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11화 자기를 망치다

권하윤은 몸을 가누기 바쁘게 들리는 말에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웃었다.

“그런 게 제 마음대로 되나요? 도준 씨 같은 사람은 그냥 있기만 해도 수많은 사람이 비위를 맞추며 들러 붙겠지만 저 같은 사람은 오히려 염치 불문하고 다른 사람한테 들러 붙어야 하거든요. 그런 제가 염치를 차릴 필요가 뭐가 있을까요?”

그녀의 말에 민도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한껏 구겨진 눈매로 포악함을 내뿜고 있었고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참지 못하고 권하윤에게 손을 대려던 찰나 피식 웃으며 권하윤의 손을 뿌리쳤다.

“제수씨, 지금 나 일부러 자극하는 거야?”

당장에 꼼수를 발각된 자각도 없이 권하윤은 대뜸 인정했다.

“네. 제가 권씨 가문 여자인 이상 언젠간 희연 언니처럼 팔리듯 다른 사람과 잠자리를 가져야 할 텐데, 그 시기가 빨리 오든 늦게 오든 뭔 차이가 있겠어요. 차라리 제게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제 손으로 미리 선택하는 게 낫죠.”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안은 무거운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

민도준은 고개를 숙인 채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지금의 권하윤은 예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모든 걸 내건 듯 결연한 모습이었는데 그건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해탈함과 절망이 담겨 있었다.

예전의 권하윤이 이런 말을 했다면 민도준은 당연하듯 그녀가 일부러 또 가식적인 연기를 하며 도움을 청한다고 생각했을 텐데, 지금의 그녀는 너무나도 평온한 겉과는 달리 강박적이면서도 공포를 띤 모습이었다.

마치 아무나 자기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을 위해 뭐든 다 할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이러한 변화는 한 사람 때문이었다. 바로 그의 안중에도 없던 그 개자식.

두 쌍의 눈이 마주치는 동안 암류가 용솟음쳤다.

그러다가 한참 뒤, 민도준이 고개를 까딱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옷 입어.”

그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권하윤은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 입은 뒤 그의 결정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권씨 가문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