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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몸을 도구로 사용하다

손바닥 아래에 느껴지는 피부는 차갑고 매끄러웠으며 눈앞의 여인은 다른 때보나 순종적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억울함도 서러움도 참고 자기 몸을 도구로 사용하면서까지 그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고 애쓰는 권하윤을 보자 민도준은 씁쓸한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윽고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권하윤의 어깨에 올려놓았던 손을 움직여 그녀의 목을 조르며 자기 쪽으로 당겨왔다. 그러더니 상대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자 그녀의 나시끈을 끊어버렸다.

“좋아, 그렇게 원한다면 어디 확인해 보자고.”

-

병원.

“제 동생과 함께 저 구해주러 와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마침 가던 길이었습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하윤 씨를 따라간 건 우연이었지만 희연 씨 구한 건 우연 아닙니다. 네. 바로 이겁니다.”

권희연의 감사 인사에 로건은 연신 손을 젓던 로건은 점점 이상해지는 말에 당황하는가 싶더니 겨우 제대로 해명한 뒤에야 확신에 찬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순수한 그의 행동에 권희연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문득 뭔가 생각났는지 붕대를 감은 고개를 푹 숙이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죄송해요. 못 볼 꼴 보여드렸네요…….”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로건은 연신 손을 저으며 또렷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민 사장님이 말씀하셨는데 본인 의지로 한 게 아니면 본인이 한 게 아니래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너무나 순수한 표정으로 부리는 로건의 모습에 권하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난감하기만 했다.

하지만 남의 의견을 반대하는 성격이 아닌지라 그녀는 오히려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냐고 되물었고 로건은 그녀의 물음에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민 사장님이 말씀하셨는데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한 일은 자기가 한 일이 맞지만 할 수 없이 한 일은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했어요. 희연 씨도 할 수 없이 그런 일에 휘말렸으니 자기 자신을 괴롭힐 필요 없어요.”

그의 말에 권희연은 순간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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