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숙부님 오셨어요.”고은지의 말에 민도준은 권하윤에게 장난치던 손을 멈칫하더니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그 틈에 권하윤은 그를 밀어버리고 허둥대며 숨을 곳을 찾아 헤맸다.그때, 손이 옥죄어 오더니 민도준이 따라 일어났다. 심지어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도 장난칠 마음이 들었는지 그녀의 볼살을 쭉 잡아당겼다.“놀랄 거 없어. 침대에서 뒹굴다 잡힌 것도 아니고.”“이거 놔요.”버둥대며 그의 손에서 빠져나오려는 순간 고은지가 안으로 들어섰다.일순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린 권하윤은 무의식적으로 민도준을 바라봤다.하지만 민도준과 마찬가지로 고은지도 전혀 놀란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큰 숙부님이 정원까지 들어섰어요.”물론 어색하고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민용재를 상대하는 게 우선이었다.“저 먼저 갈게요.”말을 하며 손을 빼내려 버둥댔지만 남자의 손은 마치 뿌리라도 내린 듯 뿌리칠 수 없었다.심지어 민도준은 바람피우다 들켰다는 자각도 없는 것처럼 고은지의 면전에서 그녀의 손목을 주물럭거렸다.“멀리 도망가지 마.”권하윤은 이 상황을 차마 견딜 수 없어 대충 대답하고 안쪽 방으로 도망쳤다.그리고 그녀가 몸을 숨기기 바쁘게 민용재가 저택에 들어섰다.그 시각, 이미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던 민도준은 나른한 목소리로 그를 맞이했다.“오셨네요?”웃어른인 민용재도 서 있는데 까마득한 후배인 민도준이 다리를 꼰 채 삐딱하게 앉아 있으니 상황은 그야말로 난감했다. 하지만 민도준이 여전히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자 체면이 서지 않은 민용재는 이내 표정을 구겼다.“참 한가해 보이는구나.”“아니면요?”민도준은 느긋하게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입꼬리를 씩 말아 올렸다.“숙부님처럼 정신없이 일하다가 아무것도 차지하지 못하고 다 빼앗길까요? 아, 아니지. 아무것도 못 가진 건 아니지.”이윽고 손가락을 접으며 셈을 헤기 시작했다.“저 암살하고, 고창호 어르신을 끌어들이고, 과학기술 단지를 손에 넣으려 하다가 일이 모든 일을 다 망쳤죠. 그런데도
마치 말을 타는 듯 상대를 놀리는 민도준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권하윤은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민용재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곧이어 화가 단단히 난 민용재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게 들려오자 이 틈에 슬그머니 밖으로 도망치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왔다.그러던 그때, 하늘이 그녀를 돕기라도 한 듯 베란다에 난 작은 문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어색했는데 이참에 얼른 도망쳐야겠어.’민용재가 떠나기 바쁘게 그녀는 슬그머니 그 뒤를 따랐다.그리고 그 시각, 거실에서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던 민도준은 작인 인기척에 입꼬리를 올렸다.‘하, 이젠 점점 기어오르네. 감히 도망가시겠다?’그가 마침 담배를 다 피웠을 때 손에 받쳐 든 재떨이가 그의 앞에 쑥 내밀어졌다.곁눈질로 확인해 보니 아까부터 조용함을 유지한 채 앉아있던 고은지였다.그는 손에 힘을 준 채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끄더니 고은지의 손이 미세하기 떨리기 시작하자 싱긋 웃었다.“눈치는 있네,”“도준 씨 일인데 당연히 신경 써야죠.”떨리는 손목과 달리 평온한 말투였다.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커다란 손이 그녀의 목을 세게 조여왔다.갑자기 조여오는 힘에 숨이 막혀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벌겋게 달아올랐다.“쨍그랑”이윽고 손에 들려 있던 재떨이마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당장이라도 상대를 죽이려는 듯한 동작에 반해 한없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민도준이 말을 걸어왔다.“민용재 그 인간을 끌어들인 거 은지 씨잖아. 내가 빚지게 만들려는 속셈인가?”“…….”고은지의 눈빛은 순간 자잘하게 흔들렸다. 살려고 숨을 헐떡이며 발버둥 치는 모습이 조금 가엽기까지 했다.하지만 민도준은 그녀의 눈이 뒤집힐 때까지 손에 힘을 주며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아참, 전에 민승현한테도 같잖은 도움 주려고 했었지? 설마 그 얼굴이 목숨을 건지는 패라도 되는 줄 아나? 아니면 죽음도 두렵지 않은 건가?”돌아오는 대답은 고요함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고은
민도준은 자기의 말에 의견을 굽힌 권하윤을 힐끗 바라보며 그녀의 다리를 손으로 슥 매만졌다.“응. 기다려.”짤막한 한마디를 남기고 민도준이 떠나가자 권하윤은 마음이 불안해 났다.그녀는 안절부절못하며 밖을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바라보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그리고 그 시각, 권씨 집안 사람들도 그녀못지 않았다.민도준과 같은 큰 인물이 집에 왔다는 말에 권미란은 머리도 미처 빗지 못한 채 다급히 달려 나왔다.“민 사장님이 이런 누추한 곳에 다 오시다니. 앉으…….”앉으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도준은 주인인 것처럼 먼저 소파에 털썩 기대앉았으며 서 있는 권미란을 향해 오히려 자리를 권했다.“앉으시죠? 서서 저 대접할 겁니까? 그렇게 내외할 거 없습니다. 얼른 앉으세요.”그의 말에 권씨 저택 분위기는 순간 무거워졌다.고지식한 가풍을 가지고 있는 데다 예의범절에 엄격한 권씨 집안에서 그것도 권미란 앞에서 이런 태도는 절대 허용될 수 없는 거였다.심지어 권하윤은 평소 말하는 속도가 조금 빨라도 혼나곤 하는데 그런 걸 깡그리 무시하는 민도준의 건방진 행동에 권미란의 표정은 좋을 리가 없었다.“민 사장님, 이게 지금…….”“농담 좀 한 겁니다. 설마 진지하게 받아들인 건 아니죠?”민도준의 건들건들한 태도에 권미란은 진지하기도 그렇다고 무시하기도 애매했다.따라서 파리라도 삼키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표정만 구겼다.하지만 그녀는 끝내 화를 삭이며 호흡을 가다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늘 온 건 우리 넷째 때문입니까?”“네.”민도준은 숨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말했잖습니까? 권하윤 씨와 잘 수만 있다면 권씨 가문과 손을 잡겠다고. 잠은 이미 잤으니 약속을 지킬 때가 됐죠.”충격적인 한마디에 거실에 있던 사용인들은 하나둘 고개를 떨구며 몸을 한껏 움츠렸다. 심지어 입에서 소리라도 날까 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갑자기 예고도 없이 가문의 민낯을 다른 사람 앞에서 드러내는 민도준의 모습에 권미란은 놀라기도 잠시 애써 체통을
“말씀하시죠.”“우리 제수씨 말인데요, 예전에 해원에 갔던 적 있나요?”살짝 웃으며 꺼낸 민도준의 말에 권미란의 표정은 알게 모르게 굳어버렸다.‘갑자기 이건 왜 묻지? 설마 뭔가 알게 됐나? 아니면, 권하윤이 알려줬나?’‘아니야, 그럴 리 없어. 민 사장이 공씨 가문 가주와 아는 사이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인데 권하윤이 자기의 허점을 쉽게 드러낼 리 없어. 더욱이 오빠도 내 손에 있는데.’몇 초도 안 되는 사이, 권미란은 뭔가 결심을 내린 듯 고개를 저었다.“우리 집 애들은 어릴 적부터 경성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게다가 지금 세상이 무서운지라 그 애들을 밖에 내보낸 적 없고요.”“아하, 그러시구나-”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말투에 불안감이 일순 권미란을 덮쳤다.“권 여사님, 제가 누군지 아시죠?”“당연하죠. 민 사장님의 명성을 모르는 사람이 경성에 누가 있겠습니까?”“하, 난 또 모르시는 줄 알았지 뭡니까.”분명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마치 상대의 껍질을 벗겨낼 것처럼 잔인하고 악랄했다.“그래서 저를 속이는 줄 알았는데.”분위기는 갑자기 변하더니 편안하던 공기 속에 찬 바람이 불어 들어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다행히 권씨 가문을 관리하면서 쌓은 내공이 있는지라 권미란은 이러한 압박에도 이내 무너지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마음을 다잡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넷째는 몸이 안 좋아 제가 어릴 때부터 옆에 끼고 살다시피 했습니다. 더욱이 제 말은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는 아이이고요. 경성에 있으면서 민 사장님도 소문을 들었을 텐데요.”그녀가 이토록 대담하게 권하윤에게 가짜 신분을 만들어 줄 수 있었던 것도 그녀의 진짜 딸 덕분이었다.만약 없는 사람을 만들어 내면 바로 들통이 날 테지만 권하윤은 원래 있던 사람을 대신한 거기 때문에 누구든지 그녀의 이름을 조사한다 해도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이 모든 걸 계산한 권미란은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렸다.“혹시 넷째가 민 사장님의 심기라도 거슬렀나요? 그렇다면 걱
‘전신 검사…….’그 네 글자를 듣는 순간 권하윤은 숨이 턱 막혔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머리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가해지면서 그녀의 주의를 끌어왔다.“선천적으로 심장이 나쁘다고 하던데, 몸조리 잘해야 하지 않겠어?”“그건 어릴 때 앓았던 병일 뿐이에요. 지금은 말끔히 나아서 번거롭게 검사할 필요 없어요.”“어떻게 그래.”권하윤이 조심스럽게 건넨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채, 민도준은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뒷덜미를 받쳐 들었다.“내가 특별히 하윤 씨 진료 기록도 열람 신청했는데. 본인이 안 가면 내가 헛수고한 게 되잖아.”“…….”‘그래서 들어간 지 한참이 되어서야 나온 거였어? 권미란과 대화하는 틈에 이런 일까지 준비하려고?’점차 창백해지는 권하윤의 낯빛을 보자 민도준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그녀의 귀걸이를 만지작거렸다.“운전해.”이런 상황까지 왔으니 도망치는 건 말도 안 됐다.때문에 권하윤은 어색하게 손을 들어 핸들을 잡더니 기계적으로 운전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잔뜩 긴장한 그녀에 반해 민도준은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심지어 창문을 절반 내리고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기까지 했다.그렇게 도착한 병원.차에서 내리는 순간 권하윤의 손바닥은 이미 흥건하게 젖어있었다.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민도준은 피식 웃으며 티슈를 뽑아 닦아주는 섬세함까지 보여줬다.그리고 정교한 무늬가 있는 티슈로 권하윤 손바닥을 느긋하게 문지르며 재밌는 듯 입을 열었다.“몸이 약하다는 게 정말인가 보네? 운전하는 데도 이렇게 피곤해하다니. 앞으로 운전을 맡기지도 못하겠네?”다정한 말투에 두려움이 권하윤을 덮쳐왔다.그 다정함은 마치 그녀에게 차려진 마지막 만찬인 것만 같았다. 풍성하지만 씹을수록 괴롭기만 한 느낌 말이다.그때, 그녀의 손을 다 닦은 민도준이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빛을 교환하며 싱긋 웃었다.“내려.”뻣뻣하게 차에서 내려 끌려가다시피 병원에 들어선 권하윤은 복도를 지나면서 수만 가지 생각을 했다.‘아무리 완쾌했다고 해도 수치는 거
권하윤은 기뻐할 겨를도 없이 어떻게 하면 민도준을 붙잡아 둘 수 있나 하는 생각에 잠겨있었다.하지만 그녀가 생각할 새도 없이 어느새 권희연의 병실 문 앞에 도착했다.“이따가 데리러 올 테니까 들어가 봐.”“같이 안 들어가요?”민도준이 가려고 하자 권하윤은 무의식중에 그를 붙잡았다.그런 그녀의 반응에 민도준은 피식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낮게 속삭였다.“나도 들어가라고? 언니 앞에서 약혼자 형과 어떻게 바람피우는지 보여주려고?”“아니…….”하지만 한마디가 채 끝나기도 전에 병실 문이 열리더니 도시락을 든 로건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민도준을 보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민 사장님? 사장님도 희연 씨 보러 오신 겁니까?”“아니, 너 보러.”로건의 어리버리한 모습에 민도준은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하하, 고마워요…….”그의 말에 감동이라도 받았는지 로건은 머리를 긁적이며 헤실 웃었다.하지만 그때.“블랙썬에서 하도 얼굴을 보기 어려워서 말이지.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러 왔어.”“…….”덧붙여진 민도준의 말에 이 모든 게 그의 착각이었다는 걸 알아챈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민 사장님, 죄송합니다. 바로 돌아가겠습니다.”“됐어.”민도준은 권하윤을 힐끗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먼저 우리 제수씨를 안으로 데려가. 심장이 안 좋다니 어디 도망가지 못하게 잘 감시하고.”“네, 알겠습니다. 하윤 씨, 들어오세요.”로건은 민도준의 말에 대답하기 바쁘게 권하윤을 안으로 모셨다.권하윤은 예상을 벗어난 상황에 입을 뻐금거리며 민도준을 만류하려고 했지만 그는 그녀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권하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로건을 따라 병실로 들어가는 것뿐이었다.고작 몇 시간이 흘렀지만 권희연은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그녀는 베개를 등에 받치고 침대에 기댄 채 무릎 위에 핫핑크색 목도리를 덮고 있었으며 산처럼 쌓인 과일을 손 옆에 두고 있었다.이윽고 권하윤이 들어오자 손에
민도준의 말에 의사는 잠깐 멈칫하더니 어리둥절해서 되물었다.“환자분한테 쌍둥이 자매가 있나요?”“그걸 몰라서 묻잖습니까.”민도준은 웃고 있었지만 의사는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아, 아까는 그런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네요. 쌍둥이가 맞는지 확인해 보려면 더 정밀한 검사를 진행해 봐야 하는데 내일쯤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그래요.”민도준은 옷에 떨어진 담뱃재를 툭툭 털며 일어나 의사에게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부탁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조심히 가세요.”-아래층 병실.권희연은 권씨 가문을 무너트리자는 권하윤의 요구에 응하고 나서 자기가 지금껏 겪었던 일들을 하나둘 설명하기 시작했다.그 때문에 검사 결과에만 신경 쓰던 권하윤도 점차 그녀의 말에 집중력이 끌려왔다. 그렇게 알게 된 사실도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만했다.권씨 가문에서 설립한 서원 여고는 대외적으로 우아하고 지적인 여성 교육에 힘쓰는 여성들의 천당이라고 알려졌다.더욱이 서원 여고를 졸업한 학생들 중 부자와 결혼하거나 외국 황실에 시집간 학생들도 허다하고 말이다.이건 아직 세계관을 설립하지 않은 소녀들에게 현대판 신데렐라가 될 수 있는 허황한 꿈을 심어주기엔 충분했다.하지만 서원 여고도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 문턱이 매우 높은 건 물론, 입학 원서를 통과한 뒤 1년 정도의 고찰을 통과해야지만 정식으로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하지만 모든 심사를 통과하고 나면 학비를 면제받을 뿐만 아니라 고액의 보조금도 받을 수 있고 또 모두에게 진정한 재벌녀가 될 수 있게끔 보장해 준다.그 사이 등급 테스트를 통해 부동한 레벨의 파티에 참석해 일반인들은 평생 가도 만나지 못할 유명 인사들도 만날 수 있다.이게 바로 서원 여고가 밖에 알려진 이미지이다.심지어 권희연조차도 20년 동안 학교에서 교육받으면서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권효은을 찾으러 교장 사무실에 갔다가 그녀와 다른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문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던 권희연은 갑자기 나타난 민도준에 깜짝 놀라 얼어붙었다.하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입을 열려는 순간, 민도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권하윤의 허리를 야릇하게 끌어안았다.“뭔 생각을 하기에 그렇게 정신이 팔려 있어?”“민 사장님.”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권하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놀라 가슴을 미처 가라앉히지도 못한 채 짤막하게 소리쳤다.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권희연도 마치 적이라도 만난 사람처럼 소스라치게 놀랐다. “민 사장님, 하윤은 민 사장님의 제수씨잖아요, 그러면 안 돼요.”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면서도 동생이 자기와 같은 노리개로 전락하기라도 할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었다.이에 권하윤은 자기 허리를 감싸고 있던 민도준을 얼른 밀어버린 채 권희연에게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언니, 걱정할 거 없어. 나랑 민 사장님, 사적으로 친분 있는 가까운 관계야.”권하윤의 단어 선택에 민도준은 피식 웃으며 협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아주 가까운 관계긴 하지.”“…….”두 사람의 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권희연은 넋을 잃은 채 그간 있었던 일들을 회상했다. 그리고 그제야 두 사람이 진작에 얽힌 관계라는 걸 알아차렸다.하지만 그게 좋은 징조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권하윤을 바라봤지만 민도준이 옆에 있는 바람에 하려던 말을 다시 목구멍으로 삼켜버렸다.그런 그녀를 보면서도 권하윤은 다른 걱정이 떠올라 푹 쉬라는 당부만 하고 병실을 나섰다.그리고 복도로 나온 뒤, 민도준의 눈치를 힐끗힐끗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왜 내려왔어요? 혹시 결과가 나왔나요?”“나왔어.”민도준의 의미심장한 표정에 약 2초간 숨죽이고 있던 권하윤은 그가 더 이상 말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애써 침착하며 되물었다.“결과는 어때요? 저 심장병 다 나았대요?”하지만 조심스러운 물음에 민도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지금껏 그녀를 이토록 꼼꼼하게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