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24화 발각

러시아워로 찾아온 교통 체증도 어둠이 깊어지자 점점 완화되었고 집집마다 불빛이 켜지기 시작하며 밤하늘을 알록달록하게 수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환한 불빛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수풀 사이에서 불쌍하게 갈라진 애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하면…… 안 돼요?”

붉은색 가발은 자꾸만 덜컹거려 마구 흐트러졌고 질감 좋지 않은 머릿결이 땀에 젖어 어깨와 얼굴에 들러붙었다.

분명 야릇하고 섹시했지만 원래의 모습보다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에 민도준은 큰 손으로 그녀의 가발을 벗겨 땀에 젖은 검은 머리칼을 해방해 주었다.

그리고 검은 비단결 같은 머리가 양옆으로 흘러내린 순간 민도준의 두 눈은 마침 어둠 속에서 반짝 빛났다.

이윽고 그는 다섯 손가락으로 권하윤의 머리카락 사이로 깊이 파고들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나더러 확인해 보라며? 아까는 자신 있게 말하더니 이제는 안 되겠어?”

권하윤은 머리를 의자에 기대며 깊은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콧속을 파고드는 야릇한 밤꽃 냄새에 원래도 맑지 않던 머리가 점차 무거워졌다.

“저 힘들어요…….”

하지만 어렵사리 한마디를 내뱉은 순간 그녀의 얼굴을 강제로 민도준 쪽으로 돌려졌다. 민도준은 그녀의 쓰러질 듯한 모습을 바라보며 야릇하고도 잔인한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

“경고하는데, 나 만족 안 하면 다른 짓 저지를 수도 있어. 예를 들면 하윤 씨와 함께 오늘 일을 벌인 로건에게 벌을 준다던가.”

남자의 말에 권하윤의 등은 순간 뻣뻣하게 두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체념하기라도 한 듯 민도준의 가슴에 기댄 채 고개를 들며 순종적인 자세를 취했다.

“착하네.”

“…….”

그렇게 권하윤과 몸을 섞은 민도준은 밤이 깊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선심을 쓰듯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차가 문 앞에 도착했을 때 권하윤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몸은 남자의 커다란 외투에 의해 가려져 오히려 눈물법벅이 된 얼굴이 더욱 가련해 보였다.

두 번 불렀지만 권하윤이 여전히 움직이지 않자 민도준은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낮게 속삭였다.

“그래, 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