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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그녀에 대한 조사

민도준이 이런 걸 조건이랍시고 내걸 거라곤 생각지도 못한 권하유은 잠시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민도준은 다시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채 여유로운 듯 되물었다.

“왜? 싫어?”

여전히 아무 대답 없는 권하윤을 빤히 보던 그는 성은우 쪽으로 턱을 들더니 명령했다.

“1분 지났어. 한 번 더 눌러.”

“할 게요!”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권하윤은 다급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로건은 자각적으로 몸을 돌려 벽을 마주했다/

이제 방금 전류 때문에 잃었던 감각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던 성은우는 민도준의 다리 위에 앉은 권하윤을 보자 두 눈에 핏발이 섰다.

“민 사장님, 우리 얘기 좀 합시다.”

민도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그의 앞에서 보란 듯이 권하윤의 가는 허리를 만지작거리며 그녀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

“얘기? 나 지금 바쁜데. 그냥 말해.”

성은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뜨더니 고개를 떨군 채 입을 열었다.

“민 사장님은 높은 위치에 있는 분이잖아요. 저처럼 어둠 속에서만 사는 개 때문에 윤이한테 상처를 입힐 가치가 없지 않나요?”

자기를 비하하는 그의 발언에 참고 있던 눈물이 다시 권하윤의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건 민도준이 그에게 보여주기 위해 권하윤을 괴롭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는 자기처럼 천박한 사람 때문에 언짢아할 필요 없다는 걸 애써 어필했다.

하지만 잔인하고 대단하기로 유명한 성은우가 자기 품에 안긴 여자를 위해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민도준은 혀로 볼을 꾹 밀며 화를 삭였다.

“그러지 뭐. 성은우 킬러님이 나한테 할 말이 있다는데 시간은 줘야지 않겠어?”

그는 권하윤의 허리를 만지작거리다가 톡톡 두드렸다.

“밖에서 기다려.”

하지만 권하윤은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가 나가면 다시는 성은우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겁이 났다.

“로건, 끌어내.”

“하윤 씨, 나가시죠.”

민도준의 명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로건이 권하윤의 시선을 막아섰다.

그러다가 여전히 버티고 서있는 그녀를 보고는 나지막하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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