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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죽고 싶으면 도와줄게

권하윤의 열이 내려 깨어났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입안은 씁쓸하고 눈가는 시큰거리고 머리는 터질 듯 아파 오더니 결국은 쓰러지기 전의 기억이 다시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은우…….’

그녀는 이불을 들추며 일어났지만 눈과 머리가 어지러운 탓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로 주저앉아 버렸다.

하지만 곧 닥쳐올 고통을 예측하기라도 한 듯 눈을 질끈 감은 그때 팔 하나가 그녀를 일으켜 세우더니 곧이어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죽기라도 하려고 그래? 여긴 침대지 옥상이 아니야. 뛰어내려도 죽지 못해.”

권하윤은 그의 접촉이 역겹도록 싫어 몸을 버둥대며 빠져나오려고 애썼다.

“은우는요? 저 은우 보러 갈래요!”

민도준은 그의 저항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듯 그녀를 가볍게 침대 위로 던져버리고는 팔짱을 낀 채 내려다보았다.

“죽었어.”

이윽고 손목에 걸린 시계를 힐끗 보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쯤이면 아마 저승 문턱을 넘었을 거야.”

다시 침대에서 내리려던 권하윤은 일순 정지한 듯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들며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은 채로 민도준을 바라봤다.

“지금 저 놀리는 거죠? 은우 아직 살아있죠?”

민도준은 피식 웃더니 손아귀로 그녀의 턱을 잡으며 위로 들었다.

창백한 그녀의 얼굴은 아직 남아있는 미열로 붉게 물들었고 눈물에 젖은 눈동자에는 당황함이 담겨 있었다.

그때 살짝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내 곁에 그렇게 오래 있었으면서 왜 이렇게 바보같이 굴까? 내가 남의 사정 봐주는 사람으로 보여? 더욱이 상대는 내 구역을 침범한 개새끼인데?”

“…….”

권하윤은 민도준의 눈빛에서 장난기를 찾고 싶었지만 깊고 어두운 그의 눈동자에는 오직 서늘함만 담겨 있었다.

결국 모든 걸 받아들이기로 한 그녀의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목구멍을 타고 나오는 목소리는 갈라질 대로 갈라져 있었다.

“시신은 어디 있어요?”

“시신? 개밥으로 줬어.”

민도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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