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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내가 약혼하길 바라다니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고창호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모든 걸 되돌릴 수 없었다.

때문에 그는 민도준 쪽 사람들이 올라와 “모시고” 갈 때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잔뜩 그늘진 얼굴로 떠나가는 고씨 가문 사람들은 올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들이 떠나가자 연회장의 마지막 생기마저 사라졌다. 분명 많은 사람이 자리했지만 주위는 고요하기만 했다.

고은지는 이 모든 상황을 냉담하게 바라볼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어찌 보면 그녀는 고씨 가문에 은혜를 입은 거나 마찬가지다.

그녀를 이렇게 교육해 재벌가의 세상에 끌어와 준 것도 어찌 보면…….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민도준이 눈길을 보내오자 그녀는 눈치껏 드레스를 들고 무대를 떠났다.

그래도 그녀는 그나마 앞날이 창창하니 다른 기회는 많았다.

그 시각,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민상철은 민시영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무대 위로 올라갔다.

“고씨 가문이 이런 일을 벌인 건 벌을 받아 마땅하오. 하지만 우리 도준이가 약혼을 빌미로 모두를 헛걸음하게 한 건 잘못된 일이니 사과드리겠네. 그러니 다들 너무 탓하지 말게나.”

이런 말은 물론 겉치레일 뿐이지만 그가 말하지 않아도 누구도 민도준을 탓할 사람은 없다.

이윽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어르신, 너무 내외하시네요.”

“그러게요. 어르신 못 뵌 지도 오래됐는데 이참에 어르신 보러 모두 모였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죠.”

분위기가 겨우 누그러들자 민상철은 민도준더러 헛걸음 한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게끔 눈치를 줬다.

하지만 민도준은 미안한 기색은커녕 오히려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왕 다들 모이셨고 또 우리 할아버지가 저 결혼하는 거 보고 싶어 하시니…….”

말하면서 그의 눈빛은 홀 구석을 향했다. 그리고 그제야 구석에 움츠린 채 서 있던 여자가 사라졌다는 걸 확인한 그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몇 년 더 사시면 언젠간 볼 수 있을 거예요.”

말을 마친 순간 그의 손에 잡혀있던 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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