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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하라는 대로 다 할게요

헬기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권하윤을 속박하고 있던 힘이 스르륵 풀렸다.

그 순간 권하윤은 마치 온몸의 힘이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제야 갈비뼈에서 전해지는 고통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방금 전 민도준이 그녀를 끌어안았을 때 너무 힘껏 발버둥 치면서 다친 듯싶었다.

민도준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은 그녀를 어두운 눈빛으로 빤히 내려다봤다.

송골송골 맺혔던 땀방울이 목울대를 타고 흘러내렸고 목덜미에 튀어 오른 시퍼런 핏줄이 아직 가시지 않은 조급함과 함께 펄떡펄떡 뛰면서 점점 온몸에 퍼졌다.

이윽고 그는 무릎 한쪽을 꿇고 앉아 절망으로 가득한 권하윤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이젠 해명도 안한다 이건가?”

권하윤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녀가 뭐라 말하건 이제 아무 소용도 없었다.

될 대로 되라는 듯한 그녀의 절망스러운 태도에 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하지만 그 미소는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고씨 가문에 신경이 쏠려 하윤 씨를 놓칠 뻔했네. 솔직히 하윤 씨가 내 눈꺼풀 아래에서 도망갈 배짱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이걸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운이 나쁘자고 해야 할지. 응?”

마지막 한 글자를 내뱉는 순간 그나마 부드럽게 턱을 움켜쥐었던 손은 당장이라도 권하윤의 턱을 부스러트릴 것처럼 조여왔다.

하지만 권하윤은 그저 눈살을 찌푸릴 뿐 버둥대지도 밀쳐내지도 않았다.

그런 절망적인 표정은 오히려 더 거슬리기만 했다.

“왜? 이젠 거짓말하기도 귀찮아? 그래, 좋아.”

민도준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손목시계를 힐끗 확인했다.

“권 여사를 데리러 간 애들도 마침 돌아올 때가 됐는데 두 사람 회포나 풀게 자리 마련해주지.”

권미란의 이름을 듣는 순간 고요하기만 하던 권하윤의 눈동자는 끝내 조금 흔들렸다.

바닥에 앉아 있던 그녀는 느릿느릿 고개를 들어 민도준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때, 민도준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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