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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빌려줘

다른 사람의 귀에는 지극히 평범한 말이었지만 민승현의 귀에는 거슬리기만 했다.

하지만 대놓고 반박하지도 못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권하윤은 민승현이 뭔가 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와 동시에 민승현의 성격상으로 당장이라도 약혼을 엎으며 날뛰어야 할 텐데 계속 참고 있다는 게 의아했다.

어색함이 민시영한테까지 전해지자 그녀는 어두운 표정의 민승현과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느릿느릿 음식을 짚는 민도준을 번갈아 바라봤다.

“미안.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권하윤에게 암시를 보냈다.

이에 권하윤도 곧바로 그녀를 뒤따랐다.

“시영 언니, 저도 같이 가요.”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화장실 안에서 민시영은 권하윤의 손을 잡은 채 따져 물었다.

“하윤 씨, 오늘 승현이와 도준 오빠가 너무 이상하던데 혹시 눈치챈 거예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듯 고개를 젓는 권하윤을 보자 민시영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낮게 속삭였다.

“내가 하윤 씨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승현이가 도준 형보다 아직 젊다고 해도 민씨 가문 다섯째 도련님이에요. 도준 오빠 때문에 승현이와 틀어지는 것보다는 잘 달래서 다섯째 작은 사모님 신분이라도 유지하는 게 하윤 씨한테 더 유리하지 않겠어요? 하윤 씨만 원한다면 민씨 가문에서 자리 잡는 거 제가 도와줄게요.”

말없이 민시영의 말을 듣고 있던 권하윤은 눈을 내리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무슨 소식이라도 들었나요?”

“솔직하게 말할게요. 며칠 전 고씨 가문 어르신이 왔었을 때 사실 오빠와 고은지 씨의 약혼에 대한 말이 오갔었는데 오빠가 거절하지 않았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화장실에 놓인 장식 암석 위로 흘러가는 물소리가 일순 멀어지는 것처럼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멍해지는가 싶더니 권하윤은 자신의 상황이 왠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이미 짐작했었는데 직접 듣고 나니 조금 의외였다.

하지만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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