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윤은 순간 입을 다문 채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민도준을 바라봤다.‘설마 민승현이 발견하고 찾아왔나?’하지만 그녀가 창문으로 뛰어내릴까 주저하고 있던 그때 밖에서 애교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민 사장님, 혹시 주무세요?”‘이 목소리는…… 강민정이잖아? 강민정이 이 시간에 왜 왔자?’권하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반쯤 벌이고 멍하니 있었다.그때 민도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허리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오늘 참 시끌벅적하네. 강민정이 만약 하윤 씨가 내 방에 있는 걸 보면 어떤 반응일까?”권하윤은 그의 말에 놀라 두 손으로 그의 팔을 꽉 붙잡았다.“안 돼요. 가라고 해요.”“음흠?”민도준은 눈썹을 치켜뜨며 권하윤에게 물려 핏자국이 생긴 손가락을 흔들었다.“강민정이 하윤 씨보다 말 더 잘 들을 것 같은데.”그의 말에 권하윤은 말문이 막혔고 방금 전 벌인 일을 후회했다.‘어쩌면 민도준이 절대로 손해 보는 장사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거 그새 잊었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더라면 절대 물지 않았을 텐데.’하지만 그녀가 속으로 후회하고 있을 때 또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민 사장님? 저 승현 오빠와 새언니 일로 드릴 말씀이 있는데 혹시 지금 시간 돼요?”문밖에 있는 강민정은 애교가 철철 흘러넘치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사실 속은 타들어 갔다.만약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도 기회가 올지 모르기에 그녀는 어렵사리 얻은 기회를 이대로 날릴 수 없었다. 하지만 민도준이 거절하기라도 할까 봐 그녀는 민승현을 핑계로 삼았다. 어찌 됐든 동생의 일이라면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아니나 다를까 새언니라는 단어를 들은 순간 민도준의 눈빛은 흥미로 가득 찼다. 그는 강민정이 노크한 순간부터 고분고분해진 권하윤을 바라보며 웃음기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하윤 씨랑 승현이 일이라는데? 어쩌지? 나 너무 궁금한데.”권하윤은 본인을 곤경에 빠트린 강민정을 향해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민도준을 먼저 진정하게 하는 게 더 급했다.그녀는 이
욕실에서 강민정의 말을 엿들은 권하윤은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밖에 있는 민도준은 약 2초간 멈칫하더니 입꼬리를 씩 올리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자아냈다.“오호? 제수씨가 바람을 피운다고?”강민정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도 우연히 발견한 건데 승현 오빠한테 말해야 할지 고민이에요.”말하는 도중에 그녀는 민도준의 곁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어찌 됐든 여자에게는 명성이 가장 중요하잖아요.”그녀의 몸에서 나는 짙은 향수 냄새에 민도준은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누가 여기 앉으라고 허락했지?”“네?”강민정은 순간 멍해졌다. ‘이미 반나절이나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돌변한다고?’그녀는 민도준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감히 묻지 못하고 서러운 듯 몸을 일으켜 세웠다.“죄송해요. 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그리고 옷자락을 움켜쥔 채 침대 옆에 물러서더니 주눅이 들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민도준은 불쌍한 척 구는 그녀의 수단에 놀아나지 않고 손을 휘휘 저으며 독한 향수 냄새를 흩어 보낸 뒤에야 입을 열었다.“할 말 있으면 빨리하지.”강민정은 그의 대도에 놀라 말까지 더듬었다.“어, 그, 그게 새언니가 바람을 피웠는데, 그러니까 승현 오빠도 아직 모르는 게 안 좋은 것 같아서…….”민도준은 그녀의 말에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긴 손가락으로 담뱃재를 툭툭 털었다.“누구랑 바람피웠는지는 알고?”강민정은 민도준이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전혀 놀라지 않는 태도를 보이자 오히려 멈칫했다.“알고 있었어요?”‘설마 한민혁이 이미 말했나? 양아치 놈한테 그런 배짱이 있다고? 그럼 내가 말하면 오히려 민 사장님 체면 구기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하지만 그 시각 두려움과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은 또 있었다. 그건 바로 권하윤이었다. 그녀는 강민정이 뭐라도 말할까 봐 두려운 게 아니라 민도준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가 그 “상간남”이란 걸 인정할까 봐 두려웠다.때문에 콩닥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욕실 문 앞에 쪼그리고
몇 번의 조련 끝에 풋풋하기만 하던 권하윤은 마치 농익은 과일처럼 한 입만 깨어 물어도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그런 농염함은 민도준의 손을 거쳐 직접 배양해 낸 것이기에 유난히 달콤했다.권하윤이 반쯤 넋이 나가 있을 때 민도준은 짓궂은 손길로 그녀의 감각을 다시 일깨웠다. 곧이어 그의 낮은 웃음소리가 권하윤의 귓가에 맴돌았다.“승현은 하윤 씨가 지금 내 침대에 있는 걸 아나 몰라?”갑자기 엄습해 오는 수치심에 권하윤은 고개를 돌린 채 입술을 깨물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민도준은 그녀를 쉽게 놓아주기는커녕 일부러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살거렸다.“아마 조금 뒤면 내 침대에서 내려 또다시 승현 침대로 올라가겠지?”“그, 그만 해요.”권하윤은 온몸이 벌겋게 달아올라 몸 둘 바를 몰랐다.“듣기 싫어? 듣기 싫다면서 반응은 왜 이렇게 크지? 응?”권하윤은 민도준의 짓궂은 말에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왠지 모르게 이 상황을 즐기는 듯 짜릿했다.그녀는 마치 민도준과 함께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두컴컴한 밤마저 야릇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고 저녁 바람이 매원의 꽃과 나무를 스치며 꽃향기를 방 안으로 들여보냈다.“일어나.”권하윤은 흐리멍덩한 눈을 가늘게 떴다.그녀는 민도준을 본 순간 지금 자기가 민도준의 개인 별장에 있다고 착각했는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왜 깨워요?”민도준은 침대 옆으로 다가와 허리를 숙이며 아직도 붉은 그녀의 뺨을 문질렀다.“자고 나더니 머리가 어떻게 됐어? 이게 몇으로 보여?”민도준은 일부러 손가락으로 숫자를 그리며 물었다.그제야 방 안 배치를 똑똑히 본 권하윤은 이성이 순식간에 되돌아 펄쩍 뛰며 일어나더니 허둥지둥 옷을 입었다.“저 왜 잠들었어요? 지금 몇 시죠?”“거의 7시가 돼가.”민도준은 손목시계를 힐끗 보더니 대답했다.“잠든 건 아마 너무 기분 좋아서 정신을 잃었나 보지 뭐.”하지만 권하윤은 그의 희롱에 대꾸할 새도 없이 옷만 걸치고 밖으
권하윤은 자는 척 조용하게 누워있다가 민승현이 다시 침대에 눕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긴 한숨을 내쉬었다.이로써 그녀는 무사히 한고비를 넘겼다.하지만 긴장이 풀린 탓인지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왔고 그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잠들어 버렸다.“다섯째 작은 사모님, 얼른 일어나세요.”마지못해 눈을 뜬 권하윤은 눈앞에 나타난 메이드에 어리둥절했다.일반적으로 메이드가 말을 전하러 올 때면 문밖에서 부르곤 하는데 방까지 들어왔으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한참 동안 눈여겨보고 난 뒤에야 권하윤은 그녀가 지난번에 자기와 민도준이 저질러 놓은 사태를 수습해 준 민도준 측 사람이라는 게 떠올랐다.권하윤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물었다.“왜요?”“본채 거실로 오라고 하십니다.”“본채 거실이요?”뜬금없는 요구에 권하윤은 눈살을 찌푸렸다.“왜요? 누가 저 부르던가요?”메이드는 뒤를 힐끗 살피더니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말을 전하러 온 메이드 말로는 어르신께서 작은 사모님께 할 말이 있다며 불렀다고 합니다. 따져 물을 게 있다고. 그림에 관련된 거라고 했던 것 같아요.”‘그림…….’권하윤은 그제야 무슨 이유인지 알아차리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알았어요, 준비 마치고 바로 갈게요.”권하윤이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이자 메이드는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분위기가 엄청 살벌하대요. 아주 심각한 일인 것 같은데 민 사장님께 알릴까요?”“그럴 필요 없어요.”권하윤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이 일은 얘기할 필요 없어요. 알려줘서 고마워요.”이 일은 그녀가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설령 진짜로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그녀는 민도준에게 도움을 청할 리는 없다.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위기를 해결했다 할지라도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관계를 의심해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으니.권하윤이 이미 마음을 굳힌 걸 보자 메이드는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그 시각 문밖으로 나온 메이드는 한참 동안 깊은 고민에 빠졌다. 권하윤이
“할아버님.”권하윤은 민성철을 향해 허리 숙이며 인사하더니 이내 강수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어머님.”“무슨 낯짝으로 나를 어머님이라고 불러? 난 너 같은 며느리 둔 적 없다.”“크흠.”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기침 소리에 강수연은 그제야 본인의 실수를 깨닫고 심호흡으로 화를 가라앉혔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이글이글 타올랐다.하지만 권하윤은 일부러 모르는 척 되물었다.“어머님, 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말씀해 주세요.”강수연은 권하윤이 본인의 체면까지 구겼으면서 여전히 모르는 척 하자 손으로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이거 봐봐!”그녀의 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자 긴 원기둥 나무통이 놓여있었다.그 옆에서 강민정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서 있었다.오랫동안 준비했는데 끝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그녀는 심지어 “마음씨 착하게” 통의 뚜껑을 열어 권하윤더러 그녀가 팔아버린 그림을 보게 했다.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권하윤은 당황하기는 커녕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거 우리 집에 있는 한매도 아니에요? 왜 여기 있지?”“이게 어디서 시치미야?”강수연이 참지 못하고 권하윤을 삿대질하며 벌떡 일어났다.“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니? 어쩜 아버님이 승현한테 준 그림을 밖에 내다 팔 생각을 다 하니? 만약 민정이가 발견하고 거금을 들여 사들이지 않았으면 가문 망신은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래?”권하윤은 강수연의 말에 실소했다.“어머님, 무슨 말씀이세요? 그림은 집에 잘 있는데요.”그녀가 여전히 강경하게 말하자 강민정이 끼어들더니 노파심에 거듭 충고했다.“언니, 여기 다 가족뿐인데 거짓말 그만 해요. 이 그림은 제가 직접 구매한 거예요. 다른 사람 손을 거치지 않았으니까 이 일이 새어나갈까 봐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민정 씨가 직접 샀다고요?”권하윤은 피식 웃었다.“이 그림 시가만 적어도 200억인데 아무리 민씨 집안에서 먹고 입는 걱정 없이 살았다고 해도 그렇게 큰돈 구하느 거 쉽지 않았을 텐
권하윤의 전화를 받을 때 최수인은 졸고 있었다. 때문에 전화를 받자마자 하품을 해댔다.“아하. 예…….”“최 사장님, 저 일이 좀 있는데 혹시 시간 되세요?”권하윤의 진지한 목소리에 최수인은 “예쁜 윤이”라는 호칭을 목구멍으로 삼키며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크흠, 말씀하세요.”“제가 얼마 전 르네시떼에 한매도 족자를 복구하러 갔었는데 혹시 기억나나요?”“당연하죠. 혹시 복구한 후에 또 파손됐나요?”최수인의 천연덕스러운 말투에 권하윤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멍하니 서 있는 강민정을 바라봤다.“아니요. 복구는 아주 마음에 들어요. 사장님 말씀대로 통 안에 넣은 대로 꺼내지 않았어요.”“네, 맞아요. 경성 날씨가 건조하다 보니 자꾸 꺼내 놓으면 복구한 부분이 다시 갈라지기 쉬워요.”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어두워졌다.특히 강민정은 사람들의 뜨거운 눈총에 당장 미쳐버릴 지경이었다.그녀는 앞으로 쌩 달려가 권하윤의 핸드폰을 홱 빼앗아 들었다.“최 사장님! 그때 사장님이 누군가 한매도를 팔러 온 사람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말을 바꿀 수 있어요?”“한매도요?”최수인은 차를 홀짝이더니 말을 이어갔다.“우리 여기 한매도가 한 폭뿐이 아니라서 어떤 걸 가리키는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저 요즘 한매도를 판 기억은 없고 축구도는 팔았던 기억은 있는데 혹시 언제 구매했어요?”강민정은 그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그 그림을 르네시떼에서 직접 구매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녀는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 없어 식은땀만 흘릴 분이었다.하지만 권하윤은 오히려 무덤덤하게 핸드폰을 빼앗아 왔다.“아니에요, 최 사장님. 제가 물어보고 싶은 건 이것뿐이에요. 실례했어요.”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당황한 강민정을 힐끗 보더니 어이없다는 말투로 물었다.“민정 씨, 혹시 누구한테 사기당한 거 아니에요?”“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게 말이 돼?”강민정은 고개를 마구 저었다.“200억짜리 그림이
민지훈은 어릴 때부터 돈을 좋아해 돈 되는 물건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눈썰미를 키웠다. 그 눈썰미만큼은 밖에 있는 전문가들조차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때문에 좋은 물건만 생기면 민상철은 먼저 그에게 감정을 맡기곤 한다.그리고 현재, 할아버지의 명령을 받은 민지훈은 테이블 위에 놓인 그림을 들어 천천히 확인했다. 그가 감정하는 동안 실내는 적막이 흘렀다.재밌다는 듯 구경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긴장해 하는 사람도 있었다.약 얼마나 흘렀을까? 한참 동안 이리저리 훑어보던 민지훈이 끝내 그림을 내려놨다.“할아버지, 이 그림은 가품입니다.”“뭐라고요?”강민정이 맨 처음 펄쩍 뛰었다.“그럴 리가 없어요. 이게 가품일 리가 없다고요!”너무 다급한 나머지 그녀는 민지훈의 팔을 꽉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한 번만 더 봐봐요. 이게 어떻게 가품일 리 있어요?”하지만 그녀의 모습에 강수현은 쪽팔렸는지 크게 호통쳤다.“민정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그 손 놔!”민지훈도 그녀의 손을 슬쩍 뿌리쳤다.“이 그림도 사실은 옛날에 그려진 모방작이에요. 그런데 그 연대나 가치가 진품보다는 많이 떨어져요. 만약 수정을 거치지 않고 아예 똑같이 모방했다면 그나마 2억 정도는 될 거예요.”말을 하는 도중에 그는 강민정을 힐끗 스쳐봤다.“그러니 진품이라고 속은 것도 어찌 보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죠.”“아니야…….”당황한 강민정이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권하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민정 씨, 본인 꾀에 본인이 넘어갔네요. 제가 진짜로 집안 그림을 팔려고 한다 해도 먼저 승현이나 어머님께 말씀드려 말렸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굳이 직접 사들여 돈만 낭비해요?”무심코 던진 그녀의 말에 강민정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났다.그녀가 이렇게 한 원인은 민씨 가문을 위한 게 아니다. 그저 권하윤을 밟아 본인이 민씨 집안에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지.몇 마디 말로 강민정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권하윤의 모습에 민도준의 눈에 웃음기가 더해졌다.‘내 앞
민상철은 인내심이 한계에 달해 귀찮은 듯 강민정을 바라봤다.“강씨 집안 일은 강씨 집안 사람들이 알아서 해결해.”“새언니에 관한 일이에요!”말을 마친 민상철은 이내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본인이 덫에 걸렸다는 걸 어렴풋이 짐작한 강민정이 갑자기 소리쳤다.“새언니가 민씨 집안 며느리면서 몸가짐을 제대로 하지 않고…….”“머리 아파 죽겠네.”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도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갑작스러운 그의 한 마디에 거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그제야 그는 강민정을 힐끗 바라보며 폭탄 같은 발언을 툭 던졌다.“어제 내 침대에 기어 올라오더니 이제는 제수씨를 모함하고 참 바빠 보이네?”“저…….”강민정은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민도준이 사람들 앞에서 어제의 일을 대놓고 얘기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여자인 그녀의 명성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처사에 그녀는 수치스러운 동시에 민도준이 원망스러웠다.하지만 그녀는 감히 한 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다. 민도준이 어떤 사람인가? 아마 그녀가 100마디를 해도 민도준의 한마디보다 무게가 없을 것이다.만약 여기에서 민도준의 화를 돋우면 그녀는 여기 있는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감당해야 할 거다.“…….”그녀의 묵인에 민승현의 표정은 아주 가관이었다.그는 평소 순진하고 여리기만 하던 사촌 여동생이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강민정의 말에 걸음을 멈췄던 민상철은 민도준의 말에 그녀를 더욱 아니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그리고 수치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강수연을 쏘아보더니 나지막하게 경고했다.“시간 있으면 승현과 하윤이나 신경 써. 같잖은 사람 집에 자꾸 끌어들이지 말고.”“네.”강수연은 하염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민도준, 서재에 잠깐 들어와.”민성철의 말에 민도준은 꿈적도 하지 않은 채 권하윤을 힐끗 바라봤다. 그녀는 방금 전의 똘똘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어느새 고분고분한 모습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