 계승하다

권하윤이 눈을 떴을 때 날은 어슴푸레 밝아왔다.

그녀는 너무 오래 자서 깨질 것만 같은 머리를 문지르면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욕실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간 물을 맞고 나서야 무겁던 몸뚱아리가 조금 가벼워졌다.

시계를 보니 어머니와 동생이 이미 도착했을 시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핸드폰을 켜보니 이미 메시지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일반적인 광고 문자 같아 보였지만 그 안에는 그들끼리 미리 짜놓은 암호가 들어있었다. 이미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문자였다.

고용인도 아마 오랜 경험으로 그녀가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자 뭔가 일이 생겼다고 생각해 이렇게 조심히 행동하는 것인 듯싶다.

권하윤은 먼저 문을 잠그고 그것도 불안한지 욕실 안으로 들어가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전화가 연결되기 바쁘게 건너편에서 이시영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언니, 왜 안 왔어? 어디 있는 거야? 나 언니 찾으러 갈래!”

말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양현숙이 딸의 전화를 빼앗았다. 그녀는 애써 자제하는 듯했지만 목소리에는 여전히 조급함이 묻어있었다.

“너 지금 안전한 거 맞아?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지?”

“저 괜찮아요. 그저 당분간 만나러 가지 못할 뿐이에요. 먼저 오빠와 합류하세요. 오빠 쪽도 더 이상 미루면 안 되니까.”

권하윤이 안전하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양현숙은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슬픔은 쉽게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권하윤이 걱정할까 봐 애써 억누르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 우리를 데려다준 사람이 오늘 상황 확인해 보러 갈 거랬어. 만약 일이 순조롭다면 아마 내일에 바로 네 오빠 데려올 수 있어.”

‘내일…….’

너무 많이 놀라고 실망한 전적이 있기에 권하윤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일에 저도 모르게 불안과 공포를 느꼈다.

그러면서 오빠가 지금 있는 곳은 평범한 병원이고 권씨 가문의 명령으로 오빠를 치료해 줄 뿐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고 애써 최면을 걸었다.

그렇다면 권씨 가문이 몰락한 지금, 그들이 오빠를 놓아주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권하윤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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