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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죽고 싶으면 다른 곳에서 죽어

민도준은 씩 웃으며 뻣뻣하게 굳어버린 권하윤을 놀리기라도 하듯 그녀를 앉힌 다리를 들썩였다.

“들었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지만 여전히 멍하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권하윤을 보자 민도준은 그녀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렸다.

“애들 돌아왔다는데 뭐해? 일어나지 않고?”

꼭두각시처럼 끌려 일어난 권하윤은 민도준이 문을 열려는 찰나 그가 옆에 버려두었던 과일칼을 들어 자기 심장을 향해 내리 찔렀다.

하지만 예상했던 통증은 전해지지 않았다. 눈을 떠보니 커다란 손이 그녀의 팔목을 잡고 있었고 손목으로부터 팔뚝까지 길게 뻗은 상처로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순간 그녀의 머리는 백지장이 되어버렸다. 이윽고 눈을 들자 마침 포악한 기운을 내뿜는 민도준의 눈과 마주치고 말았다.

“왜…….”

“죽고 싶으면 다른 곳에서 죽어. 내 앞에서 죽지 말고.”

말하면서 그녀를 힘껏 밀치는 순간 한민혁이 마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너무 한순간에 벌어진 터라 권하윤은 긴장할 새도 없었다. 하지만 들어온 한민혁은 그녀보다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민도준이 피가 철철 흐르는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걸 보는 순간 그는 두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민도준은 그런 그를 힐끗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왜? 마음에 들어? 너도 하나 그어줄까?”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부르르 떨면서 대답하는 한민혁을 바라보며 민도준은 담배를 입에 갖다 댔다.

“사고라도 난 거야?”

민도준이 대충 짐작한 듯하자 한민혁은 눈을 질근 감으며 입을 열었다.

“그게, 권 여사와 권효은을 운송하던 차량이 브레이크 고장이 났대.”

“죽었어?”

“응…… 차가 마침 가로로 부딪히는 바람에 뒷좌석에 앉아 있던 권 여사와 권효은 모두 그 자리에서 즉사했어…….”

그 소식에 권하윤의 심장은 세게 요동쳤다. 겨우 한고비 넘겼다는 안도감과 갑자기 벌어진 일에 대한 막연함이 함께 몰려왔다.

그렇다고 권미란과 권효은이 안타까운 건 아니었다. 지금껏 두 사람이 저지른 짓만 생각하면 이건 어찌 보면 업보였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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