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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아파도 계속

격렬한 반항으로부터 점점 무감각해진 권하윤은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절망에 빠진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격렬한 움직임 때문에 땀에 젖은 머리는 계속 움찔거리며 쉬지를 못했다.

허리를 조여오는 감각은 당장이라도 그녀의 허리를 끊어버릴 것만 같았고 몸에 전해지는 고통도 가슴의 고통을 덮지 못했다.

그렇게 흐리멍덩해진 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죽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쏴-”

샤워기의 뜨거운 물이 그녀의 몸에 흩뿌려질 때 침대 시트에 쓰려 빨갛게 된 등줄기가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그걸 끝으로 그녀는 감각이 마비되기라도 한 듯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씻겨져 다시 침대로 옮겨졌다.

광란 뒤에 찾아온 평화는 마치 활활 타오르던 불길 속에서 남겨진 잿더미 같았다.

잠시 지속된 고요함은 바람과 풀의 움직임에 쉽게 깨졌고 날숨 한 번으로 잿더미가 된 심장이 흩날리듯 움직이며 어둠만 남은 이 순간을 상기시켰다.

한참의 침묵 끝에 나직한 목소리가 침대에서 울려 퍼졌다.

“저 집에 갈래요.”

담배를 쥔 민도준의 손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입가에 갖다 댔다.

“내일 가.”

“저 집에 갈래요.”

권하윤은 그를 등진 채 한 번 또 한 번 중얼거렸다.

“저 집에 갈래요. 지금 당장 돌아가고 싶어요.”

새벽 3시.

어둡고 고요한 밤, 검은색 부가티가 바람을 가르며 길 위를 질주했다.

조수석에 앉은 권하윤은 자기 것이 아닌 외투로 몸을 두른 채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뒷모습만 남겼다.

모퉁이를 돌 때 민도준은 그녀를 힐끗 바라봤다.

얇은 몸뚱아리를 한껏 움츠린 채 조용하게 앉아 있는 그녀를 본 순간 그의 입가에는 비웃음 섞인 미소가 번졌다.

‘진짜 죽어버리면 신경 쓸 필요도 없겠는데.’

길게 이어진 침묵 속에서 차는 끝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죽어도 집에 오겠다며 길길이 날뛰던 그녀의 모습을 돌이켜 보니 도착하기 무섭게 도망치듯 달려 나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차가 멈춰 선지 한참이 지났지만 권하윤은 여전히 그에게 등을 보인 채 앉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민도준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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