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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다른 호칭으로 불러드릴게요

‘어젯밤…….’

기억이 머릿속으로 밀려 들어오면서 몇몇 화면들이 눈앞에 떠오른 순간 권하윤 마음속의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 그녀는 눈을 내리깐 채 눈 밑에 걸린 정서를 숨겼다.

“그건 제가 열 때문에 머리가 어떻게 돼서 헛소리 지껄인 겁니다. 잊어주세요.”

낮은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더니 권하윤의 고개는 강제로 들렸다.

민도준의 검은 눈동자는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그녀를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으며 손가락은 그녀의 입술을 계속 매만졌다.

그리고 이윽고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그의 잇새로 흘러나왔다.

“어쩜 헛소리도 그렇게 사랑스럽게 할 수 있지? 어디 다시 불러 봐.”

퉁퉁 부은 입술이 꺼칠꺼칠한 손에 문질러져 아프기만 했지만 민도준은 일부러 그녀를 괴롭히기라도 하는 듯 손가락을 그녀의 입술 사이로 밀어 넣으며 억지로 벌렸다.

만약 다른 호칭이었으면 바로 불러줬겠는데 오빠는 그녀의 가족이자 도피처였기에 이렇게 야릇하고 불순한 의도로 불러야 한다는 게 거부감이 들어 좀처럼 입이 열리지 않았다.

결국 한참 고민 끝에 그녀는 다른 호칭으로 대체했다.

“자기야.”

“식상해.”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음기 섞인 눈매로 자기를 바라보는 민도준을 보는 순간 권하윤의 마음속에는 원망과 한이 피어올랐다.

‘왜 이토록 내가 원하지 않는 일만 강요하는지…….’

하지만 그녀는 끝내 분노를 삼키고 민도준을 올려다보며 뭔가를 암시하는 듯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따가 밤에 다른 호칭으로 불러드릴게요.”

몸을 바치더라도 오빠라고는 죽어도 부르려 하지 않는 고집에 민도준은 재밌는 듯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밤까지 기다릴 거 뭐 있어? 나 지금 시간 많아.”

그의 말에 권하윤의 손은 뻣뻣하게 굳었다.

열이 방금 내려 기운도 없는 데다 어제 미친 듯한 밤을 보내 또 관계를 했다간 정말 병원에 실려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 민도준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에 드리웠던 그녀의 손을 잡으며 주물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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