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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죽고 싶어?

공씨 가문 때문에 언제나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기고 조심스럽게 권하윤을 만나던 성은우는 처음으로 이렇게 똑바로 권하윤을 쳐다봤다.

오히려 죽음을 맞이하고 찾아온 이 순간이 과분할 정도로 소중했다.

웃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무표정으로 산 얼굴이라 굳었는지 아니면 웃는 방법을 잊었는지 입가에 걸린 미소가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웠다.

“괜찮아, 안 그래도 원래 죽을 목숨이었어.”

나지막한 위로가 잇따랐다.

“…….”

하지만 그 말에 권하윤의 눈물은 더 심하게 흘러내렸다.

‘안 돼. 이러면 안 돼!’

감정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권하윤은 끝내 민도준에게 모든 사실을 고백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생각을 간파한 성은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무 늦었어. 윤아, 너무 늦었어.”

그는 공태준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가 의심하기 시작한 마당에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다시 돌이킬 수 없었다.

때문에 권하윤이 모든 걸 고백한다 해도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 외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

더욱이 그는 처음부터 살 생각이 없었다.

민도준의 말처럼 연약한 여자 하나 죽이지 못한다는 건 실수로 끝날 일이 아니다. 아무리 실수했다고 해도 다시 기회를 찾으면 그만이니까.

그게 아니라면 그가 죽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

그가 죽으면 공태준도 권하윤이 민도준한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게 될 테고 더 이상 손을 쓰지 않을 테니 말이다.

때문에 민도준이 두 사람의 관계를 물었을 때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연인이라고 말했다.

민도준을 자극해 죽음을 자초하려는 것 외에도 한 번쯤은 마음이 품어오던 꿈을 이루게 하고 싶었으니까. 아무리 그게 가짜라도 말이다.

이 시각, 성은우는 더 이상 자기 마음을 숨기지 않고 권하윤을 탐하고 있는 자기 모습을 그대로 내비쳤다.

하지만 그의 눈에 들어온 권하윤은 해원에 있을 때보다 많이 여위었고 명랑하고 맑기만 하던 얼굴에 고통이 맴돌고 있었다.

사실 그는 말없이 도망친 그녀를 원망한 적 없다고, 그녀가 공씨 저택에서 도망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자기의 하모니카 실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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