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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3화 슬픈 멜로디(11)

저녁 9시, 은지가 정원에 돌아왔을 때, 안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어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곽도원이 소파에 앉아 피곤한 듯 미간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어디 갔었어요?”

“아무 데나 가서 걸었어요.”

곽도원은 기분이 좋지 않아, 은지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어디가 평소와 다른지 알지 못했다.

“옥영이 저랑 이혼하겠다고 하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은지는 비웃듯 미소를 지으며 곽도원의 등 뒤로 가서 그를 위해 태양혈을 마사지해 주었다.

“저 잘 모르겠어요.”

곽도원은 은지의 의견을 진심으로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그는 눈을 반쯤 감고 신옥영이 곽씨 집안에 금방 시집을 왔을 때의 모습을 떠올렸다.

신옥영은 학자 가문에서 태어나 가정 교육이 엄격했었다. 그래서 신혼 첫날 밤 그녀는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었고 곽도원이 무엇을 하든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다.

너무 수줍어했고 모든 것을 지켜가면서 지내왔기에 재미가 없었다.

곽도원은 결혼한 뒤의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희미한 기억이 자신의 곁에 사람한 명이 더 있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 뒤로 갈수록 마치 차가 맛이 점점 옅어져 가듯 마지막에는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신옥영이 어느 때부터 자신과 이혼할 생각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창밖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빗소리와 은지의 체향이 어우러져 곽도원은 조금 잠이 왔다.

아마도 오늘 신옥영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해서 그런지 신옥영에 관한 짧은 꿈을 꾸었다.

신옥영은 메디컬 푸드를 좋아했다.

다른 사람들이 메디컬 푸드를 만들 때 식자재를 위주로 하고 약재를 보조로 한다. 그러나 신옥영은 반대였다. 매번 보약 맛이 나게 끓였는데, 식자재까지 더하면 정말 너무 썼다.

곽도원은 처음 마셨을 때 바로 뱉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신옥영이 기대에 찬 눈빛을 보고 겨우 삼켰다. 그리고 애써 좋게 평가했다.

“괜찮네.”

이 말이 신옥영의 열정을 더욱 불타오르게 해 시도 때도 없이 곽도원에게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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