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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울며불며 난리 쳐 봐

꾹 눌린 머리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게 된 권하윤은 할 수 없이 민도준의 가슴에 얼굴을 바싹 붙인 채로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요. 우리의 관계는 도준 씨가 결정한다던 말 잊지 않았어요.”

서늘하고도 약한 기류가 남자의 턱에 흩뿌려져 조금은 거리감이 느껴졌다.

“음?”

살짝 올라간 말꼬리는 약간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그러니까 그 말은 고은지 씨를 동정한다는 뜻인가?”

“저한테 다른 사람을 동정할 자격이 있기나 한가요?”

‘나 하나 살기도 바쁜데 다른 사람을 동정한다니 우습네.’

“그래?”

민도준은 말끝을 늘어트리며 권하윤의 등에 놓인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나랑 헤어지고 싶은 것도 아니고, 고은지 씨를 동정하는 것도 아니면…… 내가 고은지 씨랑 결혼하는 게 싫은 거야? 응? 제수씨?”

등에서 느껴지는 힘이 분명 부드러운 편이었지만 권하윤은 매우 불편했다.

이윽고 민도준이 물어보는 순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바로 부인했다.

“아니요. 도준 씨가 누구랑 결혼하든 도준 씨 자유죠.”

“음, 내 자유인 건 맞지.”

“…….”

“그런데 하윤 씨가 만약 울며불며 난리 치면 다시 생각해 볼 수는 있는데.”

허리에 닿은 손이 주물럭거리는 사이 권하윤의 눈은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가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 주제는 누구보다도 잘 아니 두 분 절대 방해 안 해요.”

권하윤이 말을 꺼내자 공기는 순간 고요해지더니 한참 뒤 의미심장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주제를 잘 안다면 다행이고. 이번 달 말 나랑 고은지 씨랑 약혼할 건데 할아버지가 나더러 날짜를 고르라고 하네. 하윤 씨도 나를 도와 날짜 좀 골라주는 건 어때? 23일과 30일 중 어느 날이 좋을까?”

그녀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순간 민도준의 농담 섞인 말에 고은지와 결혼하지 말라고 대답하지 않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날짜까지 정해졌는데 당연히 그녀의 말 한마디로 바뀔 수 있는 게 없을 테니까 말이다.

마음을 가다듬은 그녀는 여상스러운 말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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