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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뭐 하려는 거지?

엄화진은 권하윤을 힐끗 바라봤다. 보아하니 그녀의 고민도 없는 말투에 살짝 의심을 품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권씨 가문은 오랜 세월 경성에 자리 잡고 있던 재벌가로서 망했다 할지라도 남은 자산이 천문학 숫자에 달한다. 재벌가 고문 변호사로 일해오던 엄화진마저 본 적 없는 액수를 권하윤은 고민도 없이 포기했으니 의심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렇다고 그녀는 고객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계약서를 덮으며 알았다는 간단한 답변을 내놓았다.

확인차 권희연에게 전화해 결정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동의했다. 심지어 권하윤이 그녀 대신 남겨두겠다던 배상금마저 거절했다.

이미 권씨 가문 사람이 아니니 권씨 가문의 것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며 말이다.

덤덤한 말투를 보니 이미 모든 걸 내려놓은 모양이었다. 때문에 권하윤도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

권하윤이 통화를 끝내기 바쁘게 엄화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자산 외에도 체인 레스토랑, 요양원, 그리고 온천 펜션이 남아있습니다. 확인해 본 결과 모두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데, 만약 기부를 원하신다면 레스토랑은 영업을 중지하는 걸 권장드립니다. 물론 가게 임대료 기간이 아직 남아 있어 조금 낭비이긴 하지만 계속 오픈하기보다 문을 닫는 게 손해가 가장 적습니다.”

“온천 펜션 같은 경우는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부지도 넓지만 온천을 제외하고 특별한 부분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주위에 이미 다른 리조트가 들어서 계속 영업하려면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만큼 빨리 수입을 창출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다행히 권씨 가문의 개인 부지라서 원하신다면 그곳에 다른 사업을 해보실 수는 있습니다.”

권하윤은 위치를 슬쩍 확인해 보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그러면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엄화진은 이 말만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떠난 뒤, 권하윤은 얇은 종이 쪼가리 몇 장을 꽉 잡은 채 멍하니 앉아있었다.

오전 8시, 아침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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